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공수처 유일준 "이성윤 공소장 공개, 내부 징계도 무리"

중앙일보 2021.06.01 05:00
유일준(사법연수원 21기)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진 법무법인 로고스]

유일준(사법연수원 21기)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진 법무법인 로고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번째 수사 대상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공개’를 선정한 데 유일준(사법연수원 21기) 공수처 인사위원이 “공소장 공개는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3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다. 그는 재판에서 공개되는 공소장의 언론 공개를 문제 삼는 건 형사처벌은커녕 내부 징계조차 무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 이어 공수처에서도 비판 목소리를 낸 셈이다.
 

공수처 야당 추천 인사위원 비판

유일준 위원은 검사 출신으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까지 지낸 뒤 현재 야당 추천 공수처 인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공수처 인사위원은 총 7명으로 공수처장, 차장, 처장 추천 1명,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이다. 이들은 인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앞서 이성윤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지난 12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검찰 내부망에 올라온 공소장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13일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도 불법 출금 수사 외압에 관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대검찰청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20일 징계 의지, 21일 수사 필요성을 시사했다. 25일엔 공수처가 시민단체 고발 접수를 계기로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유 위원과의 일문일답.
 
이성윤 공소장 공개가 법무부 감찰과 공수처 수사로 이어졌다.
“근본적으로 문제 삼을 만한 사안이 아니다.”
 
박범계 장관의 진상조사 지시부터 잘못인가.
“박 장관이 스스로 ‘법무부 장관이기에 앞서 여당 국회의원이다(2월 24일)’라고 한 적 있다. 이런 분이니까 여권을 위해 진상조사 지시까지 한 건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유출자를 색출해 징계하고,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나선 건 지나치다.”
 
형사처벌이 왜 무리하다는 건가.
“공소장은 검사가 공소 사실을 기재한 문서로 (헌법상) 공개재판주의에 따라 공개가 예정돼 있다. 공개될 문서를 공개한 게 어떻게 문제가 되나. 물론 기소 전에 공개가 됐다면 (형법의)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지만, 이번 사안은 공개 시점이 기소 이후다.”
 
박 장관은 최소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법무부 훈령)’ 위반이라는 입장인데.
“물론 훈령 제17조에 따르면 공소장은 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교부하는 등으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문장 그대로 보면 훈령 위반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훈령은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시절 정권에 불리한 내용이 알려지는 걸 막을 불순한 의도에서 도입된 것이라 이를 근거로 징계하려 한다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5월 3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5월 3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박범계, 文 정부 레임덕 막으려고 무리하는 듯”

그럼 왜 박 장관은 무리를 하는 걸까.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둔 예민한 시점에 조국 전 장관 등이 연루됐다는 공소장 내용이 보도된 게 정권 차원에서 매우 아팠을 것이다. 박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을 차단하기 위해 강한 모습을 보여준 듯하다. 레임덕을 막고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기여해야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보장되지 않겠나. 가만히 있으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나서고 그를 따르는 검사들이 정권에 부담되는 수사에 착수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리라고 우려했을 것이다.”
 
박 장관 발언에 이은 공수처 수사로 ‘하명 수사’라고 의심한다.
“의심이 사실이라면 분명 문제다. 그러나 김진욱 공수처장 등이 그렇게까지 생각이 없거나 중심을 못 잡는 건 아닐 듯하다. 1호 수사로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의 채용 비리 의혹을 선정한 직후 여권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자 여권에서 부추기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공수처가 손 놓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일단 고발인 조사를 한 게 아닐까 싶다.”
 
공수처는 “쟁점이 매우 간단하고, 고발장이 들어 왔고 국민적 의혹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적절하지 않은 설명이다. 쉬운 사건만 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의) 고발장 언급과 관련해선 최근 정치적 사건을 보면 여든 야든 한쪽이 문제 삼으면 그편의 시민단체가 나서 고발장을 내는 게 상례화됐다. 이런데도 법무부 장관의 발언과 상관없이 고발장이 들어온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또한 국민적 의혹을 운운한 것도 문제다. 과거 검찰이 일부 사건에서 ‘국민적 의혹 해소가 필요하다’는 구실을 내세우며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공수처를 만든 게 아닌가.”
(※김한메 대표는 이에 대해 “박 장관 등 여권의 청부를 받아 고발한 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5월 31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연합뉴스

5월 31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연합뉴스

 
공수처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수사 중이다.
“비밀누설죄가 성립될지 의문이다. 공소장이 공개가 예정된 문서인 데다 이 지검장을 포함한 전국의 검사 2000명가량이 모두 조회할 수 있도록 전산망에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비밀이 될 수 없다. 판례에서도 비밀성이 인정되려면 비밀로 관리돼야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일단 고발인 조사까지는 통상적인 절차로 해볼 순 있어도 해당 혐의로 기소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만일 공수처가 기소를 강행한다면.
“공소장을 공개한 검찰 구성원뿐만 아니라 공소장을 건네받고 보도에 활용한 기자도 공범으로 기소될 수 있다. 그러면 언론의 자유 탄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은 내가 겪은 법조인 중에서도 상당히 반듯한 축에 속하기 때문에 무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정권이나 누구의 눈치를 봐서 자기 자신의 경력이나 공수처의 존립을 망칠 만큼 어리석은 분들이 아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