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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바람 심상찮슴더" "이바구만 잘해"…보수의 심장 갈렸다

중앙일보 2021.06.03 05:00 종합 4면 지면보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되고 나서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싸웁니더. 그래서 손님들하고 이야기도 잘 안합니더.”

국민의힘 전대 토론 전날 대구 민심
과일장사 70대 “세대교체부터 해야”
철물점 50대 “단계 밟은 사람이 낫다”
부산 벡스코선 부·울·경 합동연설회

 
2일 오전 동대구역에서 만난 50대 개인택시 기사 김모씨의 말이다. “서울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분위기 취재차 내려왔다”는 기자의 말에 이런 쌀쌀맞은 반응이 돌아왔다.
 
20분 정도가 흘러 목적지인 대구 동성로 인근에 도착할 무렵에야 김씨는 마음을 풀었는지 조금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준석 바람이 심상치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왼쪽 사진부터), 홍문표, 주호영, 조경태, 나경원 당대표 후보가 연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왼쪽 사진부터), 홍문표, 주호영, 조경태, 나경원 당대표 후보가 연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는 흔히들 ‘보수의 심장’으로 부른다. 오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도 대구를 비롯한 TK(대구ㆍ경북) 지역의 당원 표심이 당락을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인단 예측안’에 따르면 이번 전당대회 선거인단은 총 32만8889명(대의원 8372명, 책임당원 27만6698명, 일반당원 4만3819명), 이중 TK 지역은 전체의 28.0%인 9만2118명이다. 당 대표 본투표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 70%에 일반여론조사 3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준석 후보가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했지만,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한 나경원ㆍ주호영 후보가 역전승을 벼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인삼판매점을 운영하는 성효분씨(66)는 2일 기자와 만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대구 서문시장에서 인삼판매점을 운영하는 성효분씨(66)는 2일 기자와 만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사람이 좀 바뀌어야 돼.” 중구 반월당역에서 만난 한상재씨(70)는 “국민의힘 대표는 이준석이 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봐라. 젊은 애들이 여당에 다 등을 돌리삐(돌려버린다). 그럼 우리(야당)도 그 애들 인기를 얻으려면 젊은 사람이 나서줘야 하지 않겠나”고 주장했다.
 
서문시장 입구에서 신문을 읽고 있던 과일장사 최재윤씨(79)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주호영이 내 고등학교(능인고) 후배라 좀 미안하긴 한데, 그래도 우짜것노. 정권교체를 하려면 우리부터 세대교체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서문시장에서 인삼판매점을 운영하는 성효분씨(66)는 이준석 후보에 대한 타 후보의 비판 논리를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 후보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어리다”는 지적에 그는 “노다지(계속) 늙은이들이 해서 대구가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깝다는 비판이 있다”고 하자 “준석이는 박근혜가 발탁했다”고 말했다. 인근 건어물 가게에서 부모 일을 돕고 있는 30살 주부(이름은 밝히지 않음)는 “얼마 전에 이준석씨가 여기를 한 바퀴 싹 훑고 가 여론이 굉장히 좋다”고 귀띔했다.

 
서문시장에서 오디 장사를 하는 이동운씨(76). 2일 이씨는 국민의힘 새 대표로 "젊은 사람보다는 경륜있는 사람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서문시장에서 오디 장사를 하는 이동운씨(76). 2일 이씨는 국민의힘 새 대표로 "젊은 사람보다는 경륜있는 사람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반면 이 후보를 비판하면서 나경원, 주호영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이들도 꽤 많았다. 이들은 이 후보의 경험 부족, 또 대선을 관리할 내공이 있는지를 공통적으로 우려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서 만난 정희병씨(60)는 “나는 준석이는 마음에 안 든다. 이바구(이야기)는 잘 할지 몰라도 깊은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유승민씨하고 전부 한 패거리인 데다가 이번엔 김무성씨하고 북적북적하더라. 나이는 젊은데 낡은 구태 정치를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화원읍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김기학씨(58)는 “정당을 이끌려면 연륜이 있어야 하는데 준석이는 조금 성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나경원씨나 주호영씨 같이 원내대표도 하고, 뭐든지 단계를 밟아 올라온 사람이 조금 더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서문시장에서 오디 장사를 하는 이동운씨(76)도 “좀 묵은 사람이 안 낫겠나. 정치 경력이 있어야 한다”며 “젊은 사람이 하면 얼마나 하겠나. 열심히 하더라도 같은 당에 식구들(정치인)이 글마(이 후보)를 안 믿을 거 아니가”라고 말했다.

 
달성군 화원읍의 한 정육점 직원인 안만철씨(52)는 2일 "누가 대표가 되는 국민의힘의 정치적 물갈이가 필요하다"며 야권의 변화를 촉구했다. 김기정 기자

달성군 화원읍의 한 정육점 직원인 안만철씨(52)는 2일 "누가 대표가 되는 국민의힘의 정치적 물갈이가 필요하다"며 야권의 변화를 촉구했다. 김기정 기자

이 후보와 비슷한 연령대인 대구의 20ㆍ30세대들 중엔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일정이나, 당 대표 경선 후보로 누가 나왔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대구 동성로의 한 스포츠의류매장 점장인 이재환씨(36)는 “제가 아는 우리 또래 중에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주말 오후마다 퍼레이드식으로, 깃발 같은 걸 들고 ‘4ㆍ15 총선 부정선거’를 외치며 동성로를 다니는 분들이 있다”며 “그런 부분이 젊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경 보수층에 대한 반감이다. 
 
인근 옷가게 점원인 이다솜씨(25)는 “무조건 빨간색을 찍는 부모님 세대와 우리 또래의 분위기는 다르다. 지금 여당이 꼭 잘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보수 정당을 찍을 정도로 야당이 변화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변화를 촉구하는 쓴소리도 있었다. 화원읍의 정육점에서 일하는 안만철씨(52)는 “국민의힘이 너무 정체돼 있다. 지금 야당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민주당이 못하는 데 대한 반대급부”라며 “누가 대표가 되든 정치적인 물갈이가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구=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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