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檢 "김오수·박범계 짜고 친 고스톱"…변협 "재판 공정성 훼손"

중앙일보 2021.06.06 17:57
 서울고등검찰청장으로 승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4일 중앙지검에서 퇴근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고등검찰청장으로 승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4일 중앙지검에서 퇴근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일 법무부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피고인'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하고,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지휘라인인 수원고검장·수원지검장 자리에 친(親)정부 성향의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이 각각 임명됐다. 이에 검찰에서는 “탕평인사의 껍데기를 쓴 박범계식 청와대 수호단” “김오수 검찰총장도 ‘다행’이라니 결국 두 사람이 짜고 친 게 아니냐"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정권 방탄 인사" 법조계 반발 확산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에 3重 방탄라인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한 서울고검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항고 사건을 포함한 주요 항고 사건과 서울 지역 검사 비위 감찰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이 중에는 이 지검장이 직접 관련된 사건도 수두룩해 ‘이해충돌’ 비판도 나온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말 윤석열 전 총장 법무부 징계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불법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서울고검에 고발된 상태다. 지난해 7월 당시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현 광주지검 차장검사)이 채널A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독직폭행)로 기소된 사건 역시 서울고검에 있다. 당시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사건에서 배제해 이 지검장이 채널A 사건 수사지휘를 전담해왔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 의견을 낸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지휘라인에 문홍성 현 수원지검장(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내정)-김관정 동부지검장(수원고검장 내정)-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수원지검장 내정)을 배치한 것을 두고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친(親)정부 검사란 평가를 받거나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광철 비서관 기소는 물론 조국 전 민정수석을 포함한 청와대 윗선 수사를 중단하려는 '방탄 지휘라인'이란 지적도 나왔다.
 
법무부거 4일 발표한 대검 검사급(검사장급) 이상 간부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 연합뉴스

법무부거 4일 발표한 대검 검사급(검사장급) 이상 간부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 연합뉴스

 

변협 "이성윤 영전, 공직기강 해이 넘어 재판 공정성 훼손"

검찰 안팎에서는 “직무배제할 피고인을 영전시키는 것도 모자라 이해충돌 문제가 있는 곳에 배치했다”며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하면 좌천당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만 요직을 주겠다는 노골적 신호”라는 비판이 들끓는다. 엄정한 공직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에게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국가공무원법(제73조의 3) 위반이라는 점도 거론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 인사는 한 마디로 ‘개판’”이라며 중국의 과거 천안문 사태에 빗대 “권력의 탱크로 밀어붙인 난장판 인사”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천안문 탱크만큼이나 서슬퍼런 폭압적 인사가 자행됐지만, 그렇다고 문재인 정권의 썩은 권력형 부패와 비리가 결코 영구히 덮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대한변협도 5일 성명을 내고 “현직 검사가 형사 사건에 연루되어 기소되면 해당 검사를 수사직무에서 배제해 영향력 행사를 제한하거나 피고인이 된 검사 스스로 사퇴해 왔다”며 “오히려 자신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임명한 것은 공직기강 해이를 넘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정치적 중립이라는 검찰의 핵심 가치마저 몰각시키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관계자는 “인사 참사를 가장 많이 당한 게 윤 전 총장”이라며 “윤 전 총장도 할 말은 많겠지만, 따로 이야기한 것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인지 다 알고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金 총장, 朴 장관과 저녁하며 의견 반영됐다더니”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3일 오후 검찰인사 관련 논의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3일 오후 검찰인사 관련 논의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법무부‧대검은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총장 시절 인사 때 마다 ‘윤석열 패싱’, ‘윤석열 사단 대학살’ 등 논란이 들끓었던 것을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인사 협의 일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3일 인사 협의 뒤 김 총장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박 장관은 “충분히 자세하게 들었다”고 엇갈린 평을 내놨고, 박 장관과 김 총장은 오후 6시 30분부터 저녁을 함께 하며 3시간가량 추가 논의도 벌였다. 그러나 인사는 당초 관측대로 4일에 단행됐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강행된 인사 내용은 김 총장 스스로 ‘다행’이라고 일컬은 것에 비해 부족하다”며 “살아있는 권력 수사팀은 여전히 좌천이고, 친정권 검사들 가운데에서는 심지어 기소된 사람조차 영전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총장이 인사 단행 이후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공식 입장을 낸 것을 두고서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남은 관건은 검찰 조직개편”이라며 “조직개편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 살아있는 권력 수사 실무를 진행하는 중간간부 인사의 방향 역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민‧강광우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