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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 뛰어들어 '봉그깅'···2년간 쓰레기 15t 치운 청년들

중앙일보 2021.06.04 05:00 종합 18면 지면보기
디프다제주 변수빈 대표(왼쪽)가 지난 주말(5월 29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인근 바닷속에서 봉그깅(쓰레기 수거)한 쓰레기를 고은지 팀원에게 전달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디프다제주 변수빈 대표(왼쪽)가 지난 주말(5월 29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인근 바닷속에서 봉그깅(쓰레기 수거)한 쓰레기를 고은지 팀원에게 전달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아름다운 제주바다 속엔 해양쓰레기 문제가…” 

“에메랄드빛 제주바다가 정말 깨끗해 보이죠. 하지만 실상은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바다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오는 7일엔 제주도-중앙그룹 해안정화 캠페인

지난달 29일 오후 1시 제주시 함덕리 서우봉 해안가에서 만난 ‘디프다제주’ 변수빈(30) 대표의 말이다. 디프다제주는 제주바다를 지키기 위해 8명의 2030 청년들이 의기투합한 단체다. 디프다는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고래별자리’의 가장 밝은 항성(스스로 빛을 내는 별)의 이름이다. 이른바 각자 직업들은 있지만, 주말이나 휴일에는 ‘제주바다지킴이’로 활동한다. 
 
이들은 해양쓰레기를 줍는 활동에 ‘봉그깅’이란 이름을 붙였다. 줍다는 의미의 ‘봉그기’라는 제주어와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지칭하는 플로깅(plogging)의 합성이다. 끝에 붙은 ‘ing’는 바다지키기가 현재진행형임을 강조하는 의미도 있다.
 

디프다제주, 2018년부터 제주바다 정화활동 

디프다제주 변수빈 대표(왼쪽)와 고은지 팀원이 지난 주말(5월 29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인근 바닷속에서 봉그깅(쓰레기 수거)한 쓰레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디프다제주 변수빈 대표(왼쪽)와 고은지 팀원이 지난 주말(5월 29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인근 바닷속에서 봉그깅(쓰레기 수거)한 쓰레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디프다제주는 2018년부터 제주 바다를 돌며 물속은 물론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평소에는 주로 해안가 쓰레기를 봉그깅 한다. 하지만 바다 수온이 오르는 늦봄부터 여름철에는 8명의 청년이 프리다이빙(무호흡 잠수) 기술을 살려 바닷속 정화에 나선다. 산소통을 쓰지 않는 프리다이빙 장비를 활용해 수심 10m 이내 바닷속 쓰레기를 봉그깅 한다.
 

변수빈 대표 “2년간 15t 넘는 쓰레기 치워”

디프다제주 변수빈 대표(오른쪽)와 고은지 팀원이 지난 주말(5월 29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인근 바닷속에서 봉그깅(쓰레기 수거)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디프다제주 변수빈 대표(오른쪽)와 고은지 팀원이 지난 주말(5월 29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인근 바닷속에서 봉그깅(쓰레기 수거)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디프다제주 변수빈 대표(왼쪽)와 고은지 팀원이 지난 주말(5월 29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인근 바닷속에서 봉그깅(쓰레기 수거)한 쓰레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디프다제주 변수빈 대표(왼쪽)와 고은지 팀원이 지난 주말(5월 29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인근 바닷속에서 봉그깅(쓰레기 수거)한 쓰레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들이 풀어놓은 제주해양쓰레기 상황은 심각했다. 변 대표는 “예전에 바다에서 다이빙 마스크를 잃어버렸다 며칠 뒤 찾았는데 물고기들이 그 마스크를 뜯어 먹어 헐어있었다”며 “이런 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먹는 물고기, 그 물고기를 먹는 인간을 생각하니 걱정이 정말 크다”고 말했다. 
 
