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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자기만 잘 살겠다는 노후준비, 그건 자살행위

중앙일보 2021.06.02 09:00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74)

이누이트 노인이 심각한 뇌질환으로 진찰을 받았는데 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물개와 바다표범 등을 생식으로 먹는데, 뇌에 미세 플라스틱이 유입, 집적된 결과였다. [사진 pixabay]

이누이트 노인이 심각한 뇌질환으로 진찰을 받았는데 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물개와 바다표범 등을 생식으로 먹는데, 뇌에 미세 플라스틱이 유입, 집적된 결과였다. [사진 pixabay]

 
환경문제와 관련해 내가 자주 인용하는 사례가 있다. 2000년 뉴 밀레니엄이 막 시작되기 직전의 일이다. 알래스카에 거주하는 이누이트 노인이 심각한 뇌질환으로 인해 LA 의과대학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진료 초기 질환의 원인 규명에 몰두하던 의료진이 이누이트 노인의 뇌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하게 된다. 역학조사 결과 물개와 바다표범 등을 생식으로 먹는 이누이트의 뇌에 미세 플라스틱이 유입, 집적된 결과라는 것이 밝혀진다. 이것이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비상등을 켜게 한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시발이다.
 
비치코밍(beachcombing)을 겸해 일주일에 한 번 갖는 해양 플라스틱 수거 봉사활동을 마치고 쓰레기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끌다시피 들고 해안가를 벗어나려 하는데, 해안 단애를 촬영하던 TV방송 취재팀이 반색하며 묻는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촬영과 인터뷰에 응해 주겠냐는 것이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다고 작정하고 쾌히 응했다. 실상을 알려야겠다는 속셈이었다. 인터뷰에서 PD는 내게 여러 질문을 던지더니 마지막 질문으로 플라스틱이 사라질 거 같냐고 묻는다. “절대로 안 없어질 겁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인류가 무관심과 무책임한 행동을 계속한다면 말입니다.”
 
지역 사회지도사들을 대상으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는 필자. 환경보호는 이제 인류가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소중하다. [사진 한익종]

지역 사회지도사들을 대상으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는 필자. 환경보호는 이제 인류가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소중하다. [사진 한익종]

 
학자들은 미세, 초미세 플라스틱이 소멸하려면 500년 이상, 어느 학자는 영구히 소멸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니 누구의 말이 맞는가는 최소한 500년 뒤에나 알 일이지만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의 후손이 이를 확인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1990년 중·후반 삼성그룹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때 고 이건희 회장이 향후 자동차는 기계가 아니라 화학과 전자제품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화학제품이 바로 플라스틱 아닌가. 심지어 자동차의 심장이라는 엔진도 플라스틱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니 이 회장의 혜안에 놀라며 한편으로는 오늘날 심각한 플라스틱의 병폐를 알렸다는 점에 서글픈 심정이 든다. 어쨌거나 폭발하는 플라스틱의 사용에 더해 플라스틱의 폐해가 남의 일이라고 여기는 대다수의 인간 덕에 플라스틱의 역습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
 
오래전 친구와 술 한잔 나누면서 우연찮게 화두가 플라스틱의 역습으로 옮겨 가게 되었다.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친구가 득의만면한 표정으로 자신이나 자기의 가족은 플라스틱의 역습이니, 피해니 하는 것에서는 자유롭다는 것이다.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으니 그런 피해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람이나 당하는 일이라는 취지에서다. 얄밉기도 하고 그 무지에 놀랍기도 해 한마디 쏘아붙여 주었다. “이 친구야, 당신 참치회 좋아하지? 그 참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거 알아?” 황당해 하던 그 친구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이다. 참치뿐만 아니라 우리가 최고의 소금으로 치는 전라도 천일염에서도 추출됐다 하니 그 누구도, 부유함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미세플라스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송취재 말미에 한 마디 더해줬다. 정작 두려운 것은 미세플라스틱의 폐해가 아니라 자신은 괜찮다는, 자신만 잘살면 된다는 무지와 무감각, 무책임이 더 무섭다고.
 
환경파괴는 토양오염뿐만 아니라 해양오염과 대기오염도 포함되는 건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바닷물과 공기는 지구를 계속 순환하고 있고, 내 주위뿐만 아니라 먼 지구 저편에서 발생해 나에게까지 온다는 걸 부정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인가 아니면 애써 부정하고픈 속성 때문인가?
 
제주의 바닷가에 나가보면 외부에서 유입되는 쓰레기를 탓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만들어 낸, 함부로 버린 쓰레기도 만만치 않다. 우리는 해양 쓰레기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흘러들어온다고 탓한다. 그런데 오래전 일본 돗토리의 해안에서 한국산 막걸리통을 보고 얼마나 창피해했던지. 남 탓하는 태도를 버리고 나부터 환경문제에 신경 써 보자.
 
어느 TV 방송 환경스페셜 취재팀과 인터뷰하는 필자. 환경보호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인류생존의 필수요인임을 설명했다.

어느 TV 방송 환경스페셜 취재팀과 인터뷰하는 필자. 환경보호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인류생존의 필수요인임을 설명했다.

 
이제 환경 문제에 관한 한 나만 안전하면 된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스스로를 해하게 하는 자살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은퇴 후 인생3막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그를 교육하는 기관을 보면 재테크, 자산관리, 포트폴리오 구성, 개인 또는 부부의 취미 및 여가활동 등 천편일률적으로 그런 주제, 즉 자신만이 잘살면 된다는 주제에 함몰돼 있다. 이젠 잘 사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소크라테스는 “앞으로 살아야 할 시간을 얼마나 더 잘 살지 고민하라”고 가르쳤고, 플라톤은 거기에 더해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그냥 사는 게 아니라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인생 후반부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여가생활도 가능한 데, 그를 가능케 하는 환경이 망가지고 함께 할 이웃이나 사회가 없다면 그런 삶이 과연 잘 사는 삶이고 행복한 노후일까?
 
과거 잘 산다는 것은 경제적 여건이나 건강 등 자신에 국한된 요인에 의해 좌우됐었다면 이제는 ‘함께’라는 명제를 고려해야 한다. ‘함께’는 인간과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과의 ‘함께’도 포함된다. 어쩌면 이제는 인간과 자연과의 공존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할 때가 왔는지도 모르겠다.
 
푸르메재단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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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종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필진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 봉사는 자기애의 발현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만이 남에게 봉사할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연대가 줄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봉사는 나를 필요로 하는 대상을 찾아, 내 존재를 확인하게 해준다. 내 존재를 확인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봉사다. “봉사하라, 봉사하라! 오래 가려면 함께 하자”고 외치는 필자의 봉사 경험을 통해 봉사가 어렵고 거창한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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