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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요~저도 손자 아닙니까" 대구 간 이재명, TK공략 돌입

중앙일보 2021.06.04 17:41
4일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의 이틀째 행보를 이어갔다. 표면적 이유는 '지방단체간의 업무협약을 위한 방문'이지만,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대구ㆍ경북(TK) 지지 기반을 다지려는 행보란 해석이 나온다. 경북 안동이 그의 고향이다. 
 
4일 오후 대구시청 별관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ICT융합신산업 육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도청 제공

4일 오후 대구시청 별관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ICT융합신산업 육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도청 제공

이 지사는 이날 오후 대구시청 별관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대구시-경기도, 디지털 혁신 ICT 융합 신산업 육성 업무 협약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대구와 경기도가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발전하고,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권 시장은 “(경기 성남) 판교는 ICT 산업을 이끌고, 판교와 협업하는 대구 기업과 인력은 대구에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고 말했다.
 
이 지사는 협약식 후 기자들에게 “대구는 제 외가 식구가 많은 곳이라 대구를 찾을 때마다 푸근한 할머니 느낌이 있었지만, 정치를 시작한 후에는 엄한 할아버지 느낌이 있다”며 “‘할배요, 저도 손자 아닙니까, 예뻐해 주고 살갑게 대해주시라’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이준석 현상’은 실망스러운 구태정치를 걷어내고 국민 의사가 존중되는 정치를 해달라는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국민의 열망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반영되면 좋겠는데, 자칫 ‘극우 포퓰리즘’의 등장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북 표, 이재명이 빼갈 것”…野 TK 주자들의 이재명 경계

이 지사의 이날 대구 방문은 공식적으론 4년 만이다. 19대 대선 민주당 경선 국면 때인 2017년 2월이 마지막 방문이었다. 당시 민주당 대구시당을 찾아 “나는 경북 안동 사람으로 오늘 경북 경계에 오면서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한 느낌을 받았다. 경북 출신임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2017년 2월 6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구시 동구 신천동 더불어민주당 대구광역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2월 6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구시 동구 신천동 더불어민주당 대구광역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는 이번 대구시청과의 협약식 전날(3일)에도 비공식적으로 대구시당을 찾았다. 이 지사 측은 “3일에 미리 내려와 대구시당에서 지역위원장ㆍ지방의원ㆍ상무위원 등과 간담회를 가진 뒤 1박을 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 지사가 대구를 찾은 3일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들의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날이었다. 
 
국민의힘 연설회에선 경북 울진이 고향인 주호영 당 대표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경북 표를 이재명 지사가 빼앗을 것이다. 우리 당의 TK 표는 누가 지켜야 하나. TK의 자존심을 살리는 길은 여러분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주 후보 뿐 아니라 대구가 고향인 유승민 전 의원도 오래전부터 이 지사를 겨냥한 비판 메시지를 계속 내왔다. 
 

이재명의 영남 주자 행보 시작되나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이 지사의 대구행이어서 더 관심이 집중됐다. "이를 계기로 이 지사가 영남 출신 주자로서의 행보를 가속화 할 것"이란 관측도 정치권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여권의 심장부인 호남 지역에 많은 공을 들여온 이 지사가 이제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설 수도 있다.   
 
대구시와 업무협약을 위해 대구를 찾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4일 대구시청 별관 입구에서 갑자기 찾아온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대구시와 업무협약을 위해 대구를 찾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4일 대구시청 별관 입구에서 갑자기 찾아온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실제로 TK에서 이 지사의 지지세는 만만치 않다. 4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28%)에 이어 이 지사가 2위(16%)였다. 호남에서 이 지사(30%)와 윤 전 총장(4%)의 격차가 26% 포인트 차인 것과 비교하면 이 지사의 TK 지지율은 꽤 높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와 가까운 의원은 “호남에서의 안정적인 지지세 확보에 이어 TK 공략에도 성공한다면, 당내에선 대체 불가능한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며 “또 TK가 대선에서의 표 확장을 위한 주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지사는 지난 4월 부산과 경북 안동을 방문했고, 지난달 7일엔 울산을 찾아 울산시와 업무 협약식을 체결하는 등 영남에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세균·윤희숙, 이재명에 ‘기본소득 공격’ 견제구

 
이 지사의 보폭이 넓어질수록 견제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날은 이 지사의 핵심 정책인 기본소득을 둘러싼 비판이 당 안팎에서 한꺼번에 제기됐다.
 
이 지사와 당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께서 말하는 기본소득은 한 달에 4만원을 주기 위해 26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자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가 예산 26조원을 투입하는 예산편성이 과연 합리적이냐”고 되물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이 지사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인용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을 언급하며 “해당 학자는 선진국의 기본소득에 대해 이 지사와 정반대 입장”이라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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