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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 50주년, 레드벨벳·황정민·임옥상도 나섰다

중앙일보 2021.06.07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아침이슬’ 50주년을 맞은 김민기. 극단 학전측은 “‘아침이슬’은 이제 나를 떠난 노래라고 누누히 밝힌 만큼 이번 기념사업에 나서지 않는다”는 그의 뜻을 대신 밝혔다. 사진은 ‘아침이슬’이 수록된 김민기 1집 앨범.

‘아침이슬’ 50주년을 맞은 김민기. 극단 학전측은 “‘아침이슬’은 이제 나를 떠난 노래라고 누누히 밝힌 만큼 이번 기념사업에 나서지 않는다”는 그의 뜻을 대신 밝혔다. 사진은 ‘아침이슬’이 수록된 김민기 1집 앨범.

“민기형 노래가 군부독재 시절 민중가요로 불렸지만, 실은 너무나 서정적인 수채화 같은 음악이다. 사람의 감성을 이야기한 노래이고,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담은 노래다. 이제 민주화가 됐으니, 그 감성에 주목하고 싶다.”(작곡가 김형석)
 

군부독재 시절 대표적 민중가요
사람의 감성 담은 서정성에 주목
후배들 총출동해 헌정앨범 작업
김민기 “아침이슬은 나를 떠난 노래”

저항가요의 대명사 ‘아침이슬’이 50주년을 맞았다. 1951년생인 김민기가 서울대 미대 재학 중 작사·작곡, 스무살인 71년 자신의 1집 앨범에 담아 발표한 노래다. 6일 후배 가수들의 리메이크 버전 음원 공개를 시작으로 헌정앨범 제작과 오마주 전시, 공연과 방송 등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경기문화재단이 ‘경기 컬쳐 로드’ 사업의 하나로 주관하고,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와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가수 박학기·한영애, 작곡자 김형석, 미술평론가 김준기 등이 ‘아침이슬 50주년, 김민기 헌정사업추진위원회’를 꾸려 기획·진행을 맡았다. 김창남 교수는 “김민기라는 이름이 가진 상징성을 생각할 때 그에 대한 ‘리스펙트’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역사에서 그의 노래가 가진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서도 후배들의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침이슬’을 두고 여러 차례 “이젠 나를 떠난 노래”라고 했던 김민기는 기념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추진위 측이 김민기를 찾아가 사업 내용을 설명하자 “너무 나를 올려세우지 마라”고 당부했다 한다.
 
‘김민기 헌정 앨범’ 녹음 중인 배우 황정민. [사진 경기문화재단]

‘김민기 헌정 앨범’ 녹음 중인 배우 황정민. [사진 경기문화재단]

총 18곡으로 구성된 헌정 앨범에는 장르와 세대를 망라한 가수들이 참여해 ‘늙은 군인의 노래’(유리상자),  ‘교대’(이날치), ‘작은 연못’(장필순), ‘천리길’(크라잉넛), ‘상록수’(알리), ‘가을편지’(나윤선) 등 김민기의 노래를 불렀다. 레드벨벳 웬디, NCT 태일도 동참했다. 음악감독을 맡은 김형석은 가수 선정 과정에 대해 “어느 가수의 음색이 어울릴까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김형석과 조동익·윤일상·박인영 등은 편곡을 맡았다. 앨범에 실린 노래는 6월 한 달 동안 순차 공개된 뒤 7월 중 CD로 발매된다. 10월 이후 LP 출시 계획도 있다.
 
김민기가 1991년부터 서울 대학로에서 운영하는 극단 학전 출신 배우들을 대표해 황정민도 노래(‘이 세상 어딘가에’)를 불렀다. 학전의 ‘독수리 오형제(김윤석·설경구·황정민·장현성·조승우)’ 중 한 명인 황정민은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지난달 녹음 작업을 마친 황정민은 “영광인 자리에 불러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면서 “김민기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과 그때 배운 정직함이 지금의 나를 이어갈 수 있는 에너지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김민기와 직접 인연이 없는 젊은 가수들도 “뜻깊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기꺼이 힘을 보탰다. NCT 태일은 자신이 솔로곡으로 부른  ‘아름다운 사람’에 대해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와 닿았던 따뜻한 곡”이라고 했고, ‘그 사이’를 부른 레드벨벳 웬디는 “저녁 들녘 풍경의 감성을 최대한 표현하려 노력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많은 분이 희망과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민기 헌정 앨범’ 녹음 중인 레드벨벳 웬디. [사진 경기문화재단]

‘김민기 헌정 앨범’ 녹음 중인 레드벨벳 웬디. [사진 경기문화재단]

참여 가수들이 함께 부르는 ‘아침이슬’도 헌정 앨범에 수록된다. 편곡한 김형석은 “1절은 포크 느낌, 2절은 록 느낌을 담았다”고 귀띔했다.
 
동요 음반도 따로 제작한다. 1970년대부터 ‘인형’ ‘고무줄놀이’ 등 동요 곡을 쓴 김민기는 80년대 들어 ‘연이의 일기’ ‘개똥이’ 등 노래극을 무대에 올리기 시작했다. ‘고추장 떡볶이’ ‘우리는 친구다’ ‘슈퍼맨처럼’ 등 어린이 뮤지컬은 현재 학전의 대표 레퍼토리다. 9월 발매 예정인 동요 음반엔 노찾사 초기 멤버인 조경옥이 부르는 김민기 대표 동요 15곡이 실린다. ‘굴렁쇠 아이들’ 백창우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10~23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선 김민기의 예술과 정신에 영향받은 예술작가들의 오마주 전시가 열린다. 김민기와 함께 서울대 미대를 다닌 화가 임옥상·박재동·이강화 등은 동시대 감성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싱어송라이터 정태춘·홍순관 등은 붓글씨 작품을 준비했다. 김민기와 함께 작업한 이력이 있는 사진작가 김수남·임채욱, 만화가 최호철 등도 참여했다. 박경훈·박영균·이상엽·이원석·이중재·이하 등 이른바 586 작가들은 김민기의 음악이 자신들에게 미친 영향을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민기의 대학 한 해 선배인 임옥상은 “제안을 받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분단 현실과 정치 체제 등 1970년대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의미 있겠다고 생각해 신문을 모티브로 만든 ‘신문_땅굴 1-6’(1978)을 내놨다”며 “김민기의 노래가 나온 배경, 당시의 시대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박학기·이은미·한영애·장필순 등이 출연하는 KBS 1TV ‘열린음악회’도 녹화를 마치고 오는 20일 방송을 준비 중이다. 한 사람의 음악으로 ‘열린음악회’가 꾸려지는 것은 2019년 정태춘 40주년 기념 방송 이후 두 번째다. 헌정 공연은 올 9월 추석 연휴 기간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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