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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걷힌 세수로 30조 추경? "원칙 어긴 與, 빚부터 갚아라"

중앙일보 2021.06.06 11:29
올해 적게는 20조원, 많게는 30조원에 달하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예고됐다. 지난해 4차례에 걸친 추경과 올해 1차 추경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6번째 추경 편성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급격히 불어나는 나랏빚은 물론 인플레이션, 민간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 등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6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과 국세 수입(세수)을 활용해 추경 예산안을 편성할 계획이다. 추가 세수는 올해 세입 예산(283조원)과 올해 국세수입 예상치(315조원) 간 격차다. 예상보다 더 걷힌 세수를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생한 이른바 ‘K자 양극화’ 해소에 투입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국세 수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등]

국세 수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등]

하지만 이는 장부상 세수 초과일 뿐이다. 기재부가 본예산과 1차 추경을 편성하며 예상한 올해 세수는 282조7000억원이었다. 지난해 285조5000억원(결산 기준)보다는 3조원 가까이 쪼그라든 규모다. 기재부가 처음 올해분 예산을 짤 때 세수 전망치를 지나치게 낮게 잡은 탓에 초과 세수가 많아 보일 뿐 재정에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이미 학계에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반대하는 여론이 상당하다. 우선 잇따른 ‘돈 풀기’에 나라 곳간에 빨간 불이 켜져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는 복지 수요의 급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빚은 관성이 있어 일단 부풀어 오르면 줄이기가 쉽지 않다.
국가채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등]

국가채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등]

초과 세수를 우선 나랏빚 갚는데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미 올해 1차 추경 이후 국가채무는 965조9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2%까지 높아졌다. 여당이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손실보상 법제화, 피해업종 선별지원 등 3종 패키지를 모두 담게 되면 추경 규모는 더 불어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초과 세수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며 “추경이 아니라도 재정 건전성은 이미 악화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으로 치솟은 가운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재정 정책이 추가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저금리, 지난해 대거 풀어놓은 재정, 백신 공급,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 속도 등이 맞물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고물가)이란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물가 급등은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금융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한계 기업이나 가계 등의 도산 위험을 키운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소비자물가, 9년 1개월 만에 최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소비자물가, 9년 1개월 만에 최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30조 규모 추경을 한다면 국내총생산(GDP)의 1.5% 정도 되는 수준으로, 가시적인 인플레이션 효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전반적인 경기는 이미 회복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코로나 효과를 생각한다면 부실화된 기업이나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추경으로 인한 경제 활성화 효과에 의문을 갖는 전문가들도 있다. 초과 국세 수입이 얼마가 되든지 결국 민간의 돈을 정부가 거둬간 뒤 다시 쓰는 것이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재정지출 확대는 결국 민간 소비와 투자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추경에서 1원을 썼을 때 실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효과는 0.2~0.3원에 그쳤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초과 세수란 것도 결국은 기업과 가계가 열심히 번 돈”이라며 “국가재정법에서 초과 세수는 국가채무 상환에 먼저 쓰게 돼 있는데 여당은 이 원칙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정 “전국민” vs “선별 지원” 또 충돌 

정부는 이달 하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2차 추경안을 공개한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7월 중 추경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여당의 시간표까지 감안하면 이르면 7월 중에도 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 다만 이는 소상공인ㆍ특고 등 지원금을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집행할 때를 전제로 한 것으로, 지원금 지급 범위와 방식이 달라진다면 준비 시간이 더 소요돼 집행 시기가 8월 이후로 밀릴 수 있다.
 
여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내수 회복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인당 3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구체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에만 지원 규모가 15조원에 달한다. 1인당 20만원과 25만원일 경우에도 각각 10조, 12조7000억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취약ㆍ피해계층에 지원을 몰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어서 향후 당정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4일 2차 추경을 공식화하면서 “이번 추경 검토는 백신 공급ㆍ접종 등 재난대책, 하반기 내수 및 고용대책, 소상공인 등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취약 및 피해계층 지원대책 등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손해용ㆍ조현숙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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