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사카, 프랑스오픈 결국 기권…스포츠스타들 응원 물결

중앙일보 2021.06.01 18:20
 
프랑스오픈 2회전을 앞두고 기권한 오사카 나오미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오픈 2회전을 앞두고 기권한 오사카 나오미 [로이터=연합뉴스]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24·일본)가 프랑스오픈 기권을 선언했다.
 
오사카는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잠시 휴식하려고 한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고 예상하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른 선수들이 테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또 내 정신 건강을 위해 기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오사카는 지난달 30일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패트리샤 마리아 티그(63위·루마니아)를 세트스코어 2-0(6-4, 7-6〈7-4〉)으로 꺾고 2회전에 진출한 상태다. 오사카가 잔여 일정을 포기하면서 2회전 상대 아나 보그단(102위·루마니아)이 부전승으로 32강에 오르게 됐다.  
 
오사카는 프랑스오픈 개막을 앞두고 "대회 기간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에 휩싸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것은 선수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경기에 패한 뒤 인터뷰는 넘어진 사람을 또 발로 차는 것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오사카는 실제로 1회전 승리 후 인터뷰를 거부해 벌금 1만5000달러(약 1600만원) 징계를 받았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계속 인터뷰를 거부하면 최대 실격 징계까지 가능하다. 추가 벌금은 물론이고, 앞으로 열리는 다른 메이저 대회 출전에도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기권'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오사카는 심경을 밝힌 글에서 "2018년 US오픈 이후 우울증 증세로 힘들었다. 날 아는 사람들은 내가 내성적이라는 사실도 잘 알 거다. 헤드폰을 쓰고 있는 것은 사회적 활동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대외적으로 말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항상 컸고, 기자회견도 그중 하나였다"고 토로했다.  
 
오사카는 이어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파리에 와서도 그런 느낌이 계속됐다. 그래서 기자 회견 불참 계획을 밝혔다. 나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기자분들께 사과하고 싶다. 대회 측에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회가 끝난 뒤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썼다. 그러나 동시에 "선수의 인터뷰가 대회 의무 조항인 것은 다소 구식인 규정"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사카는 기량, 인기, 수입 모두 톱클래스를 자랑하는 슈퍼스타다. 2018년 US오픈을 시작으로 2019년 호주오픈, 2020년 US오픈, 올해 호주오픈 등 네 차례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우승했다. 아시아 국적 선수 최초로 테니스 단식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여성 스포츠인 최다 수입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테니스 특급 스타들도 오사카의 결정에 지지를 보냈다. 테니스 스타 윌리엄스 자매 중 동생 서리나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도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나오미를 이해할 수 있다. 그를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고, 언니 비너스는 오사카의 인스타그램에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건강 관리 잘하고 곧 다시 우승하러 돌아오라"는 댓글을 달았다. 여자 테니스의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도 트위터에 "나오미가 괜찮기를 바란다. 운동선수는 자신을 돌봐야 한다고 배웠다. 우리 모두 너를 응원하고 있다"고 썼다.  
 
다른 종목 선수들 역시 오사카에게 힘을 실어줬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스테판 커리는 트위터에 "이런 결정(기권)을 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지 않을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을 선택한 건 충분히 인상적이다. 존경을 보낸다"고 적었다. 육상 최고 스타인 우사인 볼트는 오사카의 인스타그램 댓글에 기도하는 손 모양의 이모티콘 3개를 나란히 찍어 간접적으로 응원했다.  
 
프랑스 테니스협회는 이와 관련해 "오사카가 빨리 회복해서 내년에 다시 만나기를 기원한다. 선수들이 대회 기간 언론 관계를 포함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더 신경 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