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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의 미래를 묻다] “비트코인의 용도는 투기와 자금세탁”

중앙일보 2021.05.31 00:34 종합 26면 지면보기

논쟁 - 암호화폐·블록체인 미래를 묻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MBA 주임교수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MBA 주임교수

블록체인이 등장하고 12년이 흘렀지만, 그간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보여준 유일한 용도는 자금세탁과 투기뿐이다. 블록체인의 효용 중 가장 잘못 알려진 두 가지는 위변조 방지와 수수료 절감이다. 비트코인 원논문에는 위변조라는 단어가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위변조 방지는 블록체인 훨씬 전에 전자서명이 이미 해결한 과제이다. 한편, 수수료 절감은 제 3자를 배제해 불필요한 중재를 없앤다는 주장인데, 이 또한 중재와 중계를 구분 못 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 제 3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중재와 달리 중계는 소극적인 가교역할을 의미한다. 대부분 금융 수수료는 중재가 아닌 중계에서 발생한다. 계좌 이체 때 은행 역할은 중재가 아닌 중계이다.
 

채굴 비용 급상승 속 보상은 줄어
2028년엔 비트코인 사라질 수도
모순 잡겠다며 문제 일으키는 모순

블록체인은 불필요한 중재를 없앤 것이 아니라 필요에 상관없이 중재가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잘못 송금하면 다시는 돌려받을 수 없고,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 영원히 찾을 수 없다. 현재까지 발행된 비트코인의 무려 25%가 이런 이유로 접근 불능 상태로 추정된다. 한편 블록체인의 중계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된다. 2021년 5월 기점 비트코인 수수료는 경우에 따라 6만원이 든다. 5000원에 살 수 있는 커피를 비트코인으로 사면 6만5000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불필요한 중재는 블록체인이든 아니든 그냥 없애면 된다.
 
비트코인은 약 10분 간격으로 채굴이라는 과정을 통해 블록이 생성되며 발행되는데 4년마다 발행량이 반씩 줄어든다. 이를 반감기라 한다. 2009년 최초의 블록은 50비트코인씩 발행되었지만, 지금은 6.25만 발행된다. 혹자는 이 때문에 디지털 금이 된다는 엉뚱한 소리를 하지만 반감기는 블록체인의 치명적 설계 결함이다. 채굴에 드는 에너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도록 설계되어 지금은 2009년에 비해 무려 20조배나 상승했다. 채굴의 유일한 이유는 돈 때문이다. 그런데, 채굴 에너지는 기하급수로 늘지만 채굴 보상은 반씩 줄어든다. 결국 채굴할수록 손해를 보는 시점이 반드시 온다. 아마 다음 반감기인 2024년 혹은 그다음 반감기인 2028년이면 모두 채굴을 포기해 비트코인이 사라질 수도 있다.
 
논쟁 암호화폐·블록체인

논쟁 암호화폐·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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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코인에 열광하는 듯하지만 14억 인구의 인도는 전체 코인 시장의 1% 미만이고, 중국은 전면 금지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아예 코인 거래를 않는 셈이다. 코인에 가장 우호적인 싱가포르도 자국 주식시장의 2% 미만이며, 우리 다음으로 큰 일본도 하루 거래량이 우리의 30분의 1 미만에 불과하다. 결국 코인의 광풍은 미국과 대한민국에서뿐이다.
 
이 버블이 곧 터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각국의 강력한 제재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대부분의 코인을 증권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 그 대표 격인 리플과 소송 중이다. 미 대법원 판례인 하위 테스트에 따르면 증권형의 소지가 강해 증권법 위반으로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자금 세탁의 근원인 코인은 투기가 아니라도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다. 행동금융의 대가인 로버트 실러 교수는 이런 버블이 전염병과 같다고 한다. 넘치는 유동성으로 정점을 달리던 이 전염병은 이제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다. 각국이 규제라는 백신을 하나씩 도입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채굴시장의 90%를 독점하고 있는 중국의 규제 당국이 채굴 자체를 금지하는 움직임이 결정적이다.
 
머잖아 코인 시장과 함께 불로소득에 눈멀었던 기업들이 사라지면 비로소 건전한 기업들이 진정한 기술개발로 새로운 디지털 자산을 시장에 선보이면서 지금의 제도권 금융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주리라 본다. 각국 중앙은행이 연구 중인 디지털 법정화폐(CBDC)도 좋은 사례이다.  
 
또한 미래에는 중앙은행권이 아닌 민간 은행의 디지털 화폐 또한 다양한 형태로 발행되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생활을 지원해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미국은 이미 민간 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기도 했다.
 
현재의 코인 시장은 제도권 금융을 공격하면서 자신들도 제도권화 해달라는 모순적인 주장을 하고, 무한정 달러를 찍는 중앙은행을 공격하면서 자신들 스스로 임의로 코인을 발행하는 모순을 저지른다. 제도권 금융문제의 해결은커녕 제도권 금융 문제를 사적 이익 집단이 그대로 재현하며 그보다 수백 배의 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모순덩어리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MBA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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