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무부 인사 기다렸나…급물살 이용구 수사,사퇴로 마무리?

중앙일보 2021.05.30 16:51
30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경찰에 출석했다. 지난 28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지 이틀 만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 차관 소환으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택시기사 폭행 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택시기사 폭행 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초 차관에 임명된 그는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불거진 이후 줄곧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약 6개월간 수사는 지지부진해 보였다. 지난해 1월 출범한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최근 일부 알려지면서 ‘봐주기 의혹’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 결국 이 차관은 사의를 표명했는데, 공교롭게도 검찰은 다음 달 초순 인사를 앞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찰 진상조사단의 조사와 법무부 인사 등에 맞춰 이 차관의 사퇴 시점이 미리 조율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고발 4개월 만에 소환

30일 경찰이 이 차관을 소환한 명목은 증거인멸교사 혐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차관은 폭행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7일 피해자인 택시기사에게 연락해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려고 했다. 그 다음 날(8일)에는 택시기사에게 합의금을 건네며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차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려 했던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벌 여부를 정할 계획이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6일 오후 11시 30분쯤 택시기사를 폭행한 서울 서초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 중앙포토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6일 오후 11시 30분쯤 택시기사를 폭행한 서울 서초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 중앙포토

앞서 지난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이하 법세련)는 이 차관이 택시 기사에게 블랙박스 삭제를 제안한 것이 증거인멸 교사라고 주장하며 그를 고발했고, 검찰은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사의 표명 전부터 소환 일정 조율" 

이 차관 조사 시점과 관련해 경찰은 “사의 표명에 관한 정보는 경찰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의를 표명하기 전부터 이 차관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경찰이 일방적으로 통보한다고 피의자가 바로 소환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차관의 통화내용과 진술 등을 바탕으로 내사 종결 전후의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정리할 방침이다. 지난해 서초서는 "이 차관이 변호사인 줄만 알았다" "(중요 사건이 아니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서초서 간부들은 당시 그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인 사실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에 3차례 보고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윗선 개입’ 의혹이 증폭된 상황이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범계 법무장관(왼쪽 둘째)이 26일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범계 법무장관(왼쪽 둘째)이 26일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윗선 개입 의혹 규명 필요 지적

경찰은 또 이 차관이 폭행사건 직후 해당 택시에 두고 내린 유실물을 찾으러 서초서에 방문해 담당 형사와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차관은 “당시 물건만 찾아서 나왔고 누구를 만난 적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서초서 간부가 담당 형사들에게 "특가법에 해당되는지 검토해보라"고 했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당초 이 차관은 특가법(운전 중 폭행) 혐의로 내사를 받았으나 결국 단순 폭행 혐의가 적용됐고 반의사불벌 규정에 의해 내사가 종결됐다.
 
이 같은 이 차관 조사 과정에서 윗선이 개입했는지 등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이 남아 있어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게 경찰 안팎의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수사는 이른 시일 내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