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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홍원식 전 회장, 우선매수권·파킹딜 가능성 희박

중앙선데이 2021.06.05 00:20 739호 14면 지면보기

실전 공시의 세계

남양유업 홍원식 전 회장 일가가 사모펀드운용사 한앤컴퍼니와 지분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달 공시한 이후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나중에 사모펀드로부터 지분을 다시 사들이려고 ‘우선매수권’을 계약 조건에 넣었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매각으로 위장해 지분을 사모펀드에 일시 맡겨놓은 이른바 ‘파킹딜(parking deal)’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복귀 전제 이면 계약 땐 후폭풍 커
시세 2배로 매각, 헐값 단정 힘들어

아울러 이번 거래를 헐값 매각으로 단정하고 별도 이면약정이 있을 거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공시 내용에 따르면 홍 전 회장 일가는 지분 53%를 넘기고 3107억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세부실사를 거쳐 매매대금이 확정되고, 거래가 최종 종결되는 시점은 오는 8월로 예상됩니다. 이 외 계약상 특별한 조건이 공시된 것은 없습니다.
 
사모펀드는 어차피 나중에 다시 팔아야 하기 때문에 매도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사모펀드가 A사 대주주로부터 3000억원에 지분 50%를 인수하였고, 3년 뒤 제3의 원매자와 4000억원에 매매하기로 합의했다 해 보겠습니다. 전 대주주가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다면 사모펀드는 제3의 원매자와 합의한 가격을 통보하고, 우선매수 의사를 물어야 합니다. 전 대주주는 제3의 원매자가 지불하겠다고 한 가격(4000억원)으로 우선매수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형태도 있습니다. 사모펀드가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단계에서 곧바로 전 대주주의 우선매수 의사를 확인합니다. 제3의 원매자를 확보하기 전에 전 대주주와 우선협상을 하는 겁니다. 어떤 형태이건 홍 전 회장은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을까요? 57년이나 이끌어 온 회사를 포기하기로 한 것은 회사나 대주주 일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한 각종 사건으로 이미지와 신뢰가 회복불가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홍 회장 일가가 경영권 지분을 되찾으려 할 경우 사회적 지탄과 소비자 외면 등 후폭풍이 뻔히 예상됨에도 우선매수권을 굳이 계약조건에 넣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파킹딜 가능성은 있을까요? 우선매수권은 ‘합법적’인 반면 파킹딜은 진성매각(true sale)로 위장한 불법적 이면계약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컨대 A사 지분 40%를 보유한 대주주가 있습니다. A사의 주주로는 지분 20%를 보유한 해외펀드가 있는데 회사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며 주요 기관투자와의 연합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대주주는 금융회사 C에게 지분 15%를 100억원에 매각합니다. 대신 3년 뒤 이 지분 가치가 어떻게 변하든 100억원에 되사줄 것과 3년 동안 해마다 5억원(100억원에 대한 5% 수수료)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합니다. C사를 우호지분으로 만들어 놓는 겁니다. 그리고 대주주는 지분매각 대금으로 A사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배력을 확대합니다.
 
이런 형태를 파킹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양유업 홍 회장 일가의 지분매각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파킹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우선매수권과 마찬가지로 홍 전 회장의 복귀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홍 전 회장은 헐값 매각을 한 것일까요? 이 거래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100% 붙었습니다.
 
지속적 고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에는 100% 이상 프리미엄이 붙기도 합니다만, 시장에서 인정한 시세 대비 2배 가격으로 거래한 것을 헐값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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