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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징용 노동자상 모델은 일본인으로 믿을 만한 이유있어”

중앙일보 2021.05.31 14:40

법원 "교과서 사진 속 인물과 모델이 유사" 

대전시청 앞 등 전국 여러 곳에 설치된 징용노동자상은 “모델이 일본인으로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고양지원, 노동자상 작가의 민사소송 기각

대전시청 앞 보라매 공원에 설치된 징용 노동자상. 중앙포토

대전시청 앞 보라매 공원에 설치된 징용 노동자상. 중앙포토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이근철 판사는 지난 28일 노동자 상을 조각한 김운성·김서경씨 부부가 “'징용노동자상이 일본인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허위 사실을 퍼트려 명예를 훼손했다”며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변호사)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6000만원) 소송을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법원은 “2019년 3월께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징용노동자상 사진의 주인공이 일본인으로 밝혀졌다는 기사가 여러 차례 실린 점, 이 교과서에 실렸던 일본인 노동자 사진과 징용 노동자상 인물의 외모적 특징이 상당히 유사해 보이는 점 등으로 미루어 모델이 일본인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사진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사 7종 교과서에 '조선인 강제징용' 등의 제목으로 실렸다.  
 
법원은 또 "노동자상 모델이 1926년 9월 9일 일본 ‘아사히카와신문’에 실린 사진 속 일본인 노동자 모습과 유사하다는 학자의 주장 등이 제기된 반면, 작가 부부가 모델이 일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노동자상 모델이 일본인이다"라고 주장하며 시위하고 있다. 중앙포토

시민단체 회원들이 "노동자상 모델이 일본인이다"라고 주장하며 시위하고 있다. 중앙포토

"공익 관련은 진실 증명 안돼도 위법성 없어"  

법원은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이 보도자료나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일본인 모델로 한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는 역사 왜곡으로 시정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한 것은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며 “공익을 위한 것일 때는 지적한 내용이 진실임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진실임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위법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소연 변호사는 2019년 8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서울 용산역, 대전시청 앞 등에 설치된 헐벗고 깡마른 징용 노동자 모델은 우리 조상이 아니고 일본 홋카이도 토목공사 현장에서 학대당한 일본인이며, 이는 역사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작가 부부 2019년 고발과 소송 제기 

이에 김운성 작가 부부는 그해 11월 김 전 의원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무혐의 처분)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 부부는 소장에서 “2016년 8월 24일부터 지난 8월 13일까지 일제 징용피해자를 상징하는 ‘강제징용노동자상’을 만들어 일본 교토(京都)·서울 용산역·부산·제주·대전 등에 설치했다”며 “징용과 관련된 신문기사, 논문, 사진 자료를 연구해 탄광 속의 거칠고 힘든 삶을 표현하면서도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노동자 상을 구상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부부 작가는 평화의 소녀상 작가이기도 하다.
 
1926년 9월 9일 일본 아사히카와 신문에 실린 '훗카이도 토목공사 현장에서 학대받는 사람들' 이란 제목의 기사에 나온 일본인 노무자 사진. [사진 이우연 박사]

1926년 9월 9일 일본 아사히카와 신문에 실린 '훗카이도 토목공사 현장에서 학대받는 사람들' 이란 제목의 기사에 나온 일본인 노무자 사진. [사진 이우연 박사]

한편 평화나비대전행동, 민주노총 대전본부, 한국노총 대전본부 등은 2019년 8월 13일 대전시청 앞 보라매공원에 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했다. 시민 성금 8000만원으로 제작한 이 노동자상은 가로·세로 각 1.2m에 높이 2.5m, 무게 2t 크기다. 이 동상 작가 역시 김운성씨 부부다. 이 노동자상은 자연공원법 등을 위반한 불법 조형물 상태로 3년째 서 있다. 노동자상을 세우면서 관할 지자체인 대전시와 서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아서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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