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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 침대도 지른다...꽂히면 지갑 여는 '앰비슈머' 등장

중앙일보 2021.06.02 17:06
시몬스가 판매하는 침대 중 최상위 모델인 뷰티레스트 블랙. 가격은 2000만원 이상이다. [사진 시몬스]

시몬스가 판매하는 침대 중 최상위 모델인 뷰티레스트 블랙. 가격은 2000만원 이상이다. [사진 시몬스]

 
# ‘특급호텔 침대’로 유명해진 ‘뷰티레스트 블랙’은 시몬스가 판매하는 프리미엄 침대 중 최고급 라인이다. 가격은 2000만원 이상으로 모델에 따라 30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그런데 올들어 이 침대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시몬스에 따르면 명품 침대 브랜드가 다수 입점한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올해 1분기 뷰티레스트 블랙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배로 늘었다. 시몬스 관계자는 2일 “과거에는 주로 중장년층이 초고가 침대를 구매했지만 최근에는 구매 연령대가 20~30대까지 확장됐고 매출도 덩달아 상승했다”고 말했다.
 
소득 수준이나 제품 가격에 상관 없이 마음에 드는 제품에 아낌 없이 돈을 쓰는 ‘앰비슈머(Ambisumer)’가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앰비슈머는 ‘양면적인 소비자(ambivalent consumer)’라는 뜻의 신조어로 평소에는 가격과 성능을 꼼꼼히 따지지만 자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가치 소비에 과감한 앰비슈머 증가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자 이에 대한 보상심리로 원하는 것을 과감하게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몬스의 경우 올해 1~4월까지 1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로 늘었다.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고급 침대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시몬스 관계자는 “호텔 신라,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등 국내 유명 특급호텔 객실 90%가 시몬스 침대를 쓰고 있다”며 “이 때문인지 여행은 못 가더라도 특급호텔급 침구로 침실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최상위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운 맞춤형 가전도 일반 제품보다 비싼 가격에도 인기를 얻고 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와 LG전자 ‘시그니처’는 주거 공간을 꾸미는데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인기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자신의 취향에 따라 모양과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고급형 가전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급형 제품군의 매출이 상승하며 두 회사의 실적도 덩달아 개선됐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소비자 가전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 1200억 원, LG전자 H&A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은 9199억 원으로 두 곳 모두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고가 침대·가전·명품도 잘 팔려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고객들이 샤넬 매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고객들이 샤넬 매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새벽부터 백화점 앞에 줄을 섰다가 문이 열리자 마자 명품 매장으로 뛰어들어가는 이른바 ‘오픈런’도 앰비슈머가 늘며 발생한 현상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해외명품 브랜드의 매출 증가율은 57.5%로 백화점 매출 상승률(34.5%)을 웃돌았다.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 가운데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샤넬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34.4% 증가했다. 국내사업부 매출이 26% 증가하며 면세매출 하락분을 보완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치 있는 소비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앰비슈머의 특징은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잘 나타난다”며 “코로나19에 따른 보상심리가 더해져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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