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층 오피스빌딩 출근 사라질까…코로나 끝나도 거점오피스 는다

중앙일보 2021.06.06 08:00
SK텔레콤 직원이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빌딩에 마련된 거점 오피스에서 사업 파트너와 미팅을 하고 있다. SK텔레콤

SK텔레콤 직원이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빌딩에 마련된 거점 오피스에서 사업 파트너와 미팅을 하고 있다. SK텔레콤

 
거점 오피스가 사무공간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까. 최근 거점 오피스를 마련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직후에는 임직원의 안전을 위해서였다면 최근엔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거점 오피스를 도입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지정석을 두지 않고 공용 공간을 나눠쓰던 공유 오피스가 사무공간의 혁신을 이끌었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거점 오피스가 혁신의 바톤을 넘겨받은 것이다.

IT, 자동차 기업도 거점오피스 신설
거점오피스 만들어 업무방식 혁신

 

업종 구분 없이 거점 오피스 만들어 

지난해는 IT 기업을 중심으로 거점 오피스가 늘었다면 올해는 업종과 관계없이 거점 오피스를 새롭게 만들고 있는 게 특징이다. 현대자동차와 KT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양재동 본사나 남양연구소로 출근하는 직원들이 집과 가까운 곳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이달부터 거점 오피스를 운영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5일 “오피스 근무의 장점은 살리되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하고, 출퇴근 시간을 단축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서울 종로구 계동사옥과 용산구 원효로 사옥, 경기 안양사옥 등 7곳에 400여석 규모의 거점 오피스인 에이치 워크 스테이션을 마련할 계획이다. KT는 지난달부터 여의도와 강남 등 서울 도심 7곳과 경기도 고양시 1곳에서 거점 오피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과 롯데쇼핑도 지난해부터 거점 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거점 오피스 도입에는 MZ(밀레니얼·Z) 세대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수평적 조직과 자신만의 스케쥴, 공정한 보상이 MZ세대의 공통된 주장으로 꼽힌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업무공간의 분리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연결지어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거점 오피스에 주목하는 건 출퇴근 때 길바닥에서 버려야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다. 
 
한국 직장인이 출퇴근길에 허비하는 시간은 경쟁국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4년 내놓은 주요국 출근소요시간 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 58분으로 일본(40분), 독일(27분)보다 길다. OECD 평균인 28분보다 출근소요시간이 2배 이상 길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시간 이상 통근하는 인구 비율은 2010년 15.6%에서 2015년 18%로 늘었다.
 
서울 영등포구 롯데 빅마켓 영등포점에 마련된 ‘스마트 오피스’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롯데쇼핑

서울 영등포구 롯데 빅마켓 영등포점에 마련된 ‘스마트 오피스’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롯데쇼핑

  

거점 오피스 경쟁자는 '재택근무' 

거점 오피스 확산에 있어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재택근무다. 지난해 거점오피스 도입에 앞장서 종로와 서대문 등에 거점 오피스 5곳을 마련한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에는 이를 확대하지 못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직원 절반이 재택근무를 하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재택근무는 일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지난해 재택근무자 9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은 주의력 부족 등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재택근무로 정크푸드 섭취가 늘었다는 답변도 많았다. 가일 루카스 박사는 “직장 동료와의 대화 등이 부족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거점 오피스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늘어난 건 재택근무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형태라서다. 
 
코로나로 근무형태와 사무공간은 빠르게 변화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아직 정해진 방향성은 없다. 재택근무 경험과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모으려는 기존의 관성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니콜라스 블룸 미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말 영국 일간 가디언을 기고를 통해 “코로나가 끝나면 고층 오피스 빌딩의 풍경이 사뭇 달라질 것”이라며 “재택근무 경험이 쌓이면서 주 5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일하는 근무형태도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