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병상의 코멘터리] 개별국가 세율까지..미국이 정한다

중앙일보 2021.06.06 21:18
 
미국 재무장관 자넷 옐런이 영국에서 열린 G7재무장관 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재무장관 자넷 옐런이 영국에서 열린 G7재무장관 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G7재무장관회의..글로벌 최저법인세율 15%에 합의
디지털+코로나 시대..글로벌 대응, 패권국 역할 커져

 
 
 
 
 
1.굵직한 국제뉴스가 지난 주말 런던에서 나왔습니다. G7 재무장관들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에 합의했습니다. 어느나라든 법인세를 15%이상 거둬야한다는 합의입니다. 과세는 개별 국가의 고유권한 중에서도 핵심인데..국제적으로 세율을 강제한다는 건 주권침해에 해당됩니다..전례없는 일입니다. 디지털 시대, 코로나가 불러온 큰 변화입니다.

 
2.물론 이런 변화는 미국이 주도했기에 가능했습니다.  
합의 골자는 두 가지. 첫째,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를 도입한다. 둘째,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과세권한을 현재 ‘회사가 소재한 국가’에서 앞으로 ‘시장을 제공한 나라’로 바꾼다. 두번째 변화 역시 1920년대 각종 협약으로 형성된 국제기준을 100년만에 바꾼 대변화입니다.

 
3.장기적 안목에서 변화의 배경은 디지털입니다.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국경이 무의미해졌습니다.  
특히 미국의 빅테크(구글 페이스북 등) 가 세계각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립니다. 그러자 유럽 국가들이 빅테크에 디지털세를 물리기로 했습니다. 돈 벌었으면 세금내고 가라..입니다.

한편 많은 IT회사들이 세금 안내려고 조세회피처나 법인세가 낮은 나라로 회사를 옮겼습니다. 각국은 기업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내렸습니다.  
 
4.세계 법인세율 평균이 1980년 40%에서 지난해 24%로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25%. 미국은 21%. 다국적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파격적으로 낮춘 아일랜드는 12.5%입니다.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글로벌 공정과세가 안되는 겁니다. 유럽이 디지털세를 만들자 트럼프는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분쟁마저 심각해졌습니다.  
 
5.과세라는 민감성 때문에 글로벌한 합의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코로나입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 극복을 위해 6000조원을 쏟아붓기로 했습니다. 세금을 더 거두기위해 법인세를 28%로 올릴 계획입니다. 혼자 세율을 올릴 경우 자국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갈까 우려됩니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들도 최소 법인세율 21%(현재 미국 법인세율) 받게 강제하자’가 미국의 애초 구상이었습니다.  
 
6.미국 맘대로 다 되는 건 아닙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들과 협상했습니다.  
그 결과 최소 법인세율을‘최소 15%’로 합의했습니다. ‘최소’니까 앞으로 더 올리겠다는 것이죠. 대신 미국은 유럽국가들이 빅테크들에게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한을 나눠준 겁니다. 유럽국가들은 디지털세를 취소할 예정입니다. 연말로 유예된 미국의 보복관세도 당연히 원천무효되겠죠.  
 
7.바이든 말처럼 ‘미국이 돌아왔다’입니다.  
‘돌아온 미국’은 동맹국들과 협상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가는 다자주의 국제협력 모델입니다. 혼자 맘대로하는 트럼프식 ‘아메리카 퍼스트’는 끝났습니다. 물론 글로벌 헤게모니를 장악한 패권이란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만..접근법은 완전히 다릅니다.

 
8.전지구적 차원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들이닥친 코로나는..위기 역시 전지구적 차원에서 급발진한다는 심각성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당연히 전지구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패권국의 역할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팬데믹은 동시대인들이 감지할 수 없는 세계사적 변화를 가져오곤 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06.06.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