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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호주 장악 방정식 치밀했다

중앙선데이 2021.06.05 00:20 739호 20면 지면보기
중국의 조용한 침공

중국의 조용한 침공

중국의 조용한 침공
클라이브 해밀턴 지음

정치권 로비 통해 친중파 형성
경제·교육·문화로 영역 확장
무역보복도 무기로 활용
호주 교수, 취재·연구 통해 밝혀

김희주 옮김
세종서적
 
중국은 중국 안에만 있지 않다. 이 책의 주제를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의 집권세력인 공산당이 다른 나라의 정치, 기업, 언론, 교육 등의 분야에서 어떻게 여론을 선동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책을 만들어 가는지를 낱낱이 밝힌 책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권력을 잡은 이후 베이징의 중화사상은 더욱 강건해지고 있다. 여기엔 중국 민족이 지구촌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과거 중국의 영광을 재연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이런 중국의 야욕은 주변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지난 2017년 4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과거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의 역사를 통째로 바꾸려는 외교적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동북 공정과 김치와 한복을 둘러싼 논쟁 등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을 위태롭게 하는 시도가 적지 않았다.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의 중심에는 공산당이 있다. 중국 공산당이 전 세계 곳곳에 침투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호주와 중국의 갈등은 진행형이다. 지난달 27일 베이징의 2호 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의 재판에 참석하려다 거부당한 그레이엄 플레처 주중 호주대사. 양헝쥔은 간첩 혐의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호주와 중국의 갈등은 진행형이다. 지난달 27일 베이징의 2호 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의 재판에 참석하려다 거부당한 그레이엄 플레처 주중 호주대사. 양헝쥔은 간첩 혐의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이 책은 호주를 실례로 들면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침해하는 일련의 과정을 객관적인 통찰력을 통해 보여주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베이징 정부가 호주를 중심으로 어떻게 영향력을 넓혀왔는지를 분석했다. 간략히 그 과정을 설명하면 중국의 로비를 받은 호주 정치인들이 중국 기업과 공산당이 진입하기 용이하도록 친중 정책을 입안하고, 그렇게 들어온 중국 대기업들은 호주의 땅과 기업을 사들인다. 이런 상황을 지적하는 호주의 언론사에 대해서는 광고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압박한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정보, 역사, 문화를 가르치게 된다. 결국 호주는 중국 공산당의 전략에 따라 그 손아귀에서 점점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공산당이 보유한 막대한 자금과 인력 때문이다. 중국의 자본이 더 많이 들어올수록 해당 국가는 더욱더 중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게 될 것이다.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의 특성상 공산당은 일당 체제의 핵심으로 국가와 동일시되는 존재다. 공산당이 핵심인 중국이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힘은 경제력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소프트 파워’를 앞세운 문화적 침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일반 국민의 삶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저자는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차이점도 들었다. 호주가 미국과 동맹을 맺고 국가 방위를 위해 일부 권한을 미국에 양도했을 수는 있지만, 호주인들 중 미국이 호주의 자유민주주의를 침해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처럼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고 따르지 않으면 해치겠다고 협박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갈등을 벌였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문제를 거론하면서 각국이 중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주가 이에 소홀해 2020년 중국의 호주산 제품 수입 금지조치에 대해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제력을 앞세운 무역보복이 베이징 정부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라는 것에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저자인 클라이브 해밀턴은 호주 찰스스터트대 교수다. 지난 2016년 호주 정치인들이 중국 인사들로부터 부적절한 자금을 받은 중국 스캔들이 터진 이후 관련 연구를 해왔다. 그는 1986년 영국 서섹스대에서 ‘한국의 자본주의적 산업화’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아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중국 영사관의 정무 담당 서기관이었던 천융린을 비롯해 중국 정·재계의 핵심에 있었던 인물과 중국계 호주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해 폭넓은 이야기를 들었다.
 
저자는 아시아에서는 냉전이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등장한 이후 중국에서는 이념 투쟁이 더욱 격렬해지고 있으며 레닌주의 정당이 더욱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인들에게 중국 공산당의 숨은 전략을 간과하지 말라는 준엄한 경고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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