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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이 '정치 검찰'을 만드는 방법

중앙일보 2021.06.05 07:00

정효식 사회1팀장의 픽 :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 인사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일 단행한 2021년도 하반기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정치권력이 어떻게 인사권을 남용해 '정치 검찰'을 만드는지 보여준 끝판왕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번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 작품이다. 헌법과 검찰청법에 따라 검사의 임용 및 보직에 관한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발표한 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사는 한줄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하고 박범계 장관의 남강고 후배인 이정수 검찰국장이 바통을 넘겨받아 전국 최대 검찰청인 중앙지검장을 맡게 됐다. 이성윤 지검장은 지난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임에도 직무배제가 되기는커녕 중앙지검을 관할하는 고검장으로 영전했다. ([뉴스분석] 피고인 이성윤 서울고검장, 중앙지검장은 박범계 후배)
 
4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에 내정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과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에 내정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 연합뉴스

4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에 내정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과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에 내정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 연합뉴스

 
임기 1년을 채 남지 않은 정권이 대통령 후배를 서울고검장, 여당 3선 의원인 장관 후배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이유를 청와대를 포함한 권력을 겨냥한 '임기 말 레임덕 수사'를 차단하려는 목적 외에 다른 선의로 해석할 수 있을까. 대통령의 후배란 이유로 사상 유례없이 후배 검사의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을 유지한 데 이어 곧바로 고검장으로 승진한 사례를 '정치 검찰' '정치 검사' 이외 다른 고상한 용어로 표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정도 되면 그냥 검사가 아니라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아닌가.
 
결국 이번 인사는 정치권력이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을 인사로 한순간 허물어뜨릴 수 있음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벌였던 검찰 고위직은 빠짐없이 옷을 벗기거나 교체하고 그 자리에 친정권 검사를 앉혔다.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를 지휘한 오인서 수원고검장은 이번에 검찰을 떠나고, 대신 추미애 전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수원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및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배성범 법무연수원장도 옷을 벗는다.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혹을 수사한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인천지검장으로 전보됐다. 후임 대전지검장은 경찰대 6기 출신인 노정환 청주지검장이 맡게 됐다.
 
대통령이 자신에 충성하는 인사와 가까운 후배를 중용하고 정권을 위협한 검사들을 좌천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현 정부와 여권 인사들이 자주 하는 변명처럼 보수정권도 출신 지역과 충성도를 따져 검찰 인사를 해왔는데 뭐가 문제냐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가 조국 전 장관은 지금의 검찰이 국정농단·적폐 수사를 할 때나 '국민의 검찰' '촛불 검사'였지 자신들을 수사할 때부터 '정치 검사' '검찰 쿠데타' 세력이 됐다고 규정한다. 조 전 장관의 진영 논리 정의대로 하면 이번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쿠데타 진압인 셈이다. (“尹수사는 검찰 쿠데타”라는 조국…檢아이콘 누가 만들었나)
 
하지만 이는 공익의 대표자이자 국민 전체 봉사자로서 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정면충돌한다. 제15대 대선 전인 1997년 1월 여소야대 국회는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사는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조항을 신설했다. 지난해 12월 여기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며'를 다시 추가해 그 뜻을 강화했다. 국민 기본권에 직결된 수사권과 기소권을 위임받은 검사이기에 특정 권력에 충성 말고 국민 전체에 봉사해야 하고, 적법 절차를 준수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한을 남용 말라는 법조문 그대로 오해할 여지가 없다.
 
현 정권의 검찰에 대한 전도(顚倒)된 인식은 야당일 땐 죽자사자 비판하다가 정권을 잡으면 정치 검찰 만들기에 골몰하는 '재발성 내로남불' 수준이 아니다. 국민에게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선출 권력이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권한을 무제한 남용해도 처벌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놓고 드러내 위험한 것이다. 절제와 한계를 모르는 권력은 국민에 위험할 뿐 아니라 권력 자신에게 위험하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국정농단과 적폐로 각각 징역 17년과 징역 20년형을 확정받고 수감 중인 대한민국 현실을 봐도 그렇지 않은가. 게다가 권력이 검찰만 완벽하게 장악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 경찰과 공수처도 만들어놓지 않았나.
 
정효식 사회1팀장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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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 정효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