디프다제주는 봉사활동이나 취미처럼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성과는 당초 기대 이상이다. 지난 2년간 봉그깅한 해양쓰레기가 15t이 넘는다. 하지만 “8명의 힘으로 제주바다를 모두 청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디프다제주 측 설명이다. 제주도내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2018년 1만2412t에서 2019년 1만6112t, 지난해 1만6702t 등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봉그깅 마시깅, 인증하면 음료 무료”

지난달 29일 제주함덕해수욕장 인근 바닷가에서 디프다제주 봉그깅(쓰레기 수거) 활동에 참여한 디프다제주 김윤수 팀원(오른쪽)과 자원봉사자 고윤희, 이연지씨. 최충일 기자

지난달 29일 제주함덕해수욕장 인근 바닷가에서 디프다제주 봉그깅(쓰레기 수거) 활동에 참여한 디프다제주 김윤수 팀원(오른쪽)과 자원봉사자 고윤희, 이연지씨. 최충일 기자

디프다 제주 봉그깅 마시깅. 최충일 기자

디프다 제주 봉그깅 마시깅. 최충일 기자

그래서 이들이 생각해낸 방식이 ‘다함께 봉그깅’이라는 참여캠페인이다. 다이빙 자격증이 있는 이는 바다 속 쓰레기를 처리하고 자격증이 없으면 해안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방식이다. 
현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소수의 인원으로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도 2명의 자원봉사자가 디프다제주와 함께 해안가에서 100㎏이 넘는 쓰레기를 수거했다. 
 
참여캠페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활동은 ‘봉그깅마시깅’이다. ‘쓰레기를 주워 인증 후, 음료를 받아 마시자’는 자체적인 후원 활동이다. 일반 참여자가 ‘디프다제주’와 협력을 맺은 상점에 방문해 마대·장갑·집게를 빌려 해양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다. 
 
쓰레기 수거 활동을 사진 등으로 인증하면 연계상점인 카페 등에서 1인당 5000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연계 카페를 찾아가면 5000원 상당의 커피 한잔을 무료로 제공받는 방식이다. 디프다제주 측은 “현재 맥주집·디저트카페 등 4곳과 협력해 운영 중인데 조만간 3곳을 더해 7곳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담배꽁초를 줍는 ‘봉그담’, 텀블러 장려운동 ‘가져오깅마시깅’도 연중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의 날 맞아 제주도-중앙그룹 해안 정화

지난달 29일 제주함덕해수욕장 인근 바닷가에서 디프다제주 봉그깅(쓰레기 수거) 활동에 참여한 변수빈 대표(오른쪽)와 자원봉사자 고윤희씨가 해양쓰레기 더미를 옮기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달 29일 제주함덕해수욕장 인근 바닷가에서 디프다제주 봉그깅(쓰레기 수거) 활동에 참여한 변수빈 대표(오른쪽)와 자원봉사자 고윤희씨가 해양쓰레기 더미를 옮기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에서는 바다의 날(5월31일)과 환경의날(6월5일)을 맞아 행정기관과 기업에서도 이런 취지의 캠페인을 연다. 제주도와 중앙그룹은 오는 7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 해안 일대에서 환경 정화 활동에 나선다. 양쪽은 이날 해양정화 활동에 앞서 해안정화활동캠페인 업무협약을 맺는다. 중앙그룹이 미디어그룹의 특성을 살린 지속적 캠페인을 제안했고, 제주도가 이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달 29일 제주함덕해수욕장 인근 바닷가에서 디프다제주 봉그깅(쓰레기 수거) 활동에 참여한 변수빈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자원봉사자 등이 이날 수거한 해양쓰레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달 29일 제주함덕해수욕장 인근 바닷가에서 디프다제주 봉그깅(쓰레기 수거) 활동에 참여한 변수빈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자원봉사자 등이 이날 수거한 해양쓰레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중앙그룹은 또 여름시즌 휘닉스제주를 찾은 투숙객을 대상으로 ‘바다쓰담 키트’를 제공키로 했다.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한 ‘리유저블백’에 해양쓰레기 수거에 도움을 줄 장갑·생분해봉투 등을 담는다. 참여자에게는 다회용 음료잔에 담을 수 있는 음료교환권을 제공한다. 또 인근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해안정화 활동을 정례화함으로써 민간 참여 분위기도 높여간다는 복안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해양쓰레기 처리는 행정기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이나 기업의 지빌적 참여가 절실하다”며 “도민과 관광객이 생활 속 플라스틱 줄이기 등 해양쓰레기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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