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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치 언박싱(unboxing)’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른 화제의 인물을 ‘비디오 상자’에 담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 복잡한 속사정,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정리해드립니다.
 
 
원희룡(57) 제주지사에게 늘 따라붙는 수식어는 수재(秀才)다. 1982학년도 대입학력고사 수석, 서울대 법대 수석 입학, 제34회 사법시험 수석 합격을 했으니 국가가 인증한 수재인 셈이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3년여 검사 생활을 하다가 변호사가 된 그를 이회창 총재 시절 한나라당이 영입했고, 2000년 총선 때 36살의 나이로 곧바로 금배지를 달았으니 정치 인생 초년운도 좋았다.
 
여의도에서도 그는 한나라당 동료인 남경필·정병국 의원과 함께 이른바 ‘남원정’으로 묶이며 쇄신과 개혁의 상징으로 활동했다. 최근에야 이준석 전 최고위원 바람이 불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권에선 “왜 요즘에는 남원정 같은 쇄신파가 없냐”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곤 했다.
 
 
그런 그에게도 정치적 시련은 있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갔다가 오세훈 서울시장에 밀렸고, 이듬해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대표에 도전했지만 홍준표·유승민·나경원 후보에 뒤져 4위를 기록해 최고위원에 머물렀다. (※당시는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을 나누지 않고 한꺼번에 투표한 뒤 1위는 대표, 2~5위는 최고위원이 되는 집단 지도 체제 방식이었다.) 다음해인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는 서울 양천갑에서 4선 도전을 하는 대신 불출마를 택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 고향인 제주에서 도지사에 당선되기 까지 4년여의 시간은 그에게 정치적 암흑기였던 셈이다.
 
고향 제주는 그에게 두 번의 도백(道伯)을 허락했고,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또 앞두고 있다. 그는 세 번째 도지사 대신 대선에 도전하기로 일찌감치 진로를 정했다. “모든 것을 바치고 모든 것을 걸 각오로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원희룡 제주지사를 지난달 26일 중앙일보 ‘정치언박싱’이 만났다.
 
제주도 현지인으로서 소개하고 싶은 장소나 음식이 있나.
“(외지인에게) 안 알려져 있는 음식으로는 성게 국수나 고등어 해장국, 각재기(전갱이)국 같은 게 있다. (인터넷) 검색하면 나오거든요. 특정 식당 말하면 안 되니까. 지난번에 특정 음식 유튜브에서 홍보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90만원까지 냈거든요. 하하하. 아직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이색 체험을 하려면 제주도에는 100여개에 가까운 건천(乾川)이 있다. 어떤 건천이라도 색다른 시간과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대신 조금 위험할 수 있다.”
 
건천은 마치 대선 주자로서의 원희룡 지사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지지율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때가 되면….
“어느 구름에 비 내릴지 모르고 비 내리면 건천에 급류가 흘러내린다.”
 
온라인에는 ‘원희룡 지사가 중국 사람들에게 제주도 땅을 팔아 넘겼다’는 극단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제가 가장 억울하다. 중국에 팔려 가던 땅을 막고 지킨 게 원희룡이다. (2014년) 도지사가 되면서 우선 ‘땅 파는 건 안 된다’고 했다. 이미 허가된 중국 기업이 짓겠다는 56층짜리 건물도 못 짓게 하고 38층으로 낮췄다. 도지사 취임 당시 1년에 500명씩 투자영주권 발행했다. 2020년에는 단 두 건이다. 거의 제로가 됐다. 그래서 중국의 관영 신문인 ‘환구시보’가 ‘제주에 새로 부임한 원희룡 지사는 반(反)중국분자, 원희룡의 정책은 변검(순식간에 얼굴을 바꾸는 가면술)’이라고 비판했다. (제주도 땅을 내가 중국 자본에 팔아 넘겼다고 하는 건) 불난 현장에서 불 끄고 있는 소방수를 보고 ‘혹시 불 지른 거 아니냐’고 하는 것과 같다.”
 
왜 원희룡이 대통령이 돼야 하나.
“집·일자리·교육 문제와 정면 대결해 돌파구를 만드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미래를 위해 가장 잘 준비된 대통령감이라고 자부한다. 지금은 약해 보이지만 막상 본선에 내놓으면 가장 승리 가능성이 높은 후보다. 결승 테이프를 제가 끊고 갈 자신이 있다. 시대의 풍운아가 될 의지를 갖고 있다.”
 
최근에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중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듯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특정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고 변화에 대한 지지다. 30대가 나이가 어린가. 지금은 디지털 세상이고 대중의 감성이 지배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경험을 갖고 있다. 오히려 나이라는 게 무경험, 경험 부족일 수 있다. 배우 윤여정을 봐라. 70대지만 전 세계 젊은이들과 교감한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달 26일 중앙일보 ‘정치언박싱’ 카메라 앞에 섰다. 초보 ‘코인러’인 그는 대통령이 되면 암호화폐 투자자를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달 26일 중앙일보 ‘정치언박싱’ 카메라 앞에 섰다. 초보 ‘코인러’인 그는 대통령이 되면 암호화폐 투자자를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코인에 100만원을 투자해 돈을 잃었다.
“올해 들어서만 20~30대 밀레니얼(M)·Z세대들이 250만명 넘게 (암호화폐 투자를 위한) 신규 계좌를 개설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나도 함께 체험하며 고민하고 발언권 갖자는 취지로 뛰어들었다. 첫날 바로 20% ‘떡락빔(대폭락)’을 정면으로 맞아서 요새 말로 ‘떡실신(대충격)’ 상태다.”
 
100일 뒤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될 즈음이다. 코인으로 번 돈을 그 때 쓰면 되겠다.
“대통령 선거 자금 만들겠다고 뛰어든 건 아니다. 하하하. 디지털 네이티브(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세대)인 젊은 세대에게 무한 도전의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는 일이다.”
 
요약하면 ‘코인에 건전하게 투자하려는 사람은 원희룡 지지해야 한다’는 건가.
“내가 어떤 후보보다도 디지털 강국, 디지털 자산, 이와 연결된 금융 자산 시장을 만드는 데 가장 진취적이다. 실제로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보라.”
 
요즘 ‘밸런스 게임’이 유행이다. 사법시험 2차 시험을 앞둔 시기와 2010~2013년 정치적 암흑기를 놓고 봤을 때 돌아가야 한다면 어느 때로 가고 싶나.
“이왕이면 (고시생 시절로) 일찍 돌아가서 인생을 다시 쓰고 싶다. 세상이 이렇게 바뀔 줄 알고 있는 입장이니까, 디지털 세상에서 혁신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내 능력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싶다.”
 
허진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bim@joongang.co.kr, 영상·그래픽=오욱진·이경은·여운하·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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