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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빠른데?…中 위안화 강세 급제동, 14년 만에 외화지준율 인상

중앙일보 2021.06.01 17:39
치솟는 위안화 몸값에 중국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14년 만에 외화 지급준비율(지준율) 인상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고 위안화 강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국인민은행은 자국 내 은행 등 금융 기관의 외화 지준율을 오는 15일부터 현행 5%에서 7%로 인상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중국 당국이 외화 지준율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은 14년 만이다. 인민은행은 지난 2007년 외화 지준율을 4%에서 5%로 올렸다. 
 

14년 만에 '지준율 인상'…"인상 너무 빨라"

외화 지준율 인상에 따라 은행들은 외환 거래를 하려면 더 많은 달러를 지급준비금 형식으로 보유해야 한다. 시중의 달러를 흡수해 달러 가격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지준율이 2%포인트 높아지면 200억달러(약 22조원)의 자금이 회수돼 위안화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화 지준율 인상 카드로 중국 당국이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화 지준율 인상은 자주 쓰지 않는 카드인 데다 인상 폭(2%포인트)도 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강세를 막기 위해 가장 가시적인 조치를 내렸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뉴스1]

 

'BUY 차이나'에 위안화 강세…양날의 검 

중국 당국이 지준율 인상까지 들고나온 것은 3년 만에 최고치까지 오른 위안화 강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다. 1일 기준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6.37위안 수준이다. 지난 4월 이후 3% 이상 올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1%가량 뛰었다.  
 
최근 위안화의 강세는 중국의 빠른 경제 회복세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거센 유입세로 촉발됐다. 홍콩에서 중국 본토의 증시로 유입되는 북향(北向)자금은 지난주 468억위안(약 8조1305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직전 최대치는 2018년 11월의 346억위안(약 6조110억원)이었다. 북향 자금은 앞서 7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 상승은 중국 정부에겐 양날의 검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 3월과 4월 각각 1년 전보다 4.4%, 6.8%씩 뛰며 3년 6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그나마 원자재 가격 충격을 상쇄해줬던 것이 '강한 위안화'였다. 
달러 대비 위안화 상승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달러 대비 위안화 상승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렇다고 마냥 위안화 강세를 두고 보기에는 중국 당국이 계산에 넣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위안화 강세 속 해외 자금 유입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 중국 국내로 돈이 몰려들면 부동산과 증시 등의 자산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위안화 강세는 중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잠식할 수 있다. 
 
중국이 지준율 인상이란 전격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위안화 강세에 베팅하는 투기 세력에 일종의 경고를 던지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저우하오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인민은행은 위안화 랠리가 이어지더라도 시장의 과열을 막을 다양한 정책적 수단이 있다는 것과 (위안화 강세에 대한) 투기적 베팅을 했다면 실패할 것임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강세 베팅한 투기세력 경고용? 

그럼에도 위안화 환율을 시장에 맡기겠다던 중국 당국의 기본 입장에는 일단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시장 자율화 등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던 만큼 궤도를 쉽게 선회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외환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이번처럼 시장 뒷단에서 움직일 것이란 이야기다.
 
베키 리우 스탠다드처터드 중국 거시 전략팀 헤드는 "이번 조치가 일회성의 변화가 아니라 변화와 관련한 흐름의 시작"이라며 "경기 대응 조절 수단과 함께 중기적으로 새로운 위안화 관리의 체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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