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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만줄 알았던 구미3세 언니 징역20년…친모 재판도 주목

중앙일보 2021.06.04 14:51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앞에 시민들이 준비한 숨진 여아를 위한 밥상이 차려져 있다. 연합뉴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앞에 시민들이 준비한 숨진 여아를 위한 밥상이 차려져 있다. 연합뉴스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 3세 여아를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A씨(22)가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합의부(이윤호 부장판사)는 4일 숨진 아이의 친언니로 밝혀진 A씨의 살인·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복지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또 A씨에게 160시간 아동학대 치료 이수를 명했다.
 
재판부는 “전기도 끊기고 먹을 것도 없는 원룸에 홀로 방치된 피해자가 장시간 겪었을 외로움·배고픔·두려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은 이와 같은 범행을 저지른 뒤에도 일생 생활을 했고, 약 6개월이 지난 후 피고인의 어머니가 피해자를 발견하고 연락할 때까지 침묵했다. 그 직후에도 범행을 뉘우치기보다 은폐하려는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은 보호자 의무를 저버린 채 피해자를 극심하게 학대하고 종국에는 생명까지 침해했다. 피해자 고통, 법익의 중대성, 범행 내용, 정황 등을 고려하면 엄벌에 처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만 적극적인 의도를 갖고 아이가 사망하게 하지는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월 반미라 상태의 여아 발견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숨진 여아의 친모가 아닌 언니로 드러난 A씨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 4월 9일. A씨가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숨진 여아의 친모가 아닌 언니로 드러난 A씨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 4월 9일. A씨가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아이를 홀로 남겨두고 떠나 아사(餓死)하게 만든 잔인한 범행과 유전자(DNA) 검사 결과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B씨(48)가 친모임이 드러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날 재판정에 선 A씨는 숨진 아이의 엄마가 아닌 언니인 셈이다. 
 
사건의 시작은 이랬다. 지난 2월 A씨가 살던 아랫집에 거주하는 어머니 B씨는 오랫동안 비워둔 A씨의 집을 정리하기 위해 들렀다가 아이의 시신을 발견했다. 
 
당시 B씨는 딸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처리하겠다”고 말한 뒤 시신을 상자에 담아 어딘가로 옮기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바람 소리가 크게 나 공포감을 느끼고 시신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다음날 이 사실을 안 B씨 남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 “현 남편 사이에서 아기를 가지자 전남편의 자식인 3세 여아를 홀로 원룸에 남겨두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그런 상황에서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동수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 측 변호인은 앞서 공판에서 “A씨는 예전부터 아이를 남겨두고 집을 2~3일씩 비운 적이 있었다"라며 "이번에도 며칠 집을 비웠다가 돌아가려고 했지만 출산 등 여러 일이 겹치면서 보름 이상 못 들어가게 됐고, 그 이후에는 무서워서 귀가를 아예 포기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초 이사하면서 빈집에 아이를 방치해 같은 달 중순쯤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2월 12일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범행 수법이 잔인하다며 징역 25년형을 구형했다. 
 

'출산 한적 없다' 친모 재판 결과 주목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앞에서 지난 4월 22일 한 시민이 아동학대 범죄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앞에서 지난 4월 22일 한 시민이 아동학대 범죄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숨진 아이 생물학적 엄마인 외할머니는 앞서 수사기관이 네 차례에 걸쳐 실시한 유전자(DNA) 검사에서는 숨진 아이가 99.9999998% 확률로 B씨의 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검찰은 B씨가 2018년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구미시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친딸인 A씨가 출산한 아이와 자신의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B씨에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적용했다. B씨 또한 지난 3월 11일 구속된 상태다. 
 
B씨는 지난달 11일 열린 2차 공판에서 “DNA 검사 결과에는 동의하지만, 출산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숨진 아이가 자신과 모녀 관계로 나타난 검사 결과는 인정하지만, 자신은 그 아이를 낳은 적이 없고 아이를 바꿔치기한 적도 없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다만 사체 은닉 미수 혐의의 경우 인정하고 있다. B씨의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7일 열린다.
 
김천=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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