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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 난 화장품 용기통에도···올리브영 샴푸 매출 1위, 이 회사

중앙일보 2021.06.03 05:00 경제 5면 지면보기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가 26일 서울 신사동 브랜드 체험관내 리필 스테이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 쓴 빈 용기나 재활용 용기에 내용물만 담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강정현 기자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가 26일 서울 신사동 브랜드 체험관내 리필 스테이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 쓴 빈 용기나 재활용 용기에 내용물만 담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강정현 기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재활용 의지가 높은 나라다. 사람들이 열심히 분리수거를 해 2019년 기준 분기수거율은 87.1%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비중은 10~30%대에 불과하다. 더 이상 쓰레기를 묻을 땅도 없다는데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

‘예쁜 쓰레기’ 쏟아내는 화장품 업계

“분리수거만 강조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실제로 재활용이 되려면 ‘같은 플라스틱’끼리 모아 버려야 하고, 그러려면 기업이 처음부터 제품을 구분되게 만들어야죠.”

100% 재활용 용기 고집하는 아로마티카의 녹색 도전

 
아로마티카는 원료 선정부터 화장품 내용 및 용기 제조까지 전 단계를 직접 관리해 친환경 천연 화장품 공정을 실천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아로마티카는 원료 선정부터 화장품 내용 및 용기 제조까지 전 단계를 직접 관리해 친환경 천연 화장품 공정을 실천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달 26일 만난 김영균(50) 아로마티카 대표의 말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아로마티카는 김 대표가 2004년 세운 천연 유기농 화장품 기업이다. 먹고 바르는 일상 용품 곳곳에 인체에 유해한 화학성분이 들어있는 것에 충격을 받아 ‘안전한 천연 원료만으로 만든 화장품을 만들어 보자’며 창업했다.
 
그동안 김 대표는 화장품의 ‘원료와 용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아름다움이란 화장품의 근본 가치는 건강과 떼려야 뗄 수 없고, 건강하기 위해선 환경이 깨끗해야 한다. 썩지도 않는 화장품 용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가는데 어떻게 아름다움이나 건강을 얘기할 수 있을까. 화장품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환경운동가 못지않게 용기 재활용을 강조하는 이유다.    

소재를 통일하면 재활용이 잘 된다 

플라스틱 소재별로 수거할 수 있게 설치해 놓은 서울 신사동 아로마티카의 '분리배출장'. 이소아 기자

플라스틱 소재별로 수거할 수 있게 설치해 놓은 서울 신사동 아로마티카의 '분리배출장'. 이소아 기자

김 대표의 주장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처음 만들 때부터 ‘재활용이 잘 되는’ 용기를 만들자는 거다. 플라스틱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소재가 다 다르다. 액상 비누가 담긴 세제통이나 대용량 우유통은 PE(폴리에틸렌)이고 투명한 생수통은 PET(페트)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배달음식 용기들은 PP(폴리프로필렌)다. 
쓰레기 작업장에선 이물질이 묻은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다른 소재의 플라스틱이 섞여있어도 재활용이 안 된다. 하지만 현행 분리수거는 플라스틱을 하나로 뭉뚱그려 수거하는 탓에 막대한 플라스틱이 태워지거나 묻혀버린다. 사람들의 분리수거가 허사가 되는 순간이다. 
소재별 재활용 가능 여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소재별 재활용 가능 여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 대표는 “식품 용기와 뚜껑(캡)은 PP, 음료수나 화장품 용기는 PET, 샴푸통이나 세제통은 PE, 이런 식으로 기업이 제품별로 소재를 통일해 만들어 공식처럼 알린다면 소비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습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도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을 소재별로 나눠 설치해 진짜 ‘분리수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이 다 보이는 ‘투명 용기’개발 

아로마티카는 이런 재활용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걸 실천으로 보여준다.  
현재 130여종이 넘는 아로마티카 제품의 용기는 모두 재활용 플라스틱과 유리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이를 위해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브랜드 체험관(‘하우스 오브 아로마티카’)에서 플라스틱과 유리 공병을 모은 뒤 소재별로 선별한다. 이어 공장에서 용기를 분쇄해 원료로 만든 뒤 새로운 용기로 재탄생시킨다. 여기에 내용물을 채워 넣으면 아로마티카 제품이 된다. 김 대표는 “재활용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20% 비용이 더 들어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지만 당장의 수익보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생각하는 게 진정성을 보여주는 길”이라며 “재활용이 쉽도록 용기 본체와 뚜껑 등을 단일 소재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로마티카 화장품 용기 뒷면에는 부분별로 소재와 배출방법, 재활용 등급이 적혀 있다. 이소아 기자

아로마티카 화장품 용기 뒷면에는 부분별로 소재와 배출방법, 재활용 등급이 적혀 있다. 이소아 기자

 
최근엔 2년 간의 연구 끝에 샴푸 등 헤어 제품 전체의 용기를 투명한 재활용 페트(PET)로 바꿨다. 투명한 페트는 섬유를 뽑아내는 등 재활용 가치가 가장 높은 플라스틱지만 업계에선 내용물 보호와 미적 요소 등을 이유로 엄두를 내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재활용 공정 탓에 용기 겉면에 살짝 파인 자국이나 작은 점이 보이는데 못난이 사과처럼 내용물이나 내구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예쁘게 봐 달라”며 웃었다.    
 
빈 용기에 내용물을 채워 쓸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도 확대하고 있다. 서울 망원동 ‘알맹상점’과 신사동 브랜드 체험관에서 운영 중인데 용기를 가져와도 되고 현장에서 재활용 용기를 구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화장품을 리필해 쓰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71%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용기 못지않게 원료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세계 각지에서 안전한 원료를 공수해 자체 연구소에서 유효성분과 영양분을 추출해 화장품을 만든다. 원료부터 제조 단계까지 코스모스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김 대표는 “아로마티카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천연 성분 중에서도 인체에 자극이 없는 식물성(비건) 성분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동물성 성분은 생명 윤리에 어긋날 수 있고 알러지 등 자극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제외한다. 

MZ세대 “피부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자”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가 서울 신사동 브랜드 체험관을 찾은 고객들에게 즉석에서 플라스틱이 재활용 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가 서울 신사동 브랜드 체험관을 찾은 고객들에게 즉석에서 플라스틱이 재활용 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좋은 성분과 친환경 용기사용이 호응을 얻으면서 아로마티카는 CJ올리브영에서 샴푸 부문 1위를 기록하는 등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코스트코·아마존 등 전 세계 35개국에 입점해 수출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한다.
성장의 중심엔 주요 고객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있다. 김 대표는 “MZ세대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채워나가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특히 Z세대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놀이를 하듯 친환경 제품을 경험해보고 즐긴다. 이들에게 친환경 소비는 하나의 문화”라고 말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10억원. 김 대표는 “수익이 크게 나지 않아도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기 위해 매년 영업이익의 20%를 사회공헌 활동에 쓰고 있다”며 “제품 개발을 위해 재투자하고 사회에 더 많이 환원하기 위해 2023년쯤 상장(IPO)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과 결단이 필요할 뿐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노력한다면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노력은 반드시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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