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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참았던 욕 다하는 듯"···정세균 왜 '조국의 시간' 올라탔나

중앙일보 2021.06.01 17:27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달 31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달 31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잘못된 수사로 불이익을 받는 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든 누구든 안된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31일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서 한 말이다. 정 전 총리는 “(조국사태는) 책임질 건 책임지고 공명정대하게 가면 된다”면서도 “그러나 조 전 장관을 포함해 누구도 부당하게 검찰에 의해 인권이 유린당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식을 둔 아버지로, 아내를 둔 남편으로 가슴이 아린다”(지난달 28일)고 했던 것보다 반(反)검찰 메시지가 명확했다.
 
정 전 총리는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수사를 주도한 야권 유력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분(윤 전 총장)이 검찰개혁보다는 제 식구 챙기기, 검찰 지키기에 몰두한 측면이 있다”며 “이 분은 검증이 필요하지만 ‘수신제가’부터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미스터 스마일’이 오랜 별명인 그가 최근엔 강성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방송을 진행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요즘 별명이 ‘강(强)세균’이더라. 평생 참았던 욕을 요즘 다 하시는 거 같다”고 말했다.
 

‘마의 5%’ 넘었다?

정 전 총리의 발언 수위가 한껏 높아진 건 지난달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후보를 향해 “우리나라의 특별한 문화인 장유유서 문화가 있다”고 주장한 뒤부터다. ‘꼰대 논란’이 일자 정 전 총리는 "장유유서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해명과 함께 강수를 두기 시작했다. 그는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 올림픽 지도에 독도를 삭제하라. 끝까지 거부하면 올림픽 불참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달 28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서전 표지를 올리며 쓴 글. 페이스북 캡처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달 28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서전 표지를 올리며 쓴 글. 페이스북 캡처

 
정 전 총리의 파격 발언에 ‘장유유서’ 논란은 상대적으로 흐릿해졌다.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 받을수록 정 전 총리는 계속해서 강성 메시지를 냈다. “일본이 좀 고약하고 치사하지 않냐”라거나 “독도를 ‘저놈’들이 빼앗아 가려고 하는 짓은 절대 용납 못 한다”(지난달 29일)는 등의 주장이었다.
 
이에 총리직을 사임(4월 16일)한 이후 한 차례도 5%를 넘지 못하던 지지율도 상승 기류를 탔다. 아시아경제 의뢰 윈지코리아컨설팅 여론조사(지난달 29∼30일)에서 정 전 총리의 지지율은 5.4%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정 전 총리와 가까운 이원욱 의원은 “6월 말부터 시작되는 경선이 멀지 않았으므로 어떻게든 유권자 조명을 받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효과?

최근 정 전 총리의 메시지를 가다듬는 건 3선 김민석 의원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조성만 전 총리실 공보실장, 강성용 전 총리실 민정민원비서관 등이다. 키를 쥔 건 김 의원이다. 정 전 총리의 반일(反日)메시지 역시 김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김민석 의원은 15대 총선에서 정세균 전 총리와 나란히 국회에 입성했다. 최근 정 전 총리 캠프에 합류에 메시지 등을 담당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민석 의원은 15대 총선에서 정세균 전 총리와 나란히 국회에 입성했다. 최근 정 전 총리 캠프에 합류에 메시지 등을 담당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 의원이 반일 프레임을 꺼낸 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8월 일본이 자국 내 소재부품 수출을 규제해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타격을 입자 김 의원은 “아베 총리는 히틀러를 반면교사로 삼아라”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당시 민주당이 꾸린 ‘일본경제보복대책특위’에서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2017~2019년)을 지냈고 정 전 총리와는 15대 국회 입성 동기인데 정 전 총리의 ‘삼고초려’로 캠프에 합류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 전 총리 측 다선 의원은 “민족주의적 요소가 강한 반일 메시지는 진영 가릴 것 없이 찬성을 끌어낼 수 있다”며 “산전수전 다 겪어본 김 의원이 전략적 판단을 잘한 셈”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친문’에 방점

정 전 총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점으론 반(反)언론 메시지도 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러니 언론개혁이 필요한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2번 이나 올렸다. 정 전 총리의 ‘반일·반검찰·반언론’ 등 3반(反) 메시지에 극성 친문 지지층은 당원게시판에 “전투력이 좋다”는 글로 화답했다. 경선 통과를 위해 소위 '문파 호소력'이 짙은 이슈들을 연일 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정세균 전 총리는 호남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아직은 이 전 대표가 호남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정세균 전 총리는 호남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아직은 이 전 대표가 호남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다. 오종택 기자

 
그러나 강성 입장들 때문에 과거 장점으로 꼽혔던 정 전 총리의 합리적인 이미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 전 총리 측 중진 의원은 “‘내로남불’의 전형인 조 전 장관을 편든 건 경선에선 몰라도 본선에선 마이너스 요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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