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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도 돈 벌어야 선순환, 세무·마케팅 공부해야”

중앙선데이 2021.06.05 00:20 739호 14면 지면보기

[세상을 바꾸는 ESG] 소셜밸류커넥트 IR 룸

취약계층 지원이나 환경 보호 등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영리까지 창출하는 고단한 길에 뛰어든 이들이 있다. 사회적 기업 ‘코끼리공장’의 이채진 대표와 ‘스페이스선’의 엄수정 대표, 소셜벤처 ‘브이드림’의 김민지 대표다. 코끼리공장은 고장 났거나 오래된 장난감을 기부 받아 새 것처럼 만들어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스페이스선은 빗물 저장 탱크와 생태화장실을 만들어 환경 보호에 나서고 있다. 브이드림은 장애인 특화 온라인 재택근무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해 장애인의 취직을 돕고 있다.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
장난감 수리, 취약계층에 전달
“지자체서 투자 유치 도와줘야”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
장애인 재택근무 플랫폼 개발
“비즈니스 마인드 더 가져야”

엄수정 스페이스선 대표
생태화장실 등 만들어 환경 보호
“정부 지원에 너무 의존하면 안돼”

이들은 SK그룹이 조직한 국내 최대 민간 사회적 가치 플랫폼 ‘소셜밸류커넥트’(SOVAC)가 최근 사회적 기업 및 소셜벤처와 투자자를 연결해주기 위해 마련한 상담 프로그램 ‘IR Room’에 참여했다. 국내 최초 임팩트 투자사(수익 창출과 함께 사회적 성과 달성을 목표로 하는 투자사)인 ‘소풍’의 한상엽 대표,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로 활약 중인 ‘임팩트스퀘어’의 도현명 대표, 벤처캐피탈 ‘TBT’를 이끌고 있는 임정욱 대표 등 전문가들이 기업설명회(IR)를 통해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실제 투자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

어떤 계기로 창업했는지 궁금하다.
김민지 대표=“어느 날 친구가 교통사고로 평생 하반신이 불편하게 됐다. 자신감을 잃은 친구를 보면서 장애인의 불편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2년 동안 발로 뛰면서 국내 등록 장애인의 10% 이상인 약 30만 명을 직접 만났다. 상당수가 취업에 고충을 겪고 있었다. 이들을 도우면서, 법적으로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 고용해야 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을 같이 도울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
 
사업하면서 가장 컸던 애로점은.
이채진 대표=“사회적 가치 추구와 영리 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다. 회사와 직원을 위해 돈은 벌어야 하는데 사정이 열악한 복지기관에서 돈을 준다니까 창업 초기엔 차마 못 받겠더라. 직원이 못 버티고 퇴사하는 걸 보며 생각을 바꿨다. 장난감 소독수 제조 장비를 1억원에 들여와서 장기적으로는 소독수 구입에 드는 비용을 아꼈다. 이 장비로 아동용 위생용품을 만들어 파는 등 안정적 수익원 확보에 나섰다. 지금은 200평 규모의 공장 세 곳에서 100명가량이 함께 일하고 있다.”
 
돈 문제에 초연하기가 쉽지 않다.
김민지=“사회적 기업이라도 돈을 잘 벌어야 재투자해서 사회에 더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래야 직원들도 더 열심히 일해서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된다. 사회적 기업가들이 지금보다 비즈니스 마인드를 더 가져야 하는 이유다. 세무와 법무, 마케팅 등을 두루 공부해야 한다.”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

투자 유치도 그런 면에서 중요한데.
엄수정 대표=“수년 전부터 정부와 산업계가 사회적 기업 육성에 관심을 갖고 활발히 투자하는 분위기다. 예전엔 단기성과에 신경 썼다면 요즘은 길게 보고 가치투자를 많이 해준다. 성장이 더뎌도 관대하게 봐주고 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투자 유치에 성공하려면.
이채진=“핵심 관문인 IR 자료 준비에 충실해야 한다. 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다. 자료에선 너무 사회적 가치만 강조하기보다는 내재된 경제적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정부 지원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김민지=“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도움이 된다. 더 다양하고 세세한 프로그램이 나와서 예비 사회적 기업가들이 잘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수정 스페이스선 대표

엄수정 스페이스선 대표

여건상 아쉬운 점은 없나.
이채진=“각 지역에 산재한 사회적 기업과 밀접한 게 지자체인데 일부는 아직도 무관심하게 형식적 지원에 그치고 있다. 또 지방일수록 임팩트 투자가 기술창업을 위주로만 진행되고 있다. 기술력이 약하거나 기술 관련성이 거의 없는 사회적 기업들은 투자 유치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SK의 IR Room은 이쪽에도 관심을 갖고 진입 창구를 마련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프로그램 내용이 궁금하다.
엄수정=“현장 심사와 멘토링을 통해 이전까진 몰랐거나 막연하게 알았던 사업적인 부분들을 돌아보게 됐다. 다른 곳이 비슷하게 많이 하는 분야보다, 특색 있으면서도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주력하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들었다. 좋은 제품인 건 알겠는데 돋보이게 만드는 마케팅 역량이 부족하다고도 했다. 배움을 통해 개선해 나가고 있다.”
 
향후 바람은.
엄수정=“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제정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2007년 세계 최초 시행). 선진국들은 기업이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봐서 일반 기업과 사회적 기업을 나눠 논의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도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기업만 따로 놓고 보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법적으로 지원이 많은 건 의미가 있지만, 사회적 기업들이 거기에 너무 의존해서 안주하는 분위기가 돼선 안 된다.”
 
세 사람과 IR Room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9일 오전 10시 SOVAC 홈페이지(https://socialvalueconnect.com/program/subsovac_view.do?sessionUid=370E2D9599764B51819AD49506373BB5)와 유튜브 생방송으로 확인할 수 있다. SOVAC 사무국은 앞으로 매월 2~3곳을 대상으로 IR Room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창균 기자, 사진=김현동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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