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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Umma'들, "아시아 음식=쓰레기" 이미지 바꿨다

중앙일보 2021.06.02 14:20
'김씨네 편의점'. 넷플릭스에서 곧 마지막 시즌이 방송된다고 한다. 넷플릭스 연합뉴스

'김씨네 편의점'. 넷플릭스에서 곧 마지막 시즌이 방송된다고 한다. 넷플릭스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에 ‘Umma(엄마)’ ‘bindaetteok(빈대떡)’ ‘kimbap(김밥)’과 같은 한국어 단어가 대거 등장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푸드 섹션에 등장한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 관련 기사에서다. 
 
일명 ‘캐드(캐나다 드라마)’인 ‘김씨네 편의점’은 음식 드라마가 아니지만 음식이 중요한 연결고리다. 캐나다에 정착한 한인들의 희로애락과 가족 간의 끈끈함을 연결해주는 게 엄마가 무심한 듯 들고 들어오는 김밥통이며, 2세인 주인공이 혼자 만들어보는 빈대떡이다. NYT는 이 기사 제목을 “‘김씨네 편의점’이 조용하지만 혁명적인 이유”라고 달았다. 한국 음식이, 비단 한국을 넘어 아시아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새 지평을 여는 데 일조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곤 뉴욕의 한인 2~3세들을 인터뷰했다.    
 
캐나다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 반찬통이며 김밥 등이 주요 매개체로 등장한다. 사진=넷플릭스

캐나다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 반찬통이며 김밥 등이 주요 매개체로 등장한다. 사진=넷플릭스

 
NYT는 “수십년간 아시아 음식은 방송에선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며 1977년 범죄 드라마인 ‘바니 밀러’를 예로 들었다. 남자 캐릭터 중 한 명이 생선 머리를 넣어 끓인 수프를 두고 “이거 쓰레기 맛이 나는데”라며 농담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한국뿐 아니라 동남아에서도 생선 머리를 넣은 수프나 카레는 향수를 자극하는 음식이지만 북미에선 이때까지만 해도 농담 거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씨네 편의점’의 한식은 다르다. 한국이라는 뿌리, 한인이라는 정체성을 상징한다. 그렇다고 한국 전통 음식 그대로의 원형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지금, 북미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한인들의 현재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현지에서 자체 진화한 김밥과 빈대떡이 나온다. NYT는 “한인들에선 부모가 음식과 식재료를 가져다주는 걸로 애정을 표현하곤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요리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먹는 것은 2~3세 현세대의 몫이다. 준 허(31)라는 토론토 거주 한인은 NYT에 “이 드라마에선 단순히 한국 음식이 이렇게 색다르다는 접근법에서 벗어나서 맛있는 음식 중 하나라는 의미로 녹아들었다”며 “그걸 보며 태생이 한국이라는 점이 더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그다지 자랑스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네 편의점' 중 한 장면. 넷플릭스

'김씨네 편의점' 중 한 장면. 넷플릭스

 
NYT는 또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다이앤 백(30) 소셜미디어 매니저 등 한인도 다수 인터뷰했다. 백씨는 “엄마가 직접 담가서 보내준 김치통이 소중한 보물”이라며 “‘김씨네 편의점’에서 젊은 캐릭터가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방식으로) 빈대떡을 새롭게 만들어보는 것을 보고, 아 나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NYT는 백씨가 보라색 매니큐어를 바른 채 노란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작은 김치 통을 들고 있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김치통은 한국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투명한 둥근 유리병이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중 한 장면.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넷플릭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중 한 장면.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넷플릭스

 
사실 ‘김씨네 편의점’뿐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라는 한국계 미국인이 등장하는 드라마에서도 한국적 요소는 중요하다. NYT는 “한국엔 익숙한 야쿠르트 아줌마가 등장한다”며 “(미국인에게는) 낯설지만 한국인엔 익숙한 이런 요소들이 재미있게 버무려진다”고 전했다. NYT는 또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라는 영화에선 중국계 남자 주인공이 만두 빚는 법을 상대 캐릭터에게 가르쳐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은 관객에게 가르쳐주는 것과 진배없다”고 전했다. 아시아계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진화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음식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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