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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천안문 사태 32주년..홍콩선 촛불만 들어도 잡혀가나

중앙일보 2021.06.04 15:10
홍콩 6.4 기념관에 전시된 촛불. 32주년 천안문 사태 추모식을 앞두고 홍콩 경찰이 2일 기념관을 폐쇄시켰다. [로이터=연합]

홍콩 6.4 기념관에 전시된 촛불. 32주년 천안문 사태 추모식을 앞두고 홍콩 경찰이 2일 기념관을 폐쇄시켰다. [로이터=연합]

천안문 사태를 기리기 위해 개인이 촛불을 들었다면 보안법 위반일까. 지난해 보안법 시행 이후 처음 맞은 천안문 사태 32주년인 4일, ‘촛불 추모’ 행위가 보안법의 시험대에 올랐다. 홍콩 경찰이 집회의 참가를 불허하자 개별적으로 촛불을 들어 기리자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추모는 개인의 자유'라는 주장과 '체제에 대한 도전'이란 반박이 엇갈리고 있다. 보안법이 빚어낸 홍콩의 '암울한' 현실이다. 

보안법 시행 후 첫 추모일...경찰 “집회 전면 금지”
집회 주최측 인사도 체포...공안 조례 위반
집회 금지에 "개별로 촛불 들자"...불법 여부 논란
“추모는 불법 아니다” vs “비판 의도 내포, 안보 위협”

 
2020년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 홍콩 정부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천안문 사태 31주년 추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공원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2020년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 홍콩 정부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천안문 사태 31주년 추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공원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지난해에도 추모 집회는 허가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가 명분이었다. 8인을 초과하는 모임은 금지됐다. 하지만 이날 밤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 시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주최 측 추산 1만여 명이 촛불을 들었다. 무장 경찰은 공원 주변에 바리케이드까지 설치했지만 공원에 들어가는 걸 강제로 막지 않았다. 
 
상황은 지난해 6월 30일 보안법 시행 후 급변했다. 불법 집회 참석ㆍ선동을 이유로 조슈아 웡(黃之鋒ㆍ24) 전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반중 매체로 분류된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ㆍ72),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 리척얀(李卓人) 주석 등 민주 인사 26명이 줄줄이 기소됐다. 조슈아 웡은 징역 13.5개월, 지미 라이는 징역 14개월을 선고받았다.  
2019년 6월 4일 천안문 사태 30주년 추모식이 열린 홍콩 빅토리아 파크. 주최측 추산 18만 명이 운집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로이터=연합]

2019년 6월 4일 천안문 사태 30주년 추모식이 열린 홍콩 빅토리아 파크. 주최측 추산 18만 명이 운집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로이터=연합]

경찰은 올해 더 강경해졌다. 지난달 집회 불허 입장을 발표하며 “코로나 집합 제한령, 공안 조례, 홍콩 보안법 등 법률에 도전할 경우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일엔 천안문 사태 관련 사진전 등을 개최해 온 '6ㆍ4 기념관'이 폐쇄됐다. 개관 이후 처음이었다.

 
급기야 4일 오전 지련회 부주석 초우항텅(鄒幸彤ㆍ36)이 전격 체포됐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매년 홍콩 천안문 민주화 시위 추모 집회를 주최해 온 단체다. 변호사인 초우 부주석은 “당국이 우리를 빅토리아 파크에 모이지 못하게 할 수 있지만 촛불을 켜지 못하게 할 순 없다”며 “합법적으로 모이지 못해도 어느 곳에서나 촛불을 켤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자발적인 촛불 시위를 주도해 왔다. 경찰은 공안 조례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불법 행사에 참여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이를 홍보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다.
 
지난 3일 홍콩 지련회 초우항텅 부주석이 천안문 사태 32주년을 추모하는 촛불을 들고 있다. 초우 부주석은 4일 오전 홍콩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로이터=연합]

지난 3일 홍콩 지련회 초우항텅 부주석이 천안문 사태 32주년을 추모하는 촛불을 들고 있다. 초우 부주석은 4일 오전 홍콩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로이터=연합]

집회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주최 측 지도부가 잇따라 체포된 상황, 시민들이 개별적으로 촛불 시위를 벌이면 어떻게 될까. 사이먼 응가만 (楊艾文) 홍콩대 법대 부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촛불을 드는 것은 국가 전복의 의도가 아닌 추모를 위한 것일 뿐”이라며 “안보상 위협적인 행동을 촉발하거나 공중 보건에 위배되는 행동을 할 때만 불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티앤 페이롱(天飛龍) 베이징 베이항대 법대 교수는 “지련회는 성명서에 ‘일당독재 종식’ 등을 포함시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했다. 촛불을 들거나 구호를 외치는 등의 행위는 공산당에 대한 증오를 부추길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홍콩 경찰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국가 위협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지난 3일 홍콩 코즈베이웨이 거리에서 한 여성이 천안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꽃을 올려놓고 있다. [로이터=연합]

지난 3일 홍콩 코즈베이웨이 거리에서 한 여성이 천안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꽃을 올려놓고 있다. [로이터=연합]

지련회 법률자문인 로니 통 카와(湯家驊) 변호사는 “애도할 수는 있지만 공원에 나타나거나 검은 옷을 함께 입는 것, 구호를 외치는 행위 등은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콩 경찰은 빅토리아 파크 주변에 7000명의 경찰을 배치한 상태다. 전날밤 공원에 들어와 촛불을 켠 시민 세 명이 경찰에게 물품 조사를 받은 뒤 훈방 조치됐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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