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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칠상팔하’에서 ‘칠하팔상’으로?

중앙일보 2021.05.31 00:24 종합 28면 지면보기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한·중 모두 내년은 대선의 해다. 봄에 한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면 가을엔 중국 지도부가 개편되는 20차 당 대회가 열린다. 잠룡(潛龍)들이 꿈틀거린다. 중국 고위직 인사의 3대 요소는 연령과 정치 경력, 업무 경력이다. 이중 나이와 관련해선 잠규칙(潛規則, 숨은 규칙)인 ‘칠상팔하(七上八下)’가 중요하다. 67세는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할 수 있지만 68세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2002년 16차 당 대회 때 만들어져 지금까지 잘 지켜져 왔다. 그러나 이번엔 ‘규칙 파괴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의해 깨질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중국읽기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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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권력엔 이미 ‘한 사람만이 존귀한(定于一尊)’ 구도가 형성돼 있다. 내년 69세가 되는 시진핑은 칠상팔하 잠규칙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2018년 헌법을 수정해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등 독주 채비를 끝냈다. 내년엔 연임에 그쳤던 불문율을 깨고 총서기 3연임에 나설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내년 67세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어떻게 될까.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리펑(李鵬) 모델. 총리에서 물러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리위안차오(李源潮) 케이스. 나이와 상관없이 완전히 은퇴하는 것이다.
 
칠상팔하 잠규칙에 따르면 리커창은 최고 지도부 유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중화권에선 리커창이 당정 업무에서 손을 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아울러 그와 같이 내년에 67세가 되는 왕양(汪洋) 정협 주석(서열 4위)과 왕후닝(王滬寧) 정치국 상무위원(서열 5위)이 동반 퇴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칠상(七上)’이 아닌 ‘칠하(七下)’가 되는 셈이다. 반면 내년에 68세가 되는 한정(韓正) 상무 부총리, 70세의 류허(劉鶴) 부총리, 69세의 천시(陳希) 당 조직부장 등이 완전히 은퇴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한다.
 
68세가 넘으면 은퇴하는 ‘팔하(八下)’가 아니라 오히려 승진하는 ‘팔상(八上)’의 시대가 펼쳐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20년 가까운 ‘칠상팔하’의 잠규칙이 깨지고 ‘칠하팔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게 되는 인사 기준은 뭔가. 홍콩 정치 평론가 쑨자예(孫嘉業)는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의 신임 여부”라고 잘라 말한다. 류허와 천시 모두 시진핑과는 동창 관계다. 시진핑 시대엔 연령으로 선을 긋는 일은 없을 것이라 한다. 오히려 “나이든 자 올라가고 어린 자 내려간다(年老的上 年少的下)”는 말이 나온다. 후계자를 키우지 않는 절대 권력 시진핑의 용인술(用人術)은 그저 변화무쌍할 뿐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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