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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송금한 내 돈, 이젠 ‘예보’가 되찾아준다

중앙일보 2021.05.31 00:03 경제 5면 지면보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지난해 실수로 엉뚱한 사람에게 사업자금 600만원을 모바일뱅킹으로 송금했다. 급하게 서두르다 수취인의 계좌번호 하나를 잘못 누른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송금은행을 통해 수취인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수취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주일 뒤 김씨는 자금반환 청구가 거부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억울한 마음에 김씨는 소송(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신청했고, 1년 만에 돈을 돌려받았다. 김씨는 “변호사 선임 등 100만원 넘는 소송비용이나 시간을 따지면 1년간 마음고생이 컸다”고 토로했다.
 

7월부터 착오송금 반환제 시행
예보가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
7월 6일 이후 착오송금만 해당
우편료 등 수수료는 송금인 부담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 절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 절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앞으로는 김씨처럼 소송하지 않고도 ‘착오송금’을 손쉽게 되찾을 수 있게 된다. 오는 7월 6일부터 잘못 송금한 돈을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대신 찾아주는 ‘착오송금 반환 지원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현행 제도는 예금주가 송금한 금융사에 착오송금 신고를 하면, 송금은행이 수취은행에, 수취은행은 다시 수취인에게 연락해 반환을 요청하는 식이다. 이때 수취인이 반환을 동의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취인이 반환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안 될 경우 법적으로 강제할 수단이 없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착오송금 건수는 15만8000건(3203억원)으로 1년 전(13만4000건)보다 18% 증가했다. 착오송금 중 절반이 넘는 8만2000건(1540억원)은 반환 구제를 받지 못했다. 앞선 김씨 사례처럼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으나 상당수는 비용과 시간 부담에 포기한다. 소송을 하려면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의 시간과 60만원 이상(송금액 100만원 기준)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연간 착오송금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간 착오송금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7월부터는 예보가 해결사로 나선다. 실수로 돈을 잘못 보낸 송금인의 요청에도 수취인이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예보에 반환지원을 신청하면 된다. 신청을 받은 예보는 송금인의 부당이득반환 채권을 매입한다. 송금인 대신 채권자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다. 이후 금융사와 행정안전부, 통신사 등에서 수취인의 정보를 받아 전화와 우편 등으로 수취인에게 착오송금 사실과 반환계좌를 알린다. 그런데도 수취인이 자진 반환에 나서지 않으면 예보가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지급명령은 채권자의 신청으로 채무자에 대한 심문 없이 법원이 지급을 명하는 것으로 채무자의 자발적 이행을 촉구하는 법적 절차다. 예보 관계자는 “독촉 절차로 법원이 (지급명령 받아들이면) 수취인의 재산을 압류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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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예보의 도움을 받으면 착오송금액을 그대로 다 돌려받진 못한다. 예보는 우편료와 지급명령 비용 등 일종의 수수료를 제외하고 송금인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의 금액 범위나 관련 비용은 다음 달 중순쯤 확정된다는 게 예보 측 설명이다. 또 반환 신청은 개정안 시행일인 7월 6일 이후에 발생한 착오송금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 송금인이 토스나 카카오페이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통해 돈을 잘못 송금한 경우에도 반환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단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이용한 거래 중 예보가 수취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취득할 수 없는 거래는 제외한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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