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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날리는 '코스닥 등용문'…코넥스 올 상장 고작 1곳뿐

중앙일보 2021.06.06 10:00
코스피·코스닥에 이은 '제3의 주식시장' 코넥스(KONEX)가 정체의 늪에 빠졌다. 상장 기업이 갈수록 줄고,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는 사례도 주춤한 상태다. '코스닥 등용문', '벤처·중소기업의 인큐베이터'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코넥스 시장은 코스닥 상장 요건에 못 미치는 벤처·중소기업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2013년 7월 개장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9년 서울 중구 서울청년일자리센터에서 코넥스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금융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9년 서울 중구 서울청년일자리센터에서 코넥스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금융위]

상장사 2017년 154곳서 137곳 '뚝'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넥스에 상장한 회사는 이성씨엔아이 한 곳에 불과하다. 코넥스에 입성한 기업은 2016년 50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29곳, 지난해엔 12곳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반면 상장 폐지(코스닥 이전 등 제외)되는 기업은 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코넥스에서 상장 폐지된 곳은 이에스산업 등 4곳이다. 지난 2019년엔 5곳, 지난해에는 8곳이었다. 그 여파로 2017년 154곳이던 코넥스 전체 상장사는 현재 137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코넥스 개장 취지대로 내실을 키워 코스닥으로 자리를 옮기는 기업이 많은 것도 아니다. 올해 코스닥으로 이전한 코넥스 기업은 3곳에 그쳤다. 2018~2020년엔 매년 12곳씩 코스닥으로 소속을 바꿨다. 
코넥스 상장 기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넥스 상장 기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넥스 시총, K-OTC의 3분의 1 그쳐

거래도 부진하다. 코넥스의 올해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88억원으로 집계됐다. 증시 활황 덕에 지난해(52억원)보단 69% 늘었다. 하지만 20여 개 종목에서만 거래가 집중됐다. 전체(137곳)의 절반이 넘는 70여 개의 경우 올 들어 거래가 한 건도 없었던 날이 있을 정도다. 이를 고려하면 거래량 증가가 의미 있다고 보긴 어렵다. 
 
시가총액은 지난 4일 기준 6조5327억원으로, 코스피 상장사인 LG유플러스나 아모레G 시총과 맞먹는다. 제도권 장외시장인 K-OTC 시장(21조원)과 비교해도 3분의 1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예상했던 수순"이라고 평가한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서다. 우선 코스닥 상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코넥스로 가려는 기업이 줄었다. 2018년 금융당국은 코스닥 상장 요건에서 적자기업도 상장이 가능한 '테슬라 요건'을 도입하는 등 허들을 낮췄다. 증권사(지정자문인)에 내야 하는 수수료도 부담이다. 코넥스 상장기업은 상장수수료 5000만원 외에 매년 자문비용이 추가로 든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상장기업에 일부 자금을 지원하지만, 그럼에도 중소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K-OTC 부장은 "코넥스를 거치지 않고 코스닥에 직행하거나, KOTC 상장을 추진하는 곳도 꽤 있다"고 말했다. 
코넥스 시가총액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넥스 시가총액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예탁금 폐지 등 부담 완화안 검토"

기업의 상장 수요 외에 투자 수요도 적다. 거래가 부진한 이유다. 개인 투자자가 코넥스 기업에 투자하려면 기본예탁금 3000만원이 있어야 한다. 유통 주식 수도 적다. 코넥스는 코스피·코스닥과 달리 기업 상장 때 공모 청약을 거치지 않는다. 기존 대주주의 보유 주식이 많다 보니 시장에서 거래될 주식이 애초부터 적은 것이다.
 
그러나 거래량으로 코넥스를 평가해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코넥스 시장에 얼마나 들어오는지, 성장한 뒤 코스닥으로 넘어가는 곳이 많은지가 중요하다"며 "거래량만으로 성패를 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코넥스 시장이 활성화하려면 각종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과 유관기관도 코넥스 관련 제도 손질을 검토 중이다. 이승한 한국거래소 코넥스시장부장은 "기본예탁금 폐지를 비롯해 시장 참가자의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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