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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女중사 사망 9일 지나서야, 가해자 전화 확보한 軍

중앙일보 2021.06.02 19:12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된 고(故) 이모 중사의 주검 앞에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지난 3월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이 중사는 두달여만인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된 고(故) 이모 중사의 주검 앞에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지난 3월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이 중사는 두달여만인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공군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뒤 조사를 받던 여성 부사관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서 공군은 사건 초기 가해자의 휴대폰을 확보하지도 않는 등 부실대응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피해자는 상담 과정에서 숨지기 한달여 전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석 달 만에 휴대전화 확보"

 
2일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숨진 이모 중사는 지난 3월 5일 공군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에서 최초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선임 부사관인 장모 중사가차 안에서 자신의 신체를 만지고, 본인의 신체를 강제로 만지게 했다는 등 구체적인 진술을 했다.
 
공군은 피해자 진술이 있고 열흘 뒤인 지난 3월 15일 가해자에 대한 첫 조사를 했다. 이때 장 중사는 일부 혐의만 시인하고 피해자가 주장한 내용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당시 공군은 피해자인 이 중사와 장 중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장 중사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했다. 또 장 중사의 휴대전화도 확보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주장을 증명해줄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장 중사의 휴대전화는 지난달 31일에야 확보됐는데, 이는 사건이 공군 군 검찰로 송치된 이후이자, 이 중사가 사망하고 9일 만이다. 이 중사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석 달이 지나서야 공군은 휴대전화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된 고(故) 이모 중사의 주검 앞에서 영정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된 고(故) 이모 중사의 주검 앞에서 영정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가해자 분리 안해"

 
또 공군 법무실이 이 의원 측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공군은 이 중사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벌인 3월 5일 당시 상담관을 배석하도록 했다. 그러나 장 중사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분리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장 중사는 3월 17일 다른 부대로 파견 조치됐는데, 이는 피해가 발생하고 2주나 지난 시점이다.
 
이 의원은 "공군은 최소한 피해자 조사를 실시한 3월 5에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분리 조처를 했어야 함에도 2주일 동안이나 분리 조처를 하지 않아 피해자가 가해자 등으로부터 2차 가해를 받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단선택 암시…상담종료"

 
특히 이 중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했는데도 피해와 관련한 상담이 종료된 정황도 있다. 이 중사는 20비행단 소속 민간인 성고충 전문상담관과 22차례 상담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중사는 상담 중이던 지난 4월 15일 상담관에게 "자살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 뒤 이 중사는 2주 동안 6차례 지역의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 및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4월 30일 성폭력상담소는 "자살징후 없었으며, 상태가 호전됐다"고 진단하고 상담을 종료했다.
 
이 중사는 지난달 3일 청원휴가가 끝났지만 2주 동안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자가격리를 했다. 격리가 끝난 뒤 20비행단에서 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속 조치가 이뤄졌고, 나흘 만인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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