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태현 반성문 어이없다, 인간쓰레기조차 아냐" 유족 분노

중앙일보 2021.06.01 16:17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지난 4월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지난 4월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태현(25)이 첫 재판에서 일부 범행에 대해 ‘우발적 살인’을 주장했다. 검찰은 피해자 큰딸이 살해되기 직전까지 김태현을 회유하며 흉기를 내려놓도록 했으나 몸싸움 끝에 살해당했다고 봤다. 재판을 지켜본 유족들은 “경악을 금치 못할 살인마”라고 흐느끼며 엄벌을 호소했다.
 

“혐의 모두 인정, 일부는 우발적”

지난 3월 28일 노원 세 모녀가 살해된 범행 현장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자 대문과 창문에 경찰이 부착한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어있다. 이가람 기자

지난 3월 28일 노원 세 모녀가 살해된 범행 현장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자 대문과 창문에 경찰이 부착한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어있다. 이가람 기자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1일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김태현은 신원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질문에 짧게 대답하며 재판 과정 내내 무덤덤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김태현의 국선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 A씨(큰딸)가 함께 게임을 하던 친구들에게 자신의 험담을 한다는 생각에 빠져 배신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고 밝혔다.
 

검찰 공소사실에서 잔혹한 범행 수법 드러나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사건 당일인 지난 3월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을 나서고 있다. 독자 제공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사건 당일인 지난 3월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을 나서고 있다. 독자 제공

검찰이 이날 밝힌 공소사실에선 김태현의 잔혹한 범행 수법이 드러났다. 김태현은 지난 3월 23일 스토킹하던 피해자 A씨의 거주지를 찾아가 물품 배송을 가장해 현관문을 두드린 뒤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의 여동생이 현관문을 열자 미리 절취해 준비한 과도를 오른손에 들고 위협하면서 왼손으로 여동생의 입을 가로막고 집에 들어갔다.  
 
김태현은 여동생의 입을 청테이프로 막고 손을 묶었으나 발로 차는 등 반항하자 목 위에 올라타 과도로 여동생의 목 부위를 2회 찔러 살해했다. 이어 집에 머무르다 A씨의 어머니가 집에 들어오자 양손으로 그를 밀쳐 넘어뜨린 다음 과도로 살해했다.
 

큰딸, 침착하게 김태현 회유… 끝내 살해당해

이후 오후 11시 30분쯤 A씨가 집에 들어오자 김태현은 흉기를 보여주며 A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당황한 A씨는 상황을 모면하고자 “119 구급대를 부르자” “대화하자”라고 말하며 김태현을 진정시켜 손에 든 흉기를 내려놓게 했다. 이어 A씨는 김태현이 내려놓은 흉기를 손에 들고 저항했다.
 
그러나, 휴대전화를 돌려주겠다는 김태현의 말을 믿고 A씨가 흉기를 탁자 위에 내려놓자 김태현은 다시 흉기를 집어 들었고, 몸싸움 끝에 A씨를 살해했다. 세 모녀의 사인은 모두 경동맥 절단으로 인한 과다출혈이었다. 검찰이 공소사실에서 김태현이 살해한 내용을 발언할 때마다 방청석에선 유족들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김태현 “동생·어머니 살해는 계획 안 해”

이날 재판에서 김태현은 피해자인 세 모녀 가운데 어머니와 둘째 딸을 살해한 행위는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범행 계획 단계에선 첫 번째와 두 번째 피해자를 제압하고 A씨를 살해한 뒤 자살하려고 한 것”이라며 “처음부터 두 명을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범행 후 도주하지 않고 자살하려고 했던 점도 참작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재판을 방청하러 온 유가족 10명은 김태현 측의 주장에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였다. 변호인이 우발적 범행을 이야기하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유족 한 명은 “김태현, 진실을 얘기해라”고 흐느끼며 외쳤다. 재판 과정에서 김태현이 앞서 제출한 네 건의 반성문이 언급될 때는 방청석에서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유족 “인간쓰레기도 아냐, 사형제도 부활해 달라”

재판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은 유족 중 한 사람은 “사람 3명을 죽여 놓고 자기는 살고 싶어 반성문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어이없다”며 “인간도 아니고 인간쓰레기조차 아니다. 저런 인간은 이 사회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재판부에서 꼭 증명해달라”고 호소했다. 자신을 A씨의 고모라고 소개한 김모씨도 “김태현은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살인마”라며 “사형제도가 다시 부활할 수 있게끔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태현의 2차 공판은 오는 6월 29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