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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증세 탓 조정 가능성, 성장주보다 가치주 담아라

중앙선데이 2021.06.05 00:02 739호 6면 지면보기

하반기 증시 투자 전략

코스피가 이달 들어 연속 상승하며 지난달 10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종가 기준 3249.30포인트)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달과 달리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본격화, 암호화폐 시세 급락에 따른 관심 이동 등으로 살아나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부양책 등 영향 투자심리 개선
추세적 상승 이끌 동력 부족

테이퍼링 리스크 크지 않지만
부채급증·자산과열 경계해야

수익성 개선세 뚜렷한 대형주
실적 좋은 경기 민감주 투자를

하지만 최근 3100~3200대 상승은 박스권 내부 상승일 뿐 이를 돌파하는 추세적인 상승을 이끌 동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스권 상단선의 저항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개인 투자자는 하반기 증시 투자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 전망을 하면서 매도나 관망보다 매수 또는 보유 주식 홀드(hold)를 권하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어 흐름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올해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총 201조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175조원)를 이미 크게 웃도는 수치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국내 기업들의 수출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전례처럼 코스피의 방향성도 동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증권사는 코스피가 하반기에 최고 3300~3600선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 최고 3300~3600선 예상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물론 중·장기 전망은 이처럼 나쁘지 않더라도, 몇 가지 변수가 틈틈이 상승 동력을 저하 시킬 수 있음은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일단 지난달 증시를 흔들었던 테이퍼링 리스크는 우려만큼 당장 크진 않을 전망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 여건상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4월 실업률 등 고용 지표로 봤을 때 테이퍼링 시점이 올해보다는 내년이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문제는 다른 변수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발 세금 인상 악재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며 “3분기 초 (국내 증시)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향후 10년간 3조6000억 달러(약 4000조원) 규모의 증세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상대로 세금을 더 걷어 일자리 창출과 복지 등에 쓰겠다는 것이다. 다만 미 의회에서 원안이 통과되지 않고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계속 살피는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추이도 테이퍼링 시점과는 별개로 하반기 내내 주의해야 할 변수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채 급증과 자산 가격 과열로 증시가 언제든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기까지 고려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주식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좋을까. 가치주(저평가된 주식)와 성장주(고평가 논란이 있어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의 주식)로 나눠서 보면 가치주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년 2개월 만의 공매도 재개로 그동안 고평가됐다고 볼 여지가 있는 성장주의 조정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09년과 2011년에도 공매도 제한 조치 해제 후 한동안 성장주보다 가치주의 수익률이 좋았다”며 “당분간 비슷한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성장주의 우세는 4분기 들어 테이퍼링 신호가 본격적으로 나와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목할 만한 업종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철강·은행·통신 업종의 외국인 매수 강도가 높아진 데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들 업종은 공통적으로 지난달 코스피의 단기 저점(13일) 이후 주가 회복세가 다른 업종들보다 저조했다. 충분히 저평가돼 하반기에 반등 폭이 클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세에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상반기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경기 민감주 중에서 실적 중심의 옥석 가리기를 시도할 만하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정보기술(IT)과 커뮤니케이션, 헬스케어 업종의 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그는 지난 4월 중순 ‘지금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할 때’라는 내용의 보고서로 지난달 삼성전자 주가 약세를 정확히 예견한 바 있다.
 
증권사들은 하반기에 유망한 세부 종목으로 이처럼 주가가 많이 빠졌던 삼성전자와 함께, 최근 주가 흐름이 거꾸로 양호했던 현대차를 가장 많이 꼽고 있다(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이외에도 삼성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이노베이션, 신한금융투자는 에쓰오일과 KT, 유안타증권은 엔씨소프트와 아모레퍼시픽, DB금융투자는 LG유플러스와 한국조선해양 등을 각각 꼽았다. 이들 종목은 시가총액 규모가 큰 우량주이면서 가치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개선세가 두드러지는 대형주일수록 하반기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IT·자동차·헬스케어 등 유망
 
증권가에 따르면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2%포인트 이상 오른 코스피 상장사 비중은 올해 40%대로 많겠지만, 내년이면 11%대로 급감할 전망이다. 그 11% 안에 들 것이 유력한 대형주가 본연의 높은 선호도에 더해 희소가치(수익성 대폭 개선)까지 챙기면서 시장에서 한층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2.3%에서 올해 5.92%로 껑충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현대차의 경우 실제로 지난달 기관이 가장 많이 매수(4969억원)한 종목인 것으로 한국거래소는 집계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등 과감·유연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일각에선 지적한다.
 
익명을 원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서 ‘뉴스에 나온 종목은 팔라’는 말이 격언처럼 퍼진 건 기존에 널리 알려진 분석 내용과는 다르게 시장이 변동한 경우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라며 “예컨대 외국인과 기관이 최근 많이 샀다고 알려진 종목은 (주가가) 단기 고점에 달했을 수도 있으므로 잠시 관망했다가 저점을 잡아 매수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견해의 참고는 필요하지만, 거기에만 의존해 스스로의 분석·판단엔 소홀해지는 ‘뇌동매매’로는 한계가 따를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서학개미’ 미 경기 회복세에 경기 민감주 매수
주춤했던 국내 증시가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서학개미’들의 관심이 쏠린 미국 증시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2일 단기 저점(1만3031.68포인트)을 찍었던 미 나스닥 지수는 3일 1만3600대까지 상승했다. 테이퍼링 우려가 과도했다는 판단에 투자심리가 회복된 데다, 최근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년 2개월 만에 1만 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경제 정상화 기대감이 커진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서학개미는 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 위주의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에다 지난달 경기 민감주를 대거 포함시켜 관심을 모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종목(상장지수펀드(ETF) 포함) 1위는 테슬라, 2위는 아마존, 10위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으로 대형 기술주였지만 에어비앤비(6위)·월트디즈니(8위)·보잉(9위) 같은 경기 민감주가 새롭게 10위권에 진입했다.
 
현지 코로나19 백신 보급 속도가 빠르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경기 회복 국면에 주가가 많이 오를 수 있는 경기 민감주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법인세 인상 이슈가 부각되면서 일부 기술주는 최근 부진한 반면, 경기 민감주와 가치주는 시장의 기대 속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 투자에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조업 지표 개선세가 뚜렷한 데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1.2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PMI가 50이 넘으면 경기 확장, 안 넘으면 침체를 뜻한다. 경기 민감주에 속한 주요 제조 기업의 행보와 전망을 눈여겨보면서 투자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업종도 마찬가지로 하반기 유망한 투자처로 주목할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기 회복세에 원유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 유가는 최근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OPEC에 속하지 않은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최근 회의에서 다음 달까지 감산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합의하는 등 호재가 겹쳤다. 이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친환경 에너지 산업 활성화에 전념하고 있는 것도 서학개미들이 놓쳐서는 안 될 분석 포인트로 꼽힌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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