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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수두룩한 데 소각장 탓 아니라니”…환경부 조사 못 믿는 주민들

중앙일보 2021.06.02 16:06

2년 전 혈액암 걸린 아내…남편 "이유 모르겠다"

충북 청주시 북이면에 위치한 소각장. [중앙포토]

충북 청주시 북이면에 위치한 소각장. [중앙포토]

 
2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환경부 정문 앞.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에서 온 주민 등 10명이 ‘소각업체 손들어준 환경부 규탄’이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했다. 이들은 “소각 시설이 밀집한 북이면을 대상으로 환경부가 1년 3개월에 걸쳐 진행한 건강영향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13일 “북이면 소각시설과 주민 암 발생 간 역학적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소각장 마을’ 북이면 주민 환경부 재조사 촉구

 
북이면 장양1리에서 온 이병현(78)씨는 “마을에 소각장이 들어선 게 20년 전 일인데 현재 시점에서 측정한 수치를 놓고, 소각업체에 책임이 없다는 식의 결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북이면 마을 곳곳에서는 소각장이 대거 들어선 2000년대 초반 이후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2018년 북이면주민협의체가 소각장 주변 19개 마을을 돌며 자체 조사한 결과 10년 새 폐암, 후두암 등 암질환으로 사망한 주민이 60여 명에 달했다. 일부 마을에서는 한 집 건너 꼴로 암환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환경부 “소각장, 암 발생 관련성 찾기 어렵다”

미세먼지해결을위한 충북시민대책위원회와 북이면주민협의체가 2일 환경부 앞에서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최종권 기자

미세먼지해결을위한 충북시민대책위원회와 북이면주민협의체가 2일 환경부 앞에서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최종권 기자

 
이씨의 아내 역시 2년 전에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씨는 공기 좋은 곳에 살고 싶다는 이유로 25년 전 고향인 북이면에 정착했다. 이씨는 “아내는 농작물에 제초제나 농약 한 번 뿌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관리를 잘 해왔는데 원인 불명의 혈액암 진단을 받고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며 “북이면에 정착한 뒤로 장양1리에서만 15명이 폐암이나 위암, 혈액암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각장 다이옥신 과다 배출이 문제가 된 2017년 이전에 숨진 사람들이 왜 암에 걸렸는지, 장기간 쌓여온 유해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환경부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환경부가 진행한 북이면 주민건강영향 조사는 2019년 4월 청주시와 주민의 청원으로 이뤄졌다. 정부가 소각시설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벌인 첫 번째 건강 영향조사다. 조사 결과 소각시설에 배출되는 다이옥신 등 오염물질은 배출허용기준 대비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소각장 대기와 토양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도 유해물질 농도는 평균 수치보다 낮았다.

주민들 “소각장 들어서고 10년간 60명 암으로 숨져”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일대 소각장 현황. [자료 환경부]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일대 소각장 현황. [자료 환경부]

 
다만 주민 생체 내 유해물질 조사에서 카드뮴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대사체, 유전자 손상지표 8-OHdG 등 항목에서는 대조지역이나 일반 국민의 수치보다 높았다. 주민의 소변에서 측정한 카드뮴 농도(2.47㎍/g_cr)는 우리나라 성인 평균의 3.7∼5.7배로 높았다. 소각장에서 배출한 유해물질 농도는 낮지만, 생체 내에서 추출한 유해물질 농도는 높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충북지역 환경단체는 이를 근거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신동혁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대표는 “20년에 걸쳐 축적된 피해를 1년여의 짧은 시간 안에 조사한 수치로 결론 낸 것은 한계가 있다”며 “환경부가 소각업체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충북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사 결과를 보면 대기와 토양에서 발견되지 않은 카드뮴이 주민 소변에서 다량 검출됐고, 소변 중 카드뮴 농도는 성인 평균보다 5.7배 높았다”며 “그런데도 환경부는 소각장 때문이라고 결론 내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북이면 하루 630t 소각…2000년대 급증

청주 북이면 소각장. [중앙포토]

청주 북이면 소각장. [중앙포토]

 
또 “암 잠복기를 고려할 때 동일집단보다 남성의 담낭암 발생률이 2.63배, 여성의 신장암 발생률이 2.79배 높다는 것도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환경부는 그에 따른 납득할 만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환경부에 따르면 북이면에는 대형 소각시설 3곳에서 하루 최대 630여t의 폐기물을 처리한다. 이 지역 폐기물 소각량은 1999년 하루 15t에서 2007년 210t, 2015년 459t으로 증가해 왔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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