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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과 알바생은 297원 차이…최저임금 전쟁 시작됐다

중앙일보 2021.06.02 05:00
지난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근로자 위원. 뉴시스

지난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근로자 위원. 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두달여 앞두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다음 해 최저임금은 8월 5일 고지하도록 법에 정해놓고 있어 최저임금위원회는 늦어도 다음달 말까지는 최종 결정을 마쳐야 한다. 따라서 두 달여간 내년도 최저시급을 놓고 노동계는 최소 1만원을, 경영계는 최소한의 인상이나 동결안을 놓고 실랑이를 벌일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8720원이다.  
 

경영계 "안정적 기조로 가야" 

1일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안을 주장하는 노동계를 자극하지 않기위해 입장 표명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지난달 31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동결’ 대신 에둘러서 ‘안정적 기조’라는 표현을 썼다. 손 회장은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진다"며 "내년 최저임금 결정은 안정적 기조로 가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저소득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높일 수 있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같은 유인책이 바람직하다”는 덧붙였다. EITC는 저소득 직장인에게 본인이 낸 세금을 돌려주는 형식으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경영계는 정부·여당의 기류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업이 일정한 역할을 한 만큼 정부도 기존처럼 기업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송영길 대표도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경제 여건상 중소기업의 최저임금 부담 능력이 많이 떨어지니까 그런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며 “당이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최저임금위원들에게 (이런 뜻이) 잘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 30인 중 3명은 국장급 공무원이다.
 

송영길, "초반에 너무 급속히 올려…"

송 대표는 전날 여의도역 근처에서 열린 소상공인과의 ‘파라솔 간담회’에서도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인상률) 4년 평균을 내면 7~8%로 비슷한 데, 초반기에 16%를 올리다보니 큰 부담이 와서, 그 다음에는 2%밖에 (못 올려) 평균을 내면 비슷하다”며 “초반기에 너무 급속히 올린 게 우리가 좀…”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부산 청년과의 간담회’에선 “자영업자가 큰 타격을 받아 일자리가 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말도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를 만난 손경식 경총회장. 뉴스1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를 만난 손경식 경총회장. 뉴스1

 
경영계는 3일쯤 예정된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간담회에서도 최저임금 관련 요구 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김 총리의 취임 인사를 겸한 자리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등이 참석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소기업에게 최저임금 문제는 생존이 걸린 중대 사안”이라며 “정부가 노사 양측의 갈등을 최소화할 조정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노동계, “1만770원 이상으로 올려야” 

반면 최저임금에 대해 노동계는 역대 최대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달 25일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은 지난해 민주노총이 요구한 금액(1만770원)보다 높게 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인 가구 생활비(월 225만원) 보장을 근거로 1만770원을 요구했는데, 올해는 지난 2년간 1~2%대 수준 인상에 따른 실질적 임금 손실분을 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입장 차이는 아르바이트생과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아르바이트 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최근 1900여명의 알바생과 사장님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알바생이 원하는 2022년 최저임금 평균치는올해보다 4.9% 오른 9147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사장님들은 1.5% 상승한 8850원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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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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