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S 90%는 女목소리…"지역 마스코트, 교가에도 성 차별 요소"

중앙일보 2021.06.01 16:50
지자체 마스코트가 성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등의 자동응답시스템(ARS) 91%는 여성 목소리로 돼 있는데 성 차별적이므로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남궁윤영 부연구위원은 1일 ‘지방자치단체 마스코트 성별 균형 고려’ 자료에서 260개 지자체와 시·교육청의 마스코트에 성차별성이 있는지를 분석한 뒤 결과를 공개했다. 10곳 중 4곳(43.0%)꼴로 성차별적 요소가 발견됐다. 성역할 고정관념 및 편견이 21.5%로 가장 많았고 성별 대표성 불균형(16.7%), 성차별적 표현, 비하, 외모지상주의(4.4%) 등이었다. 
 
남궁 연구위원은 “남성은 발전·진취·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반해 여성은 상냥하고 소극적·정적 이미지로 표현된다”며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 식으로 성별에 따른 정형화된 색 이미지를 활용해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과천시의 토리, 아리와 울산시 중구의 울산 큰애기 등을 예로 들며 여성의 외모와 꾸밈노동을 강조하는 표현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동해시의 관광 마스코트인 선녀, 나무꾼에는 성폭력 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담겼다고도 주장했다.  
 
2018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에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촉구하는 손팻말과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2018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에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촉구하는 손팻말과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강원도 삼척의 삼척동자나 대구시의 패션이, 부산시 자갈치아지매 등이 특정 성을 상징하고 있다며 “성별이 과잉 대표돼 다른 성별이 배제, 소외되지 않도록 남녀노소 누구나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지역민을 아우르는 중성적, 양성적, 탈성별화된 마스코트를 제작해야 한다면서 참고할 사례로 서울시의 해치나 부산시의 부비 등을 들었다.
 
남궁 위원은 “지자체 마스코트는 지역민의 의식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정형화된 성별 기호 체계를 따르면 고정적 성역할을 재생산할 위험이 있다”며 “마스코트 제작 및 변경 시에 여성정책과 협조나 젠더 전문가의 사전 검토제를 시행해 성차별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마스코트 제작 과정의 담당자와 제작 업체에 성인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ARS 음성 목소리가 성인 남녀, 어린이, 노인 등을 대표할 수 있는 목소리로 서비스돼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여성정책연구원 김둘순 연구위원이 지난해 8∼9월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관련 공공기관 등 505개 기관을 상대로 ARS 목소리 성별을 조사한 결과 91.3%가 여성목소리, 0.8% 남성 목소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김 연구위원은 “ARS 대부분 여성 목소리로 서비스되고 있는데 이런 여성 목소리가 개인 비서, 집사, 하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ARS 음성 목소리의 성별 균형을 이루도록 법적 근거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중·고등학교 교훈이나 교가에도 여학생을 ‘향기, 꽃송이, 순결, 아름다운’ 등의 성 편향적 표현을 써 지칭하고 있는데 이런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전국 97개 여중 가운데 64.9%가, 69개 여고 중에는 68.1%가 이런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전국 99개 남중 가운데 24.2%, 남고 중 38.5%가 ‘건아·씩씩한·나라의 기둥’ 등으로 남학생을 칭하고 있었다.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남학생은 ‘자주적·도전·꿈·미래·능력’ 등 성취 지향적으로 표현되는데 여학생은 ‘배려·나눔·봉사·아름답게’ 등 관계 지향적으로 표현되는 게 성별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7일 오전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학교의 여성 편향적 표현 사용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교육부의 17개 시·도 교육청에 대한 예산 지원으로 교가·교훈 개선 작업을 지원하고, 시·도 교육청별로 교가·교훈 새로 쓰기 공모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성정책연구원은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열리는 ‘생활 속 성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