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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6명이 개에 물린다…반려인 1500만 시대 新팬데믹?

중앙일보 2021.06.03 16:02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한강시민공원을 산책하는 모습. 중앙포토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한강시민공원을 산책하는 모습. 중앙포토

“개 물림  사고 낸 개는 골든래트리버가 아닌데, ‘문제견’으로 낙인찍히면 누가 책임지나요.”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50대 여성이 개에 물려 숨진 뒤 이런 ‘견종 논란’이 일었다. 가해견이 골든래트리버 잡종으로 잘못 알려진 것에 대한 견주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다. 가해견은 풍산개와 사모예드 잡종에 가까운 견종이었다. 골든래트리버 견주들은 자신의 개를 색안경 끼고 보는 것과 보호자인 자신도 눈총받게 되는 상황을 걱정했다. 이에 “사람이 죽었는데 개 걱정하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늘어나면서 과거엔 없었던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개 물림 등 사고는 필연처럼 늘고, 사고 이후 처리에 대한 시각차도 나타나고 있다. 반려인과 비(非) 반려인의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서울 한 공원에 세워진 반려동물 동반 에티켓 푯말. 중앙포토

서울 한 공원에 세워진 반려동물 동반 에티켓 푯말. 중앙포토

반려인 1500만 시대 눈앞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만든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604만으로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한다. 사람 수로 따지면 약 1448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그중 개를 기르는 비율이 80.7%로 가장 높다. 통상 ‘반려인=견주(犬主)’로 인식되는 것도 그래서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등록제 정보에 등록된 반려견 개체수는 지난해 말까지 232만1701마리다.
 
반려인, 반려가구, 반려견 개체수가 늘면서 관련 사고도 증가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 간 개 물림 사고로 총 1만1152건의 환자 이송이 이뤄졌다. 크고 작은 개 물림 사고로 하루 평균 6명 이상의 피해자가 병원으로 옮겨진 셈이다.
최근 서울 소재 아파트 단지에 붙은 ‘반려동물 사육안내’라는 게시물. 사진 독자

최근 서울 소재 아파트 단지에 붙은 ‘반려동물 사육안내’라는 게시물. 사진 독자

화성의 반려인, 금성의 비(非)반려인

소음과 배설물도 갈등과 마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에는 ‘반려동물 사육안내’라는 게시물이 붙었다. “냄새나지 않게 해달라” “애완견이 짖으니 집안에 혼자 두지 말라” “애완견은 놀이터에 들어갈 수 없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본 중형견 보호자는 “이웃에 피해 가지 않도록 매번 배설물 치우기, 목줄 착용하기, 엘리베이터 탈 땐 안고 있기 등을 꼭 지킨다”면서 “견주들을 마냥 ‘잠재적 문제자’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진 않다”고 토로했다.
 
이 아파트 또 다른 입주민은 “과거보다 요즘 견주들은 사고 방지에 신경 쓰는 게 느껴지지만, 기본을 안 지키지 보호자들이 여전히 눈에 띈다”고 했다. 이어 “혹시 공격성이 발현될지 몰라 되도록 개 주변은 피해 다닌다”고 말했다.
 
펫티켓(펫+에티켓)에 대한 인식차도 나타난다. 대표적 펫티켓으로는 ▶외출할 때 목줄·입마개 착용 ▶배변 봉투 지참 ▶대중교통 이용 시 이동장 사용 등을 들 수 있다.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펫티켓을 반려가구의 80.8%가 ‘펫티켓을 잘 지키고 있다’고 응답했다. ‘잘 지키지 않는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반면, 일반가구의 경우엔 42.8%가 ‘잘 지키고 있다’고 답했으며 ‘잘 지키지 않는다’는 23.7%였다. 
지난달 경기 남양주에서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 뉴시스

지난달 경기 남양주에서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 뉴시스

“내가 교화하겠다” 사고견 안락사 반대도

지난달 남양주 개 물림 사망의 사고견의 안락사를 놓고 시각차가 드러났다. “사람을 물어 죽인 개를 살려두면 안 된다”는 의견에 일부 애견가들은 안락사를 반대하며 “교화와 심리치료를 하겠다”고 나섰다.
 
동물권행동단체 카라의 정진경 대표는 “가해견 안락사 찬반 논란은 반려동물에 대한 존중 의식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개의 본성 발현은 전적으로 사람에게 달렸는데 방치·학대해놓고 혐오하는 건 반려동물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이 낙후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려견이 처한 상황과 행동 특성을 이해해 사고를 방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얘기다.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이삭애견훈련소 대표)는 “천성이 순한 견종이라 해도 도시에서 자랄 경우 활동 범위가 줄어들면서 사회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개들은 동체시력(動體視力)을 갖고 있어 아파트·엘리베이터·골목 등 좁고 밀폐된 곳에선 사람의 행동을 위협으로 인식해 반사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피해 규모는 대형견이 크지만 중소형견들의 물림 사고가 더 잦기 때문에 견주가 책임지고 상황에 맞는 반려견 예절교육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인근 공원에서 지난해 ‘반려견 산책 매너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모습. 뉴스1

서울 성동구 행당동 인근 공원에서 지난해 ‘반려견 산책 매너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모습. 뉴스1

개 물림은 반려시대의 ‘팬데믹’인가

어설픈 일회성 대책이 아닌 체계적인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 문화가 형성되지 않으면, 반려동물을 둘러싼 갈등은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대유행병)’처럼 퍼지고 결국 인간을 힘들게 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웅종 교수는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에선 ‘반려동물 교육인증제’를 시행해 바른 산책이나 펫티켓을 익히는 연습을 보호자와 반려견이 함께 한다”며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 차원이나 아파트 단지별로 도입한다면 이웃 간 마찰을 줄이고 반려견 등록제 비율을 높이는 선순환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 공동발의를 추진 중인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올해 안으로 ‘동물보험법’을 마련해 반려동물 등록제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했다. 법안에 ‘개 물림 사고 이력제’ 등 실효성 높은 대책을 포함할 계획이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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