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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탓에 기초학력 최악? 文정부 첫해부터 저하 시작됐다

중앙일보 2021.06.06 05:00

남윤서 교육팀장의 픽 : 기초학력 미달

 
중·고교생 7명 중 1명은 수학 수업의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수포자(수학포기자)'다. 특히 남학생은 6명 중 1명이 수포자다. 영어 기초학력 미달은 불과 1년새 두배 넘게 늘었다.
 
지난 2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는 학력 저하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수학의 경우 중3은 13.4%, 고2는 13.5%가 기초학력 미달로 나타났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영어의 경우 중3 7.1%, 고2 8.6%였고, 국어는 중3 6.4%, 고2 6.8%였다.
 

학력미달 급증…교육부는 "코로나 탓"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및 학습 지원을 위한 대응 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및 학습 지원을 위한 대응 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중3과 고2가 치르는 학업성취도평가는 시험 성적에 따라 학생을 '기초학력 미달'(1수준)부터 '우수'(4수준)로 나눈다. 여기서 1수준은 '학생들이 성취하기를 기대하는 지식과 기능을 20% 미만 이해하는' 경우를 뜻한다. 즉 배운 것의 20%도 모르는 정도라는 의미다.
 
지난 2019년과 비교하면 기초학력 미달은 1년만에 크게 늘었다. 고2의 경우 국어는 4%→6.4%로, 수학은 9%→13.5%로, 영어는 3.6%→8.6%로 늘었다. 중3도 모든 과목에서 학력 미달이 증가했다.
 
최악의 학력 저하 성적표를 발표하는 날, 교육부는 보도자료 첫 머리에 이렇게 썼다.

“코로나19에 따른 일상적인 학교 생활의 어려움으로 학업성취수준 및 학교생활 행복도 등 전년 대비 낮은 경향 확인.”

이후에도 보도자료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교육부가 꺼낸 대책도 자연스럽게 '대면수업의 확대와 전면 등교'로 이어졌다.
 
원인을 코로나19에서 찾았으니 대책도 코로나19인 셈이다. 그런데 과연 학력 저하는 코로나19만의 탓일까.
 

4년째 학력 저하에도 '학생 3%'만 진단

기초학력 미달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기초학력 미달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지난 정부 시절인 2012~2016년까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해마다 등락이 있었지만 국·영·수 모든 과목에서 6%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학업성취도평가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전까지는 전국 중3·고2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렀지만 현 정부부터는 전체 학생의 3%만 표본으로 추출해 시험을 치르는 '표집평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표집평가 이후인 2017년부터 추이를 봐도 대체로 미달 비율은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존재하지 않았던 2018, 2019년에도 수학 기초학력 미달이 10%를 넘는 등 학력 저하는 심각했다. 물론 지난해 코로나19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학력 저하가 더 가팔라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코로나19가 없었다고 해서 별 문제가 없었을지 의문이다.
 
더 두려운 사실은 학력 저하의 구체적인 실태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현 정부의 학업성취도평가는 3%만 추출해 시험을 보기 때문에 97%는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이 시험은 어느 지역, 어느 학교에 학력 저하가 심한지, 어떤 학생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말해주지 못한다. 정부가 '암 환자가 많아졌다'라고 발표하면서 정작 환자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고 하는 꼴이다.
 

진단 안되는데 맞춤형 교육 될까…국회도 뒷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 정부까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측정하던 평가가 바뀐 이유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진보 교육감들이 이 시험을 '일제고사'라 부르며 폐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학교를 서열화하고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다. 학교 서열화를 우려한 이들의 요구 탓에 학부모와 교사는 국가 수준에서 아이들의 학력을 측정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교육부는 매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할때마다 반복해서 '맞춤형 교육'을 대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데 '맞춤형'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나온다. 맞춤형 교육을 할만한 인력도, 시스템도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학력 저하에 뒷짐지고 있기로는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기초학력 보장법'이 발의됐지만 결국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여당이 '기초학력 보장법', 야당이 '학력향상 지원법'을 내놨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력 저하가 코로나19로 더 심화됐지만, 코로나19 핑계만 댈 수도 없다. 교육 당국은 등교 확대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등교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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