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주택자 대출 완화라더니…고소득자만 유리, 'DRS 족쇄'로 립서비스 수준?

중앙일보 2021.06.02 17:33
오는 7월부터 9억원 이하의 주택을 사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한도가 늘어난다. 하지만 셈법은 간단치 않다.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도 늘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한도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돼 신용대출을 포함해 집을 산다면 계산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고소득자에게만 유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70%까지 완화하기로 했다.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70%까지 완화하기로 했다.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서민ㆍ실수요자 주담대 우대요건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연 소득 9000만원 이하(생애최초 1억원 미만)인 사람이 9억원 이하(조정지역 8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60%(조정지역 70%)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다만 최대 대출 한도는 4억원이다. 
서민·실수요자 주담대 우대요건 완화 대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민·실수요자 주담대 우대요건 완화 대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늘어난 주담대 한도, 오른 집값 탓 언발에 오줌누기?

이번 대책에 따르면 주담대 한도는 늘어난다. 연소득이 5000만원이고 마이너스 통장 5000만원(연 금리 3%)를 갖고 있는 A씨가 상계주공6단지 전용 41.3㎡을 매매하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면적의 지난 5월 말 기준 KB시세는 6억500만원이다. 시세가 6억원을 넘어 무주택 실소유자 대출 완화 혜택을 보지 못했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7월부터는 집값의 6억원까지는 LTV를 최대 60%, 6억원이 넘는 액수에 대해서는 LTV 50%가 적용된다. 주담대(금리 연 2.7%, 30년 원리금 균등 상환) 액수는 2억4200만원에서 3억6250만원으로 1억2050만원 늘어난다. 
대출 가능 금액 어떻게 변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출 가능 금액 어떻게 변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담대 액수는 늘지만, 신용대출은 줄여야 한다. A씨의 마이너스통장 대출금(5000만원)을 포함할 경우 DSR은 52.5%이다. 마이너스통장을 그대로 유지하면 주담대가 2억3000만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주담대를 최대한 받으려면 신용대출을 1350만원으로 줄여야 한다. 결국 A씨가 받을 수 있는 총 대출(기존 주담대와 신용대출)액은 2억9200만원에서 3억7600만원(늘어난 주담대 3억6250만원+신용대출 1350만원)으로 8400만원 늘어난다. A씨가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은 산정 만기가 5년(22년 7월)→1년(23년 7월)으로 짧아짐에 따라 1020만원, 225만원으로 매년 줄어들게 된다.  
 
대출 총액은 늘었지만 집을 사려면 현금이 더 필요하다. 그동안 오른 집값 때문이다. 이번 규제 완화가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6월 해당 아파트의 시세는 4억4500만원으로, 주담대(2억2250만원)와 신용대출(5000만원)을 포함하면 1억7250만원의 현금만 수중에 있으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시세가 크게 오르며 대출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2억2900만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최대한도 4억원, DSR 고려하면 실익 적어

계산은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담대 최대한도가 4억원인 것도 유의해야 한다. A씨가 같은 단지 내 전용 58.01㎡를 매매할 경우를 살펴보자. 5월 말 기준 KB시세는 8억1000만원으로, 이번 규제 완화로 LTV 우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LTV만 적용하면 대출금액은 5억1500만원이지만, 실제로는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은 4억원이다.   
 
이렇게 되면 신용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A씨가 올해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은 300만원이 전부다. 결국 대출 총액은 3억7400만원에서 4억300만원(주담대 4억원+신용대출 300만원)으로 2900만원만 늘어나게 된다. 
 
4억원 최대 한도는 주택가격이 6억8000만원을 넘으면 적용된다. 이달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9억9833만원 수준인 만큼, LTV가 풀리더라도 DSR 40%를 고려하면 증가액이 적을 수 있다.
대출 가능 금액 어떻게 변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출 가능 금액 어떻게 변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소득 클수록 덕 보는 대출 규제 완화

다만 연 소득이 많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금융당국이 DSR 규제를 도입한 것도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소득)만큼만 대출하자는 취지다. 
 
연 소득이 9500만원이고 마이너스통장을 8000만원 (금리 연 3%)갖고 있는 B씨는 상계주공 6단지 전용 41.3㎡와 58.01㎡를 살 때 신용대출을 줄일 필요가 없다. 주담대 증가분을 각각 1억2050만원과 7600만원씩 더 대출받을 수 있다. 물론 B씨도 신용대출 만기 산정 축소로 23년부터 신용대출 금액을 각각 1975만원, 1795만원으로 줄여야 한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6억6000만원 아파트를 주담대 4억원, 신용대출 1억원을 내 구매한다면 필요한 가계소득은 9000만원으로 상위 10%이내인 가계만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신용대출 먼저 받아야 유리…마통 한도 줄여야  

최대한 유리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DSR 산정시 신용대출은 개인 소득으로, 주담대는 부부 합산 소득으로 따지는 걸 이용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부 중 소득이 많은 사람이 신용대출을 받은 뒤 주담대를 받으면 DSR 산정 소득에 여유분이 많아져 신용대출을 줄이지 않고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며 “이후 배우자가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는 게 대출을 더 많이 받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DSR 산정에서 제외되는 대출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회사 기금 등 회사가 운영하는 복지제도나 예·적금 담보대출이나 보험 약관 대출 등은 DSR 산정에서 제외된다. 반면 마이너스통장은 한도를 줄이는 게 좋다. 마이너스 통장은 한도 전체가 부채 총액으로 잡히게 돼 당장 빌려 쓰지 않는 돈도 모두 DSR 산정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