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국의 시간'은 '법원의 시간'과 이렇게 달랐다 [팩트체크]

중앙일보 2021.06.01 05:00 종합 5면 지면보기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시민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시민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일 출간한 저서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을 집필한 이유에 대해 “더 늦기 전에 최소한의 해명은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검찰‧언론‧야당의 주장만이 압도적으로 전파됐다”는 주장에서다. 그러면서 “저와 제 가족은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졌다”고도 했다. 무간지옥은 불교에서 말하는 여러 지옥 중 고통이 간극없이 계속되며 가장 심한 지옥이다. 

책에서 해명한 의혹과 판결문 비교
‘7대 허위 스펙’ 상세 언급 안 해
웅동학원 관련 “동생 혹독한 고초”
유죄판결 부분에 대해선 안 밝혀

 
조 전 장관은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내려가는 심정”이라며 376쪽 분량 책에서 2019년 8월 9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뒤 ‘조국 사태'를 나름대로 정리했다. 총 8장인 책에서 조국 수사와 재판에 대한 해명은 제2장 ‘나를 둘러싼 의혹들’에 다뤘다. “수사의 출발점이자 ‘조국 불가론’의 핵심 사유"라고 표현한 사모펀드 의혹부터 자녀 입시 비리, 웅동학원 등 3대 의혹에 대한 조국 자신의 정리된 입장이다. 중앙일보는 이를 정 교수 등의 판결문과 공판 증언 등과 비교해 팩트체크했다.

 
2017년 5월 11일 정청래 의원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에 환영하는 뜻에서 올린 트위터 게시글. 트위터 캡처

2017년 5월 11일 정청래 의원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에 환영하는 뜻에서 올린 트위터 게시글. 트위터 캡처

① 사모펀드 : “가족펀드를 통한 권력형 비리 아니다”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책에서 “권력형 비리도 아니고 정경심 교수의 공모도 없음이 재판에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중 '권력형 비리가 아니다'라는 부분은 적어도 현재까지 '사실'이다. 정 교수의 1심 재판부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코링크PE 대표)씨 재판부는 ‘권력형 비리’라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씨 1심 재판부는 판결 양형 이유에서 “조씨나 권력자 가족이 권력을 이용해 불법으로 재산을 증식하는 등 정치권력과 검은 유착을 한 권력형 범행이라는 것은 확인이 안 된다”고 썼다.

하지만 ‘권력형 비리’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법원이 정 교수와 조범동 대표의 공모관계를 유죄로 본 대목도 있었다. 1심 재판부는 정 교수가 조씨에게 "친동생이 투자한 사실이 기록된 자료는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또 정 교수가 조씨로부터 2차 전지업체 WFM관련 미공개 정보를 제공받아 주식투자를 한 데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정경심 1심 판결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경심 1심 판결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조 전 장관은 이에 “가정 경제는 정 교수가 거의 다 결정하고 운영하던 터라 나는 상세한 내용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공개된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문자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이 전혀 몰랐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 교수는 앞서 2015년과 2017년 코링크PE에 2차례에 걸쳐 5억원씩 모두 10억원을 투자하고, 그 수익금 1억 5000여만원을 코링크PE와 동생 명의로 허위컨설팅계약을 맺어 돌려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이 이와 관련 법정에서 공개한 2018년 5월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정 교수가 “종합소득세가 2200만원대가 나와 세무사가 다시 확인 중”이라는 문자를 보내자 조 전 장관이 “엄청 거액이네”이라며 “인컴(incomeㆍ소득)이 엄청났구먼”이라고 답했다. 정 교수는 이에 “약 6천~7천정도 불로수입, 할말없음”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에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면, 무슨 소득이 크게 증가해 세금이 많이 나왔는지를 왜 다시 묻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심 재판부는 정 교수의 1억5000여 만원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컨설팅 계약서’가 허위임은 분명히 했다. 이 부분은 조국 전 장관 부부가 재산 신고때 사모펀드 투자금을 누락했다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재판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② 입시비리 : “체험학습, 인턴십 엄격한 관리없이 운용”

조 전 장관은 "최종 판결이 나면 승복할 것"이라며 정 교수가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은 자녀 입시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하지만 “1심 재판을 받고 있어 상세한 언급은 자제하고자 한다”며 1심이 허위로 인정한 7대 스펙에 대해선 큰 분량을 할애하지 않았다. 특히 조 전 장관은 가장 논란이 되었던 ‘동양대 표창장 위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조민 ‘7대 허위스펙’ 1심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민 ‘7대 허위스펙’ 1심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 전 장관은 대신 “고교생 인턴·체험활동 확인서의 허위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기준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년 전엔 고교생 인턴과 체험활동은 엄격한 관리 없이 운영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정 교수가 지난달 10일 자신의 재판에서 ‘체험학습’과 ‘인턴십’의 차이를 설명한 것과 다소 결이 다르다. 당시 재판장은 정 교수에게 “‘체험활동 확인서’라는 제목을 왜 ‘인턴십 확인서’로 바꿨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정 교수는 “체험활동은 고등학생 때 형식이었고, 확인서를 재발급받을 때는 딸이 대학생이어서 체험학습보다 인턴십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인턴 확인서가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1심 재판부는 ‘체험학습’을 ‘인턴십’으로 굳이 바꾼 점에 대해 “체험활동 확인서와 달리 조씨가 전문적인 인턴 활동을 한 것처럼 가장하고, 인턴 시간을 기록해 정량적인 활동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판결에 썼다.

조 전 장관은 공주대 인턴활동 및 딸이 저자로 등재된 연구물에 대해 공주대 연구윤리위원회가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점도 언급했다. 조 전 장관은 하지만 재판부가 “대한병리학회가 부당한 저자 표시 등 연구 부정행위를 이유로 논문을 취소했다”고 명시한 단국대 제1저자 논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자녀 입시비리ㆍ감찰무마 의혹을 받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6월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ㆍ감찰무마 의혹을 받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6월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③ 웅동학원 : “동생이 형때문에 과도하게 고초”

웅동학원 교사 채용 비리와 위장소송 등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권 씨는 지난해 9월 1심에선 6가지 죄명 중 업무방해 혐의만 인정돼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15페이지에 걸쳐 해명했다. 유죄를 받은 채용비리와 관련해선 “(동생이)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다 보니, 채용 브로커의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동생이 형 때문에 과도하게 혹독한 고초를 겪는다는 생각은 떨칠 수는 없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검찰의 ‘표적 수사’탓에 동생이 더 큰 죄값을 받았다는 취지였다.

반면 지난해 9월 조권씨 1심 재판부는 “웅동학원 사무국장 지위를 기화로 웅동학원과 교원인사 등 교원 채용에 관한 업무를 방해했고, 채용을 희망하는 측으로부터 다액의 금품을 수수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이밖에 2019년 1월 강남 유명 나이트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마약‧경찰 유착 사건 관련 의혹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재차 해명했다. 이 사건으로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윤규근 총경과 조 전 장관이 함께 찍은 사진이 언론에 공개된 탓에 논란이 불거졌다. 조 전 장관은 “이 사진은 민정수석실 직원들과 청와대 근처 식당에서 저녁 회식 중 찍은 여러 사진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불법대출 사건이 본인과 연루됐다는 주장에 대해선 “상상인저축은행이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고, 관계자 어느 누구와도 알지 못하며, 그 회사 운영에 어떤 방식으로도 관여한 바가 없다”고 썼다.

야당 등이 제기한 자신의 논문표절 의혹과 관련해선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판정을 소개하며 “경미한 위반이 있을 뿐 표절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남현·이수정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