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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혐의 송치 사건서 담합 찾은 검찰…미군 공사 건설사 7곳 기소

중앙일보 2021.06.03 06:00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청사.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청사. 연합뉴스

주한미군이 발주한 공사를 7개 건설사가 담합해 돌아가면서 수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총 400억원대에 달하는 주한미군 공사 20여건을 순번을 정해놓고 응찰가격을 맞추는 방식으로 이익을 거둔 건설사 7곳과 책임자 7명을 재판에 넘겼다. “원청업체가 공사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하청업체의 고소가 담합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미군 발주 공사' 담합 첫 기소

서울동부지검 공정거래‧경제범죄전담부(부장 김형주)는 23건의 주한미군 발주 공사를 돌아가면서 수주한 7개 건설사 및 책임자 7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2016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23건의 공사 입찰에 참여해 순번에 따라 돌아가면서 수주했다. 총 공사비만 439억원에 달한다. 미군이 발주한 공사에서 입찰담합 범죄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공소사실 등에 따르면 2016년 7월 사전심사를 통해 미군 발주 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한 7개 업체의 실무자들은 한 곳에 모여 낙찰 순번을 정했다. 미군에서 공고가 나오면 사전에 정한 순번에 따라 높은 가격에 응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검찰은 7개 업체 대표자 각 1명씩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대다수가 각 건설사에서 상무‧전무 등 임원을 맡았거나 현재도 근무하고 있다. 검찰은 7개 법인도 재판에 넘겼고, 수사 결과를 공정위와 미군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미군은 원래 이런가' 의문서 시작

담합 수사는 2019년 10월 한 건설사의 하청업체가 접수한 고소장이 발단이 됐다. 담합과는 관련 없는 공사대금 미지급 관련 분쟁이었다.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한 서울 광진경찰서는 공사대금 미지급 등 혐의가 없다고 보고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송치 사건을 검토하는 중 입찰 과정에서 특이점이 있다고 보고 미 육군수사본부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 연합뉴스

서울 용산 미군기지. 연합뉴스

미군 측에서 검찰에 보낸 자료와 공사 관련 입출금 내역을 분석한 검찰은 7개 건설사의 담합을 의심해 업체 7곳을 모두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하청업체의 공사대금 미지급 관련 고소 사건은 경찰 판단과 동일하게 무혐의로 종결했지만, 추가 수사를 통해 담합을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을 검토하던 검사가 ‘주한 미군은 원래 이렇게 입찰을 하나’라는 의구심을 가지면서 인지하게 된 사건”이라며 “외국 발주 공사에 있어서도 국제 표준에 맞춘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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