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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왜 그 CCTV 뒤졌나…"TV조선 기자 뒷조사" 전말

중앙일보 2021.06.06 17:25
6월 4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6월 4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지난 3월 면담 당일 ‘관용차 에스코트’를 보도한 언론사 취재기자를 뒷조사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TV조선이 지난 4월 초 김진욱 공수처장의 3월 7일 ‘황제 조사’ 당일 처장 관용차인 1호차를 보내 에스코트한 CCTV 영상을 입수해 보도하자 닷새 뒤 공수처 수사관들이 해당 CCTV 관리인을 찾아가 취재기자가 찍힌 영상을 확인하는 등 영상 입수 경위를 파악한 사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공수처 "檢 내사 중 취재 영상 봤지만 뒷조사한 건 아냐" 

공수처법은 3급 이상 고위공직자 및 가족의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만 부여하고 있어 민간 언론사의 취재 경위를 뒷조사한 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월권은 물론 불법 언론 사찰 논란이 일 수 있다. 이에 대해 공수처 측은 “검찰에서 해당 CCTV 영상이 불법 유출됐다는 첩보가 입수돼 내사한 것일 뿐 기자를 뒷조사한 사실이 없다”라며 “검찰의 CCTV 확보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관리자가 기자의 취재 과정이 담긴 영상도 보여줘서 봤을 뿐 확보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관 2명은 지난 4월 6일 오전 9시 55분쯤 정부과천청사 인근의 한 민간 빌딩 CCTV 관리실을 찾았다. 해당 CCTV엔 지난 3월 7일 이성윤 지검장이 공수처에 방문하기 직전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로 옮겨타는 모습이 담겼다. TV조선은 4월 1일 해당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4월 6일 당시 공수처 수사관들은 CCTV 관리인으로부터 TV조선 취재진이 찍힌 영상을 확인하고 취재 당시의 상황을 청취했다. 
 
이를 두고 TV조선 측은 지난 3일 “공수처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한 취재기자에 대해 보복성 뒷조사를 한 것”이라며 “불법 언론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물론 기자도 범죄 혐의가 있으면 얼마든지 수사기관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에 연루됐다면 공수처 조사도 가능하다. 공수처는 이에 검찰의 ‘위법한 영상 유출 첩보’에 따라 적법한 조사를 벌이던 중 우발적으로 기자의 취재 관련 정보를 인지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검찰 영상 확보 사흘 뒤 TV조선 보도에 "檢이 유출 첩보"

공수처가 당초 내사한 혐의는 수원지검 수사팀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라고 한다.
 
공수처 측은 중앙일보에 “검찰이 CCTV 영상을 확보하고 불법으로 유출해 TV조선 보도로 이어졌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수사 직전 단계의 조사)를 벌이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의 1호 내사 사건이다.
 
검찰이 TV조선 보도 사흘 전인 3월 29일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공수처의 에스코트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을 가져간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4월 6일 빌딩 CCTV 관리자를 찾아갔다는 것이다.
 
5월 21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5월 21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공수처 “檢 내사 중 우연히 기자 취재 정보도 입수”

이 과정에서 우연히 TV조선의 취재 경위를 파악했다는 게 공수처 측 주장이다. 내사를 이끈 A 수사관은 “우리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CCTV 관리자가 먼저 기자 관련 영상을 보여주고 취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찰에서 CCTV를 다녀간 장면이 담긴 영상만 가져갔고 기자의 취재 활동이 찍힌 영상은 가져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CCTV 관리자가 소속된 한 교단 측은 “CCTV 관리자가 먼저 나서 공수처 수사관들에게 기자 정보를 알려준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애초에 내사 개시부터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민(사법연수원 21기)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은 “내사에 착수하려면 범죄 혐의에 대한 상당한 의심이 있어야만 하지만, 검찰에서 영상이 유출됐다는 첩보만으로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월권이라고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 "'황제 조사' 조사하자 '보복 내사' 한다는 거냐"

공수처는 현재도 내사는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CCTV 영상을 통해 TV조선 보도가 기자 스스로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났지만, TV조선 보도와 별개로 검사의 영상 유출 혐의가 있는지는 더 확인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공수처는 또 불법 뒷조사 논란을 제기한 TV조선을 상대로 “기사 내용의 일부가 잘못됐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수원지검에서 검사든 수사관이든 CCTV 영상을 유출한 사실은 없다”며 “황제 조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는 공수처가 검찰에 대해 무리하게 보복성 내사를 벌이는 것으로 밖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내사 사실로 상정한 영상 유출 자체가 공무상비밀누설이나 피의사실공표에 해당 안 돼 위법한 내사"라고 덧붙였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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