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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희정’은 왜 ‘우광재’ 아닌 정세균에게 갔나…헤쳐 모이는 친문

중앙일보 2021.06.02 18:20
2017년 3월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왼쪽)가 당시 국회의장이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예방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17년 3월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왼쪽)가 당시 국회의장이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예방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도왔던 여권 인사들이 정세균 전 국무총리 곁으로 모이고 있다.
 
구(舊) ‘안희정계’ 핵심으로 2017년 안 전지사 경선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은 조승래(대전 유성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정 전 총리 대선 경선 캠프 대변인에 임명됐다. 조 의원은 임명 당일 페이스북에 “급격한 변화의 시대, 변화의 과정과 결과도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그게 정세균의 리더십”이라고 적었다. 조 의원은 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안 전 지사와 정 전 총리의 중도합리적인 리더십이 닮았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가 2010년 충남지사에 처음 당선된 직후 정무부지사로 발탁했던 김종민(충남 논산·계룡·금산) 의원은 정 전 총리의 충청 지지모임 상임고문을 맡았다. 2017년 안 전 지사 대선 경선 캠프 총괄본부장이었던 백재현 전 의원도 정 전 총리를 돕고 있고 당시 캠프 정무특보를 지낸 권오중 전 총리실 민정실장도 정 전 총리 캠프 공보업무를 담당한다. ‘안희정계’로 분류되는 김정섭 공주시장, 박정현 부여군수, 김홍장 당진시장 등도 정 전 총리를 우회 지원하고 있다. 
 
정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정 전 총리 또는 그 측근들과 인연 깊거나 정치적 노선이 비슷해 선택했을 뿐”이라며 “옛 안희정계가 집단적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헤쳐 모이는 친문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캠프와 격렬한 일전을 치렀던 안 전 지사 측 인사들은 2018년 3월 안 전 지사의 성폭행 보도 이후 뿔뿔이 흩어졌다. “사건 이후 안 전 지사 얘기를 하는 것도 서로에게 부담스러웠다”(충청권 재선 의원)던 이들은 이후 강한 친문으로 변신했다. ‘조국 수호’ 최전선에 섰던 김종민 의원이 대표적 사례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CGV에서 열린 영화 '학교 가는 길' VIP상영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CGV에서 열린 영화 '학교 가는 길' VIP상영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희정의 사람들’이 정 전 총리 캠프에 모여드는 건 당내 친문그룹이 헤쳐 모이는 과정의 일부로 봐야 한다”(충청권 의원)게 당내의 시선이다. 지난해 11월 연구모임 ‘민주주의4.0’을 결성한 뒤 지지할 제3후보를 물색해 왔던 친문 그룹은 최근 각 경선 주자 캠프로 빠르게 흩어지고 있다. ‘민주주의4.0’에 이름을 올렸던 의원들(56명) 중 김정호·송기헌 의원은 이광재 의원을, 최종윤·민형배·박상혁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돕기 시작했고, 박정·정태호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 서삼석·김병주 의원은 정 전 총리 캠프에 합류했다.
 
5·2전당대회에서 친문그룹이 민 홍영표 의원의  패배가 구심력 소멸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친문 핵심인 전해철·황희 의원이 지난해 말 입각해 당내 움직임에 관여할 수 없게 된 점도 작용했다.  
 

충청 발판 마련한 정세균

 
안희정계의 대거 합류는 정 전 총리 입장에선 충청권 지지세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충남 출신의 한 민주당 다선 의원은 “충청 지역에선 안 전 지사를 기억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며 “안희정계 합류가 정 전 총리의 충청 지역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해 7월 안희정 전 지사 모친상을 찾아 조문했다. 정 전 총리 측 인사는 "안 전 지사와 정 전 총리는 오랜 정치적 동지 관계"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해 7월 안희정 전 지사 모친상을 찾아 조문했다. 정 전 총리 측 인사는 "안 전 지사와 정 전 총리는 오랜 정치적 동지 관계"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안희정계의 선택엔 안 전 지사와 정 전 총리 사이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2002년 대선 승리 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1년 실형이 확정돼 진로가 막혔던 안 전 지사의 재기를 도운 게 정 전 총리였다. 2008년 통합민주당(현 민주당) 대표 후보로 나선 정 전 총리는 당시 최고위원에 도전한 안 전 지사를 거들어 함께 당선됐다. 정 전 총리는 자신이 공천권을 행사한 2010년 지방선거 때 45세이던 안희정 최고위원에게 충남지사 도전을 적극 권유했다고 한다. 안 전 지사는 정 전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했던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때 “정세균 대표는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시절부터 우리 당의 큰 원칙이자 기둥”이라는 공개 지지 선언으로 빚을 갚았다. 
 
익명을 요구한 정세균계 인사는 “정 전 총리는 안 전 지사뿐만 아니라 2007년 대선 패배 후 ‘폐족’으로 불렸던 친노그룹이 활로를 찾는 과정을 물심양면 도왔다”며 “하지만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라는 게 정 전 총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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