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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나이제한 美 35세, 佛는 18세…'젋은 수반'들, 코로나시대 두각

중앙일보 2021.06.02 19:0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30대에 국가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런 젊은 지도자는 원천적으로 나올 수 없다. 헌법이 대통령 출마자격을 '40세 이상'으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이준석 돌풍’에서 시작된 정치권 세대교체 바람이 '대통령 피선거권 나이 제한'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연령 기준이 시대 변화나 세계적 조류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면서다. 이른바 '장유유서 헌법' 논란이다. 
 
왼쪽부터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이들은 모두 30대에 국가 수반 자리에 올랐다. [AP·EPA·신화=연합뉴스]

왼쪽부터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이들은 모두 30대에 국가 수반 자리에 올랐다. [AP·EPA·신화=연합뉴스]

이런 논란은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입후보 자격을 35세 이상으로 규정한 미국에서도 미국 등도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법안이 지속적으로 제출되고 있다.
 
세계 정상 평균 연령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세계 정상 평균 연령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정상들의 나이도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옥스포드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OECD 가입국 정부 수반의 평균 나이는 60세 이상에서 54세로 꾸준히 내려갔다. 78세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 나서자 뉴욕타임스(NYT)가 “만약 당선된다면 OECD 국가들의 평균과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촌평을 했던 이유다. 
 

대다수 국가 나이 제한…기준은 제각각 

한국과 같은 대통령제 국가나 총리와 대통령을 함께 선출하는 국가에선 대부분 국회의원 출마보다 대통령 출마에 더 높은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 연방헌법은 최소 35세가 되어야 대통령 입후보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지난 2015년 34세였던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의 대통령 선거운동 기부금 수령 문제를 놓고 한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세계 각국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세계 각국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정의당이 세계 각국의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가 18세로 가장 낮았다. 미국·인도·브라질·멕시코 등은 35세를 기준으로 뒀다. 40세인 한국보다 연령 기준이 높은 나라들도 있다. 45세의 싱가포르, 50세의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30대 총리 기용한 뉴질랜드‧오스트리아‧핀란드

젊은 국가 지도자는 대통령제보다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등장하는 빈도가 잦다.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 구조여서다. 저신다 아던(41) 뉴질랜드 총리와 제바스티안 쿠르츠(35) 오스트리아 총리, 산나 마린(36) 핀란드 총리가 대표적이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일(현지시간) 공군 헬기를 타고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남쪽 애시버튼 인근 홍수 피해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AP=뉴시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일(현지시간) 공군 헬기를 타고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남쪽 애시버튼 인근 홍수 피해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AP=뉴시스]

아던 총리는 37세였던 지난 2017년부터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인 단호함, 국민과의 소통 능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9년 12월 34세의 나이로 핀란드 행정부 수반에 오른 마린 핀란드 총리는 평소 성(性) 평등주의를 강조해왔다. 지난해 10월 패션지 화보 촬영 당시 ‘클리비지 룩(cleavage look, 가슴 사이가 깊게 파인 옷차림)’을 선보이는 등 기존 정치문화의 틀을 깨는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이들 젊은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일찍부터 정치권에 진출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다. 
 
핀란드 패션잡지 '트렌디'가 게재한 산나 마린 총리 화보. 인스타그램 캡처

핀란드 패션잡지 '트렌디'가 게재한 산나 마린 총리 화보. 인스타그램 캡처

마린 총리는 21세에 정당에 가입해 교통장관 등을 두루 거쳤다. 17세에 노동당에 입당한 아던 총리도 한때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세계 최연소 수반인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도 17세에 정치에 뛰어들어 31세에 처음 총리에 올랐다. 
 

"이념보다 상식과 과학" 코로나 시대에 두각

젊은 지도자들은 최근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적 이념과 진영보단 실리를 선택하고, 과학을 존중하는 경향이 강한 영향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이들의 대표적 지지기반은 이념과 진영에 구애받지 않는 ‘MZ세대’(1980∼2000년대생)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누적 확진자 60만대로 이웃한 독일(368만)보다 훨씬 적다. 핀란드도 ‘자율 방역’에 의존하다 실패를 겪은 이웃 스웨덴과 달리 누적 확진자가 9만명대에 그치고 있다. 뉴질랜드는 전체 누적 확진자가 200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젊은 정치인, "실수와 혁신 모두 가능"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AFP=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AFP=연합뉴스]

하지만 젊은 지도자들이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 때로는 기존 정치질서를 혁신하겠다는 욕망이 과해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부정하거나, 소통을 강조하는 경향이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사례도 나타난다. 
 
이른바 '밀레니얼 독재자'로 불리는 나이브 부켈레(40)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2019년 38세로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군중과 무장한 군인을 동원해 국회를 압박하고, 코로나19 이동금지령을 위반했다며 수천 명을 불법 감금하는 강압적 통치 방식을 이어가 국제사회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결국 젊은 정치인에게 따라붙는 꼬리표는 경험 부족인데 이는 정치적 실수와 혁신을 모두 가져올 수 있다”며 “피선거권 나이 논의는 당장의 변화를 가져오기보단, 젊은 유권자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며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열린 자세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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