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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10년 떨게한 관악산 개들…주인이 北국적 남매?

중앙일보 2021.06.02 16:08
지난 2018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교수회관과 버들골 사이에서 들개 네 마리가 포착됐다. 대학신문

지난 2018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교수회관과 버들골 사이에서 들개 네 마리가 포착됐다. 대학신문

“4년 전, 버들골을 지나가다 들개 무리를 봤어요. 저희끼리는 ‘밤에 도서관과 기숙사 샛길은 피해서 다니자’라고 말할 정도로 조심하는 분위기입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수차례 들개를 목격한 대학원생 이모(27)씨의 목격담은 허풍이 아니었다. 버들골은 서울대 관악캠퍼스 안의 산악 지형에 잔디밭과 공연 시설로 이뤄진 공간이다. 사범대생 박모씨(24)는 “예전에는 그냥 무섭다 정도였는데 이제는 신고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학우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슈추적]

 

들개 주인은 북한 국적 중년 남매

서울대 학보사에서도 이 문제를 취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들개는 지난 2008년부터 목격됐다. 10년 넘게 서울대 학생들과 관악산 등산객들은 그 존재에 공포감을 갖고 있다. 이후 들개의 주인이 ‘북한 국적’의 김모씨 남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난 2018년 지상파 방송에서 처음 보도되기도 했다.
 
이후 관심은 개에서 사람으로 옮겨갔다. 그들의 북한 국적은 사실일까. 지난 2008년에 이들을 돌봤다는 차정규 목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에서 퇴직한 교회 장로님이 아직 국적이 없는 북한 남매가 있는데 국내에 정착할 수 있게끔 한 달 동안만 설득해줄 수 있냐고 했다”며 “우리 교회가 탈북 여성을 돌보는 일을 해서 요청한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들이 교회에 도착할 때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고 한다. 까만색 호송차를 타고 온 김씨 남매는 선뜻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차 목사는 “여기 교회라고 말하니 그제야 내려 이야기를 하더라”고 했다.
 
차 목사가 들은 김씨 남매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김씨 남매의 국적은 북한이다. 중국 영주권을 받아 북경에서 거주 중이었다. 둘은 “북경에서 만난 ‘국정원 사람들’이 자신들을 미국에 보내준다 해서 2008년 5월 몽골로 이동해 비행기를 탔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남매는 그때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왔으며 누나의 나이가 42세, 남동생의 나이는 36세였다. 차 목사는 “그 당시 북미 관계가 안 좋았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한국으로 데려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몽골에서 탈북자로 적발돼 미국행을 원하며 수용돼 있다가 몽골과 한국의 외교적 조율로 한국에 오게 된 사례라는 설명도 있다. 통상의 탈북자와 달리 ‘붕 뜬’ 신분이란 얘기다.
  

개 키우는 이유…“신변 위협 느껴서”

지난 2018년 방영된 SBS '궁금한이야기 Y' 장면 중 일부. SBS

지난 2018년 방영된 SBS '궁금한이야기 Y' 장면 중 일부. SBS

그해 날씨가 추워질 무렵 김씨 남매는 교회를 떠나 산으로 가겠다고 했다. 차 목사는 “말렸는데 어쩔 수 없었다”며 “구청이랑 국정원 등에 알렸고 그들이 어떻게든 살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려고 했다. 산속에 천막도 쳐주고 교회에서 먹을 것도 매주 주기적으로 갖다 줬다”고 말했다.
 
김씨 남매는 산속 생활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를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대략 20~30마리의 개를 키우는데 그중 3~4마리 정도는 목줄을 하지 않는다”며 “개들이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목사는 “관악산에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 새벽에 집 앞에 앉아있고 그런다더라”며 “쫓아내도 안 가고 하니까 누나 김씨가 신변 위협을 느껴서 키운다”고 말했다.
 
다만, 관악산 주변에 출몰하는 들개들이 이들이 키우는 개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진짜 주인없는 들개들도 많다”며 “주인있는 개의 경우 주인이 목줄을 채우는 등 관리를 해야지, 저희가 함부로 잡거나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한국 국적 계속 거부

 지난 2018년 방영된 SBS '궁금한이야기 Y' 장면 중 일부. SBS

지난 2018년 방영된 SBS '궁금한이야기 Y' 장면 중 일부. SBS

차 목사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 국적을 얻는 것과 관련해 “미국 아니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차 목사는 국제 변호사들에게 자문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방법을 찾았지만 “다른 건 필요 없고 바로 미국으로 보내달라”는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 국적 취득을 지금도 거부하고 있다. 5년 전부터 이들을 돌보고 있다는 근처 굿당 주인은 “국정원에서 매달 찾아왔는데도 소용없었다”며 “어젯밤에도 내가 이 상황을 해결을 좀 하자고 말했는데 그냥 웃고 말더라”고 말했다. 지금 김씨 남매는 굿당에서 나오는 제사 음식과 주인이 주변에 요청해 받은 옷, 이불 등으로 생활 중이다. 주인은 “남동생이 착해서 가만히 받고만 있지 않다. 박스 옮기기 등 일을 도와주길래 1만~2만원을 주기도 한다”고 했다.
 

북한 사람은 현행법 적용 못 하나

현재 김씨 남매의 법적 지위를 규정할만한 단어는 ‘조교(조선 교포)’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가 관리하는 사람들은 북한이탈주민법이 적용되는 분들이고, 이들은 조교기 때문에 탈북민과 개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조치를 하고 싶지만 각 부처에서 모두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한다”며 “지금도 신변 요청 중인데 부처에서는 답변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자력으로 넘어온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법 자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황필규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헌법상 우리 국민이 맞고 사회적 지원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주장대로 잘살고 있는데 억지로 한국을 왔다면, 우리가 한국 국적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희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국적을 떠나 속지주의 원칙을 적용해 원칙적으로 무허가 건물은 철거 대상이므로 행정 규제를 받을 수 있다”며 “다만 건물을 철거할 경우 이 사람들의 생존권 자체가 무너지고 보호나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쉽게 조치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일반 탈북민과 달리 북한 국적이지만, 오랜 시간 합법적으로 외국에서 거주해 온 ‘비탈북민’의 경우 합동신문과 같은 입국 절차를 제외하고는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가 관할하는 부분도, (제3국과 관련해) 공개할 수 있는 정보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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