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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추락, 작년엔 2조 적자···재기 노리는 현대차의 무기

중앙일보 2021.06.06 05:00
 
 

[뉴스원샷]장정훈 산업1팀장의 픽

현대차의 중국 성장 신화는 막을 내리는 것인가. 

 
중국에서 현대차의 판매량이 급감하고 현지 공장 가동률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급기야 현대차는 첫 해외 생산기지이자 중국에서 '현대차'의 상징인 베이징 1공장 마저 매각한다. 270만대의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한해 176만대를 팔아치우며 만리장성을 공략하던 현대차의 위상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중국은 지금 미국을 제치고 한 해 2500만대가 팔리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 현대차그룹은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와 전기차 아이오닉5·EV6 카드를 꺼내들고 재기를 노린다.
 

#2002년-베이징 1공장 입성  

 2002년 중국에 출시한 중국형 EF쏘나타 '밍위'

2002년 중국에 출시한 중국형 EF쏘나타 '밍위'

 
현대차의 베이징 1공장 인수자는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샹'이다. 리샹은 니오·샤오펑과 함께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3총사’로 불린다. 베이징 1공장은 현대차가 글로벌 연산 600만대 도약을 선언하며 해외에 구축한 첫 생산기지이다. 현차는 1989년 캐나다에 10만대 생산 규모의 첫 해외 공장을 지었지만 쓴맛을 보고 철수했다. 현대차그룹은 베이징 1공장의 성장을 발판 삼아 비로소 터키, 인도, 슬로바키아, 
미국 등에 글로벌 생산 거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베이징 1공장은 이렇듯 현대차의 지난 20년간 해외 생산 기지의 성공을 의미한다. 

 

#2008년-中에 270만대 생산기지 구축  

베이징 1공장은 2002년 12월 EF쏘나타를 , 2004년 아반떼XD를 양산해 흥행에 성공했다. 현대차보다 일찍 중국에 진출한 유럽·일본·미국 차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품질을 갖춘 '가성비'가 최대 경쟁력이었다. 베이징 1공장은 2004년 5월 누적 10만대, 2008년 2월엔 누적 100만대 생산을 돌파했다. 중국 내 모든 자동차 회사 중 가장 빨리 성장한 기록이었고, ‘현대 속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현대차는 베이징 1공장의 성공에 힘입어 2008년 베이징 2공장을, 2012년에는 베이징 3공장을 잇달아 준공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을 전후해 다른 자동차 업체는 생산 능력을 줄였지만 현대차·기아는 오히려 생산 능력을 확충했다. 현대차는 현재 중국에 5개의 승용차 공장과 1개의 상용차 공장을, 기아도 3개의 승용차 공장을 갖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만 270만대에 달한다.   
 

#2016년-179만대 판매로 최고치   

지난 2017년 사드 보복 당시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파손된 현대차 사진

지난 2017년 사드 보복 당시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파손된 현대차 사진

 
2016년 현대차·기아는 중국에서 179만여대를 판매한다. 하지만 1년 후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중국내  반한(反韓) 감정이 극대화했고, 현대차·기아 판매량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66만여대에 그쳤다. 시장 점유율도 8.1%에서 3.5%로 추락했고, 지난해에만 2조원 가까운 적자를 봤다. 현대차의 추락은 사드가 결정타였지만, 현대차그룹의 모호한 시장 입지가 드러난 결과이기도 하다. 중국에선 2010년 전후로 현지 자동차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이들은 현대차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웠다. 또 고급차 시장에서는 벤츠나, BMW, 아우디 같은 독일차에 밀렸다. 현지 업체와 고급차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다. 또 중국에서 세단 대신 SUV 수요가 빠르게 높아졌지만 세단 중심의 현대차는 라인업을 제때 바꾸지 못했다.  
 

#2021년-제네시스·전기차로 재도전  

제네시스 브랜드는 2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나이트(Genesis Brand Night)’를 열고, 중국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론칭을 공식화했다. 사진 제네시스

제네시스 브랜드는 2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나이트(Genesis Brand Night)’를 열고, 중국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론칭을 공식화했다. 사진 제네시스

 
현대차는 5년간의 실패를 곱씹으며 돌파구 찾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지난해부터 SUV를 대거 투입했다. 올해는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또 넥쏘나 아이오닉5, 기아의 EV6를 연이어 내보낸다. 하지만 중국 공장을 이같은 신차 생산 라인으로 교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중국은 수입차에 15%의 관세를 부과한다. 현지서 생산하지 않고 국내서 생산해 수출해서는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일부 차종의 국내 생산을 고집해서는 중국에서 5년 전과 같은 성장 가도를 다시 달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현대차가 베이징 1공장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리샹 같은 현지 업체는 물론 독일·일본의 고급차와 경쟁해 중국에서 다시 성공의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정훈 산업1팀장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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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훈 장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