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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내 산소 배달" 돈받고 잠적…그렇게 인도가 죽어간다

중앙일보 2021.06.04 18:01
인도 뉴델리 경찰이 코로나19 유행 기간 일어난 사기 범죄에 대대적인 수사를 개시했다고 4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코로나 지옥 인도서 '코로나 사기꾼' 극성
산소 판다 접근한 뒤 돈만 받고 사라져
소화기를 의료용 산소로 둔갑시켜 판매
가짜 백신 원가 40배로 속여 판매도
피해자와 가족들 "교수형시켜야" 분통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사태를 겪은 인도에선 의료 물자가 부족해지자 죽어가는 환자에 산소‧병상 등을 판다고 접근한 뒤, 돈만 받고 잠적하는 등 ‘코로나 의료 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지난 4월 인도 수도 뉴델리의 코로나19 시신 화장장에서 친척의 죽음을 슬퍼하는 남성. 연합뉴스

지난 4월 인도 수도 뉴델리의 코로나19 시신 화장장에서 친척의 죽음을 슬퍼하는 남성. 연합뉴스

지난 4월 말 뉴델리에 거주하고 있는 코말 타네자는 일주일 동안 주변 병원을 뒤지듯 돌아다녔다. 코로나19에 확진된 남편 찬드라칸트가 의료용 산소도 없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 병원 두 곳이 타네자에게 병실을 줄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 비용이 충격적이었다. 이들이 제시한 입원비는 100만 루피(약 1527만원)였다. 결국 입원을 포기한 타네자는 의료용 산소라도 구해보고자 인터넷을 뒤졌고, 1만5000 루피(약 22만원)를 지불하면 1시간 내로 산소를 배달하겠다는 업자를 발견했다. 
 
타네자는 곧바로 돈을 송금했지만 이 업자들은 그대로 잠적했다. 결국 지난달 1일 찬드라칸트는 숨을 거뒀다.
 
인도 아메다바드의 병원 밖 오토릭샤(소형 3륜 택시)에서 치료를 받는 코로나19 환자. [신화=연합뉴스]

인도 아메다바드의 병원 밖 오토릭샤(소형 3륜 택시)에서 치료를 받는 코로나19 환자. [신화=연합뉴스]

현재 뉴델리 경찰은 최근 몇 주간 신고된 이같은 사기 사건 600건 이상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미 가짜 백신을 원가의 40배가 넘는 가격에 속여 판 일당과 소화기를 의료용 산소로 둔갑시켜 판 일당, 존재하지 않는 병원의 병상을 제공하겠다고 한 일당 등 각종 사기 조직들을 체포한 상태다. 
 
델리 경찰청의 시베시 싱은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사기꾼들은 이번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사태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온라인을 통해 다가오는 사람들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족 등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절박한 이들은 알고도 속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 내부에선 사기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강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기 피해자 중 한 명인 나랑은 “그들을 모두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 이건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놀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FP는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며 이러한 피해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인도 프라야그라지의 한 코로나19 병원에서 근로자들이 의료용 산소 탱크를 채우고 있다. [신화=뉴시스]

지난 4월 인도 프라야그라지의 한 코로나19 병원에서 근로자들이 의료용 산소 탱크를 채우고 있다. [신화=뉴시스]

인도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달 41만 4000여명으로 정점을 기록했다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인도 보건부는 3일 지난 24시간 동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3만4154명, 사망자는 2887명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의료 전문가들은 “인도의 의료 체계가 붕괴한 상황에서 전파력이 강한 인도변이 바이러스가 언제든지 재유행할 수 있다”며 “실제 확진자와 사망주 수도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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