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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참사, 뒤늦은 대응…코로나19 학력 저하 어쩌나

중앙일보 2021.06.02 14:47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및 학습 지원 강화를 위한 대응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및 학습 지원 강화를 위한 대응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수업에 차질을 빚은 지 1년 3개월만에 교육부가 학습결손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역대 최고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자 교육당국은 등교 확대와 맞춤형 지도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진단 단계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교생 학력 저하가 2017년 이후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교 모두 수학 과목 기초학력 미달이 13%를 넘는 등 국·영·수 모든 과목에서 학력 미달이 급증했다. 게다가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도 중·고교 모두 전반적으로 줄어 학력 저하가 실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직접 결과를 발표하고 대응 전략을 설명했다. 예년에는 보통 차관이 결과를 발표했는데, 부총리가 직접 나선 것은 그만큼 이번 결과가 충격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자신감, 학습의욕 저하 등도 학업성취수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1년 넘어서야 ‘학력저하 대응’

교육부는 범정부 차원으로 학력 저하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시도교육감 협의회 공동으로 교육회복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맞춤형 지도, 취약계층 지원 등 종합 대책을 이달 말까지 내놓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추적하기 위해 초3·중2 학생 대상으로 올해부터 3년간 조사한다.
2020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크게 늘었다. .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20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크게 늘었다. .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예견된 학력 저하 문제에 대책 마련이 늦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번 성취도평가는 지난해 11월 치렀는데 결과 발표까지 6개월이 넘게 걸렸다. 지난해 이 시험을 치른 중3·고2 학생들은 그 사이 고1·고3이 됐고 한 학기가 끝나간다.
 
각계에서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서울교육정책연구소는 지난해 말 자체 분석을 통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29.5%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교원단체 설문조사 등에서도 학력 격차가 심각하다는 결과가 여러차례 발표됐다.
 

등교 늘리면 학력 저하 해결될까

교육부가 학력 저하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대표적 대책은 '전면등교'다. 당장 이달 14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 등교 인원 기준을 현행 3분의 1까지에서 3분의 2까지로 늘린다. 유 부총리는 "원격수업이 대면수업을 대체할 수 없다"며 2학기 전면 등교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전면 등교가 격차 해소에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전면등교를 하면 학습 관심과 지원이 커지니 격차 해소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지만 “감염병 문제는 더 커질 수 있고 특히 과밀·과대 학교에서의 위험이 커질 수 있어 학교별로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등교가 늘어난다고 해서 학력 저하가 해소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교육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등교수업이 더 많았던 농어촌 지역 학교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전진석 학생지원국장은 “읍면지역이 대도시보다 학력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등교일이 많았어도 방과후 학습 등 생활지도나 정서적 측면에서 어려움이 컸던 탓으로 보여진다”며 “교육회복 추진위원회 차원에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교육당국은 학교로 찾아가는 이동형 PCR검사, 자가검사키트 시범 도입 등을 뒷받침해 등교수업을 늘리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일 울산의 한 고등학교 이동형 PCR검사소에서 학생들이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뉴스1

교육당국은 학교로 찾아가는 이동형 PCR검사, 자가검사키트 시범 도입 등을 뒷받침해 등교수업을 늘리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일 울산의 한 고등학교 이동형 PCR검사소에서 학생들이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뉴스1

3% 표집평가 고수하는 정부…"정확한 진단 필요"

더 큰 문제는 현행 학업성취도평가가 각 학교의 학력 미달 학생을 찾아내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모든 학생 대상으로 시행된 학업성취도평가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전체 학생 중 3%만 추출해 시험을 보는 '표집 평가'로 바뀌었다. 학교 서열화를 막는다는 취지다.
 
표집 평가가 되면서 결과 분석도 지역별, 학교별로는 하지 않게 됐다. 박지영 교육부 교육기회보장과장은 “3%를 표집할 때 지역별 대표성이 아닌 국가적 대표성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지역별 자료는 발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대급 학력 저하라는 결과를 받아 든 교육부는 학업성취도평가 대상을 더 확대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3% 표집 평가 대상 학교 이외에도 희망하는 학교는 자율적으로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표집 평가 체제는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교육계에서는 학력 저하 원인을 파악하고 맞춤형 지도를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교총은 “교육부는 학습 결손과 누적이 학생 성장을 저해하고 나아가 국가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하면서도 성취도 진단을 ‘학교 희망’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일관적인 학력 진단‧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소득층에 문화자본이 풍부한 가정의 아이들은 코로나에도 독서량 등이 줄지 않지만 저소득층에서는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어나며 어휘나 언어 생활에서도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각 학생 데이터가 없는 일부 조사 방식으로는 맞춤형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학업성취도 평가 패러다임을 맞춤형을 위한 형태로 새로 디자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현경·남궁민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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