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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와 스케이트보더가 붙었다…英 공원 막장 쟁탈전 [영상]

중앙일보 2021.06.02 05:00
영국 사우스웨일스 남부 스완지의 한 주택가 주민들은 최근 며칠간 자동차 경적 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인근 공원에서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주택가 주변을 돌면서 밤낮없이 경적을 울려댔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영국 사우스웨일스 멈블스 지역 주민인 베일리 부부(오른쪽)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소년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모습. [유튜브 캡처]

영국 사우스웨일스 멈블스 지역 주민인 베일리 부부(오른쪽)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소년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모습. [유튜브 캡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 메일이 전한 사연에 따르면 '경적 소동'은 멈블스 지역의 스케이트 보더들이 부유층 주민들과 벌인 ‘공원 쟁탈전’에서 비롯됐다. 
 
팝 가수 보니 타일러 등 유명 연예인과 백만장자들의 거주지로 유명한 멈블스에는 스케이트보드 전용 공원이 하나 있다. 1990년 지어진 이 공원은 20년간 스케이트 보더들이 꾸준히 이용해왔다. 주말이면 성인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등 인근 지역 보더들이 몰려든다. 하지만 공원에는 2m가 조금 안 되는 하프파이프 규모의 U자형 구조물밖에 없어 규모가 작다는 불만이 있었다. 스완지 의회는 약 3년의 논의 끝에 지난해 36만 파운드(5억 6000만 원)를 들여 공원을 확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주민들이 반대 청원서를 의회에 전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주민들은 해당 부지에 스케이트보드 전용 공원이 있는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사우스웨일스 해안도시 멈블스 지역에 새롭게 만들어질 스케이트보드 공원 설계안. [페이스북 캡처]

영국 사우스웨일스 해안도시 멈블스 지역에 새롭게 만들어질 스케이트보드 공원 설계안. [페이스북 캡처]

 
공사 진행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스케이트 보더들이 맞대응에 나섰다. 보더들은 “공원은 1990년대 지어졌고, 부자들의 집은 2010대 말에나 지어졌다”면서 부자들이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몇몇 보더들은 동네에서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항의했다. 인근 주민들은 보더들의 무차별적인 소음 공격에 분노했고, 중립을 지켰던 주민들도 공사 반대쪽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공사에 반대하는 한 부부가 청소년 보더를 괴롭히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영상을 보면 이 지역 주민 마크 베일리는 공원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다가가 언성을 높였다. 그는 청소년들 앞에서 “나는 새로 산 페라리 차를 타고 있다”, “너희는 이곳에 살지 않지만,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는 등 고압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영국 사우스웨일스 멈블스 지역 주민인 베일리 부부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소년들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영국 사우스웨일스 멈블스 지역 주민인 베일리 부부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소년들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보더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보드를 탔다. 이 과정에서 베일리 아내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기도 했다. 그러자 베일리는 “아내를 건드리면 네 얼굴을 가격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당시 현장에 있던 보더들이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자, 네티즌들은 주로 보더들 편에 섰다. 한 네티즌은 “두 명의 어릿광대들보다 청년들이 더 침착하게 행동했다”면서 어른이 청소년을 상대로 유치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베일리는 “학생들이 먼저 내 차에 물건을 던지고 모욕적인 행동을 했다”면서“아내를 치려고 행동한 것에 격분한 나머지 해서는 안 될 말을 쏟아냈고, 지금은 후회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화제가 되며 ‘경적 울리기’에 동참하는 이들도 늘었다. 공원 확장을 지지하는 온라인 청원에는 5700명이 서명했다. 결국 베일리는 사과와 함께 공사 확장 반대를 철회했고, 의회도 공사 진행을 확정 지었다.
영국 사우스웨일스 멈블스 지역의 한 주민은 스케이트보드 공원 공사에 반대한 베일리 부부의 집(왼쪽 원)과 공원(오른쪽 원) 간 거리가 멀어 피해를 입을 일이 없다며 부부의 공원 반대는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 캡처]

영국 사우스웨일스 멈블스 지역의 한 주민은 스케이트보드 공원 공사에 반대한 베일리 부부의 집(왼쪽 원)과 공원(오른쪽 원) 간 거리가 멀어 피해를 입을 일이 없다며 부부의 공원 반대는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보더들의 항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여전히 나온다. 스완지 카운티의 데스 토마스 의원은 “매일 경적을 울린 건 유치한 행동이었다. 노인과 아이 등 이번 사건과 관계없는 주민들까지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사우스 웨일스의 경찰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번 갈등을 주시하고 있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반사회적 행동에 대한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면서 “또다시 비슷한 문제가 불거지면 공정하고 이성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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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장민순 리서처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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