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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20대, 얀센 30대···민방위 끝난 'AZ 40대'는 서글프다

중앙일보 2021.06.02 14:25
코로나19 얀센 백신의 사전예약이 하루 만에 마감되는 등 백신 접종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대별로 미묘하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재까지 접종이 연령대를 중심으로 나누어진 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얀센 백신은 만 30세 이상의 예비군, 민방위 대원, 군 관련 종사자 등만 맞을 수 있다. 접종 가능 백신 종류에 따라 40대는 30대를, 30대는 20대를 부러워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넌 백신 뭐 맞냐?'

얀센 백신 선착순 신청 인원이 다 차서 접종 사전 예약이 마감됐음을 알리는 홈페이지 안내창.

얀센 백신 선착순 신청 인원이 다 차서 접종 사전 예약이 마감됐음을 알리는 홈페이지 안내창.

민방위 기간이 끝난 40대 남성 사이에선 “아쉽다. 겨우 몇 년 차이로 얀센 백신 맞을 기회를 놓쳤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에선 “얀센이라면 맞았을 텐데 아스트라제네카(AZ)는 맞을 생각이 없다”는 불만도 제기한다. 30대 예비군‧민방위 대원 사이에선 ‘얀센 코인’이라는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백신 호응도가 컸다. 그만큼 40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7일부터 30세 미만의 경찰, 군인 등 사회 필수인력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 예약이 시작하면서 20대와 30대의 희비도 교차했다. AZ 백신을 맞은 30대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앞서 30세 미만은 혈전증 부작용 우려 등으로 인해 AZ 백신 예방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 실시된 1일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김성태 기자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 실시된 1일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김성태 기자

"1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IT기업에 근무하는 한모(43)씨는 “회사 후배들이 전부 얀센 백신을 예약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몇 년 전 민방위가 끝난 나는 대상이 아니었다”며 “아예 나이가 많았으면 AZ 백신이라도 맞겠는데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크게 건강 이상이 없는 40대의 나이에 미국에서 승인 안 난 백신(AZ)은 맞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민방위는 예비군 5년 차부터 만 40세까지가 대상이다.
 
서울에서 일하는 전문직 김모(40)씨도 얀센 백신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씨는 “민방위가 딱 지난해까지여서 더욱 아쉽다. 1년만 늦게 태어나 대상에 들어갔다면 얀센은 맞았을 것 같다”며 “AZ는 걱정되고 화이자는 30세 미만 접종을 시작한다고 하니 이러다가는 40대가 가장 늦게 백신을 맞을 판”이라고 했다.
김모(30)씨가 얀센 백신 접종 예약 후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김씨 제공]

김모(30)씨가 얀센 백신 접종 예약 후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김씨 제공]

30대 경찰 AZ, 20대 화이자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15일부터 2분기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대상은 30세 미만의 사회 필수인력과 취약시설 입소‧종사자다. 이 때문에 사회 필수인력으로 들어가는 경찰 내에서는 “91년생이 가장 억울하게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년 차이로 화이자 백신이 아닌 AZ 백신을 맞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한 경찰 간부는 “한국 나이로 31살인 경찰은 억울하게 됐다”며 “30대 젊은 경찰들 사이에선 AZ 기피 현상이 많이 나타났는데 커트라인에 걸린 31살은 ‘1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좋았겠다’는 농담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30대 경찰관은 “AZ 백신 맞고 부작용이 안 나타났으니 지금은 만족한다”면서도 “접종 당시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맞았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65세부터 74세 사이 일반인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동신병원에서 한 어르신이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65세부터 74세 사이 일반인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동신병원에서 한 어르신이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3년 차 경찰관 A씨(29)는 “만 30세가 안 돼서 앞서 AZ 백신 접종 때 아예 대상에서 빠졌었다”며 “그런데 화이자를 맞을 수 있게 되니 전화위복이다”고 했다. 이어 “AZ 때와는 달리 접종 예약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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