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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살포 포장지” VS “차별급식 시즌2”…吳·李 주말 내내 ‘소득’ 공방

중앙일보 2021.05.31 13:30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8~30일 페이스북에서 글 8개를 주고 받으며 '소득 논쟁'을 벌였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8~30일 페이스북에서 글 8개를 주고 받으며 '소득 논쟁'을 벌였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상대의 대표 복지제도를 두고 주말 내내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먼저 이 지사가 오 시장의 ‘안심소득’은 저성장 양극화 시대에 맞지 않는 근시안적 처방이라며 선공에 나섰다. 이에 오 시장은 오히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이 역차별적이며 불공정하고 갈등유발적이라고 반격했다. 
 
오 시장은 지난 3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님의 ‘가짜 기본소득’, ‘무늬만 기본소득’ 이야말로 안심소득에 비해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적으므로 명백히 역차별적이고, 양극화 해소에 역행하므로 훨씬 불공정하고 갈등유발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가짜 기본소득은 이제 그만!’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민만족도, 소득재분배, 경제회생, 공정성, 형평성 면에서 안심소득이 훨씬 우수한데 그렇지 않다고 우기신다면 궤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고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앞 줄 가운데)가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앞 줄 가운데)가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글은 이날 오전 이 지사가 올린 글에 대한 반박 글이다. 이 지사는 글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께서 기본소득을 국민의힘 제1정책으로 도입했다. 오세훈 시장님은 당 공천으로 서울시장이 되셨는데 기본소득과 완전히 상반되어 차별적이고 불공정하고 갈등유발적이며 경제효과도 없는 안심소득을 주장하고 계시다”고 날을 세웠다. 
 
둘의 공방은 지난 28일 이 지사가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이 지사는 안심소득을 ‘차별급식시즌2’라고 칭하며 "중산층과 부자를 이중 차별하고, 납세자와 수혜자의 분리로 조세저항을 유발함으로써 재원 마련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다르게 현금으로 지급해 경제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소득 논쟁에 새롭게 등장한 ‘안심소득’

지난 27일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서울시청에서 안심소득 자문단 위촉식을 열고 자문단 위원인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지난 27일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서울시청에서 안심소득 자문단 위촉식을 열고 자문단 위원인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그러자 오 시장이 이에 응수하는 글을 올려 “기본소득은 누구에게나, 아무 조건 없이, 매월 정기적으로, 일정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기본원칙인데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일회성이다. 또 만 30세 미만과 만 65세 이상 연령대에 연 100만원씩 지급하자는 제안은 보편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전 살포를 합리화하는 포장지라며 수위를 높였다. 재원의 추가 부담 최소화, 근로 의욕 고취, 양극화 해소 등 안심소득의 장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이 지사는 학술상 기본소득은 매월 지급이 요건도 아니니 그 점을 문제 삼지 말아 달라면서기본소득은 단기적으로 증세 없이 560조 예산 중 25조원가량을 절감해 상하반기로 나눠 인당 50만원(4인 가구 200만원)을 지급하고, 중기적으로 연 60조원가량인 조세 감면을 25조원가량 축소해 인당 연 50만원을 더 마련해 분기별로 지급(4인 가구 400만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탄소세, 데이터세, 인공지능로봇세, 국토보유세 등의 기본소득목적세를 점진적으로 늘려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생계지원금 수준인 1인당 월 50만원까지 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만 해도 17조원으로 추정되는 안심소득 재원(전국민 기준 약 85조원)은 대체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고 오 시장에게 물었다. 
 

이재명 “85조원 재원 마련 어떻게 할 것이냐”

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방송 토론에서 각자 안심소득,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다. [MBC 100분토론 캡처]

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방송 토론에서 각자 안심소득,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다. [MBC 100분토론 캡처]

 
오 시장은 서울시의 연간 복지예산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안심소득을 설계할 예정이라며 다시 페이스북 글로 답했다. 이후에도 이 지사는 “서울시민 500만 명을 골라 현금을 나눠주겠다는 오 시장이 기본소득을 선심성 현금살포라고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증세 없이 서울에서 매년 17조원을 만든다면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30일 하루에만 3개의 관련 글을 올렸다. 
 
두 사람의 논쟁에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가세했다. 정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정세균TV’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필요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으며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연이은 온라인 공방에 “토론을 하자고 해라”, “SNS로도 충분히 논리를 주고받을 수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안심소득은 오 시장의 핵심공약 가운데 하나로 당선 전부터 이 지사의 기본소득과 비교되는 개념으로 거론됐다. 연 소득이 일정액에 미달하는 가구에 미달소득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로 보편적 성격의 기본소득과는 다른 ‘하후상박(下厚上薄)’ 구조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안심소득 시범사업 자문단을 위촉하고 1차 회의를 열었다. 앞으로 3년 동안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가구에 안심소득을 지급해 그 효과를 분석할 계획이다. 

경기도 “건전한 토론으로 봐달라”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논쟁에 관해 "복지정책에 대한 건전한 토론이라고 생각해 달라. 기본소득과 안심소득을 널리 알리고 장단점 분석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느냐”며 “지적과 반박이 아닌 서로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기 위해 토론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최은경·최모란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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